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사랑을 알게되는 모험담

 

이야기가 가진 힘은 대단하다. 내가 쓴 이야기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해왔다. 동화나 소설 어느 것이든 좋다.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을 읽고 그저 생각에 불과했던 이 일을 현실로 옮기기 위한 실천을 해보기로 했다. 물론 그 시기가 지금 당장이 아니라는 것은 아쉽지만, 올 해 안으로는 꼭 해보리라.

 

책은 굉장한 인기를 누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메인테마 도서다. 드라마 안에 소설, 시, 동화 등의 문학작품을 이야기의 큰 줄기를 잡는 중요한 단서, 이야기 속의 이야기로 등장 시킨 것은 별그대와 신기한 여행의 조합이 처음은 아니다. 가장 오래된 기억으로는 <내 이름은 김삼순>의 <모모>가 시작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강렬한 기억은 <시크릿 가든>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다.

 

흘러가버린 시간을 메우려 했지만 지금 쌓여가는 사랑의 감정, 시간과 추억들이 더 소중해서 결국은 삼순이더라가 주제였던 <내 이름은 김삼순>은 소설 <모모>와 잘 어울렸다. 시간의 소중함을 알게해주는 모모라는 소녀와 함께하는 이야기가 드라마의 속에 잘 어우러졌다. 뒤늦게 드라마를 몰아보고서는 <모모>를 읽으며 혼자 감동받던 어느날 햇볕이 잘드는 창가가 아직도 기억에 새록새록하다. 그런가하면 남녀의 영혼이 바뀌는 다소 황당한 설정의 <시크릿 가든>에서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등장했다. 이 드라마에서도 책은 많은 사람들이 잘 아는 내용이니만큼 황당한 설정을 풀어나갈 탈출구인 동시에 스토리 흐름의 완급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라는 작품 자체가 일어날리 없지만 그럴까 싶은 내용이니만큼 드라마를 보면서 '나에게도 이런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뜬금없는 단꿈을 꾸기에는 제격이었다.

 

종이의 힘 보다는 영상이라는 매체의 힘이 더욱 강력해져서 드라마가 때론 책 한권을 저 끝 순위에서 단숨에 베스트셀러의 자리로 오르게 하기도 했다. 앞에 이야기한 두 드라마도 그랬고, <별에서 온 그대>도 마찬가지다.

 

필자의 카톡창에는 "여자들"이라는 이름의 채팅창이 있는데, 꼭 쓸데 없어보이지만 나름의 소소한 의미가 있는 채팅방이다. 어느 평범한 여자 셋이 떠드는. 그러니까 예를 들어 <별에서 온 그대>가 끝나면 엔딩곡이 흐르는 (유어↗마이 데스티니 그댄↘) 동시에 "대박!!!"으로 시작된 대화는 도민준 예찬에서 부터 앞으로의 결말에 대한 카더라 통신까지 속수무책으로 대화가 쌓여가기 시작한다. (각종 쓸데 없는 이야기와 신변잡기가 있는 곳)
 
어쨌든 그러다가 빌려보게 된 책 이야기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이다. 친구는 책을 사 볼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고도 이야기 했지만, 읽어보니 책에 불필요한 여백이 너무 많은 것이 유일한 불만일 뿐 소장가치는 충분하다.   

 


사랑을 모르는 자존감을 가진 토끼인형 이야기
인간은 사람을 닮은 형상 혹은 나의 생각을 투영해 줄 대상을 만들어두고 각자의 방식으로 이것들에게 애정을 주거나 저주를 퍼붓거나 했다. 인형이라는 것이 가장 오래된 것은 고대 이집트의 무덤에서도 발견될 정도라고 하니 아무래도 이것의 역사는 5000년 정도, 그 이상일지도 모르겠다. 책은 인류 역사의 시작과 함께 오랜시간 함께해 온 인형이 주인공인 동화다. 

 

<신기한 여행>에 나오는 인형은 사람형상은 아니지만 꼭 사람같은 토끼 형상의 인형이다. 토끼처럼 생겼지만 사람처럼 생긴 길이가 1m 쯤 되는 이 인형은 사실 사랑이라는 게 뭔지 모른다. 그저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는 사랑을 모른다. 자신의 우아함에 푹 빠져있을 뿐, 그래서 초반에 에드워드란 존재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것이 그의 일과였다. 

 

그의 생각들은 사랑을 모르기 때문에 자존감이라기 보다는 자아도취였다. 나는 특별하고, 소중하구나 라고 생각하는 사랑을 모르는 사람, 혹은 어린아이의 모습처럼 그렇게 그는 늘 멋진 옷을 입고 앉아있었다. 우리는 간혹 착각을 한다. '나는 특별하고, 소중해'라고 생각하면 자존감일 것이라는 착각, 나 또한 그랬으니까. 하지만 이 동화는 그것만으로는 아무리 빛나고 우월한 마음을 가졌더라도 진정한 '마음'으로 완성될 수 없음을 조용이 속삭여준다.

 

우리는 일생을 살면서 '내가 최고야, 너희들은 날 사랑해줘. 하지만 난 아냐.'라는 생각, 이런 유아기적 사고를 거쳐 사랑하게 되고 알게되고 관심이 깊어진다. 사람에 대한 사랑은 물론이고 세상에 대한 시선까지 점점 변해가는 과정, 그 여정이 인생이다.  

  

 

묻히고 버려지고 깨지는 사랑을 알아가는 여행

에드워드의 일상은 멋진 정장을 차려입고 애빌린이라는 부잣집 아가씨를 기다리는 것이 일상이었다. 사랑을 몰랐을 때는 당연하게 여겨왔던 그 일이 '기다림'이라는 정지된 것만 같은 시간 자체가 나중에는 무척 소중하게 느껴지게 하는 이 책은 어쩌다가 떠돌게 된 에드워드의 여행 속에서 여러가지 형태의 기다림으로 재해석된다.

 

그것은 마치 에드워드 툴레인에게 찾아온 사랑의 모습이 각기 달랐던 것과 같다. <신기한 여행>은 에드워드라는 교만한 토끼인형이 어쩌다가 마주친 사건사고들로 바닷속에 빠지고, 쓰레기 더미에 묻히고, 던져져서 깨지는 말하자면 고난이나 역경과 같은 것들을 통해 사랑을 알게된다는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그의 여행이 처음부터 사랑을 찾아 떠난 여행은 아니었다. 모든 일들은 갑작스럽고 당황스럽게 찾아왔다. 갑자기 찾아온 사건 속에서 그 때마다 만났던 사람들 덕분에 그저 똑같이 보였던, 나보다 가치없어 보였던 모든 것들이 그에게 다시 다가오기 시작한다.  

 

편안하게 앉아 소녀를 기다리는 것이 계속되는 일상이었다면 다른 어떤 것들은 영원히 몰랐을 에드워드에게 고난이라는 여행은 '내가 최고야'라는 생각이나 우월감 외에도 다른 아름다운 감정들이 있음을 알게해준다. 어느 어부 로렌스의 부인 넬리를 만나 수잔나라는 이름으로, 방랑자 불과 그의 개 루시의 친구 말론으로, 나이많은 여자의 별다른 의미없는 밭 지키는 허수아비로, 브라이스와 사라루스의 사랑스러운 아기 쟁글스로, 누군가의 무엇으로 살면서 에드워드는 드디어 '나'말고 '너'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신기한 여행>은 삐끗해버린 일상을 여행이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이렇게 삐끗해버린 뭔가 잘못되어 버린 일상으로 그가 사랑을 알게된다. 우리의 삶도 때로는 묻히고, 버려지고, 깨지지만 이런 과정들이 모두 나를 성숙시키는 과정이라는 걸 동화는 이 토끼를 통해 길게 소근소근 이야기한다.

 

 

우리가 주는 나름대로의 사랑

인형과 함께한 시간만큼이나 사람은 사랑하지만 외롭기도 하고, 외로운데도 같이있고 싶기도 한 이런 두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껴왔을테다. 인간은 인형에게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면서 자신이 받고 싶은 관심과 사랑을 대신하기도 한다. 책은 대상에게 부여하는 사랑의 방식을 통해 각자가 바라는 사랑이 있음을 너무나도 잘 보여준다. 밭 지키는 토끼인형으로 사용하려 했던 어느 노파 외에는 에드워드가 여행 중에 만난 사람 모두 에드워드에게 각기 다른 이름과 이야기를 만들어줬다. 토끼인형 에드워드를 만났을 때, 사람들은 이름을 지어주고, 옷을 입혀줬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것이 에드워드가 원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만났던 이들은 한결같이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준다. 에드워드는 남자토끼이지만 수잔나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원피스를 입혀준 넬리가 있었고, 방랑자 불은 그에게 활동하기 편한 옷과 말론이라는 경쾌한 이름을 지어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런 이름과 옷, 그리고 그 역할이 에드워드가 원한 것들은 아니었지만, 에드워드는 사랑을 알게된다.

 

우리는 상대방이 원하는 걸 잘 모르는데, 이것이 우리를 주저하게 하기도하고 가끔은 혼란에 빠트리기도 한다.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는 우리들은 때로는 마음대로 이름을 지어주기도 하고,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옷을 입히기도 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원하는 것 말고 다른 것들을 때로는 더 큰 무엇주는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는 상대를 통해서도 우리는 사랑을 알게된다.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죽기 전까지 쉽지 않은 사랑에 대해

상대방을 사랑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때로는 내 사랑 방식에 대해 아주 천천히 느리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생각을 하기에 충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에드워드의 여행은 아주 느리지만 고단할 때도 있고 마음이 아플 때도 있다. 그리고 기다림 끝에 기다리던 누군가를 다시 만나기도 하는 등 삶에서 마주하는 모든 일들과 그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에 대해 곱씹어 볼 수 있게 해주는 의미 있는 책이다.

 

<신기한 여행> 이후, 조만간 케이트 디카밀로의 다른 동화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작은 계획도 세우게 되었다. 책은 토끼는 이제 사랑을 안다고 이야기 하고 있지만 그래서 사랑이 어떤 것이다라고 명료하게 그려주지는 않는다. 사랑은 각자의 모양으로 지금도 어딘가에 있다.  

 

+ 덧, 드라마 <별그대>의 제목 메인폰트를 아주 잘 어울리게 디자인했다고 생각하며 매번 그럴듯 하구나, 감탄했는데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을 보고 다시 한 번 놀랐죠. <별에서 온 그대> 드라마 제목 폰트는 <신기한 여행>의 폰트를 본 떠서 만들었더라구요. 이 폰트 또한 저작권이 있을텐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했을지 <신기한 여행> 책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저자
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출판사
비룡소 | 2013-12-2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2006년 보스턴 글로브 혼 북 상 수상작 '뉴베리 상 수상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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