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운드, 익명 SNS 어플추천 누군가가 전하는 따뜻한 위로

 

페이스북으로 의미없는 손동작을 반복하던 중 알게 된 또 다른 SNS다. 어라운드는 익명의 공간이다. 처음 어라운드에 발을 들였을 때 '나'를 사람들이 모른다는 사실이 낯설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내가 없는 듯한 기분에 적응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페이스북에 소개된 너무 훈훈한 사연, 그리고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평점이 만점이라는 특이한 사항에 이끌려 호기심에 다운로드 받았다. 

 

실행을 시키면 나와 거리가 가까운, 어플이름 처럼 '주변'에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요즘 가뭄에 전염병, 끊임없는 취업난으로 시대가 흉흉해서 포털 서비스 기사들을 열어보면 온통 비난에 비판, 욕지거리로 도배된 글들을 보게된다. 그 댓글들을 읽다보면 한편으로는 동조하면서도 마음도 덩달아 피폐해져 간다. 어라운드는 다르다. 그래서 오히려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너무 따뜻해서 나도 모르게 놀라게 되는 이질감. 그 이질감으로 어플을 처음에 설치하고는 어라운드 주위를 빙글빙글 돌기만 했다.  

 

 

익명으로 만나는 너와 내가 이렇게 따뜻할 수 있구나를 증명해 보이는 어라운드는 관심폭발, 가입 수요의 증가로 한 동안 초대장이 있어야 가입이 가능하기도 했단다. 어라운드의 익명성과 본래 취지를 유지하기 위한 관리자 및 개발자들의 선택이었다고 하는데, 이 또한 어라운드의 개방성과 같은 측면을 막아두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에 다시 모두가 가입할 수 있는 어플이 되었다고.

 

빙글빙글 돌기만 하다가 글들을 하나씩 넘기며 보기 시작했다. 남도 나와 다르지 않구나로 시작된 관심은 세상은 생각했던 것 보다 따뜻하구나로 바뀌고 어라운드에 모인 사람들끼리 만든 문화에 나도 모르게 적응하게 되더라.

 

언론에서도 요즘 여러번 조명이 되고 있는 문화 중 하나가 '달콤창고'다. 아마 내가 대학생이거나 취준생이라면 나 또한 달콤창고라는 곳에 들러 달달한 간식을 두고 오는 뿌듯한 일을 종종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몸이 무거운 주부1의 생활을 하다보니 다른 이들의 달달한 창고를 보는 재미로 그 마음을 대신한다.

 

정자역 달콤창고가 생겨서 신나서 캡쳐한 사진이다. 얼마전에 수원으로 이사를 와서 물론 가보지는 못했다. 대학마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역마다 이렇게 서로 정을 나누는 달콤창고가 생기고 있다. 책도 두고 가고, 사탕도 두고 가고, 간식거리도 두고 간다. 먹는 것 뿐만 아니라 메모도 남겨둔다. 따뜻한 마음을 남기고 가는 달콤창고. 아주 작은 공간이지만 이 공간이 존재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무척 따뜻하다.

 

달콤창고는 지하철 내 물품보관함 같은 곳을 한 사람이 임대해서 소통의 공간으로 사용하는 곳이라 한다. 어라운드를 자주 들르다보니 달콤창고로 연인이 된 커플도 있다는데, 이렇게 말랑말랑 달콤달달 할 수가.

 

 

달콤창고 커플의 이야기는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으로 남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무척이나 상대가 보고싶고 그립겠지만 인연이 되어 실제로 만나는 건 어라운드의 취지에 어긋난다. 어라운드 안에서는 정보공개가 되는 댓글을 본 일이 없고 사용취지에도 어긋나서 간혹 이런 댓글은 지워지는 걸 본 일도 있다. (올린 사람이 지웠는지 관리자가 지웠는지는 모르지만)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읽어봐도 익명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글의 내용과 무관하게 표식을 남기거나 사람을 만나기 위한 용도로 어플을 사용하지 말 것을 권하고 있다.

 

아마 어라운드의 순기능은 내 주변에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 받은 위로와 용기로 자신이 처해 있는 현실을 수용하고 인정하고 마주하는 용기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닐지.

 

어라운드를 계속 하게 되는 이유는 개인 일기장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모아놓은 글들이 없어질까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메일 계정을 등록해두면 이런 염려는 해결된다. 내 글들은 어라운드 상단에 마이 스토리에 가면 모여 있다 사진과 함께 첨부한 글, 끄적끄적 적은 일반 글, 그리고 다른 사람의 글을 담아온 글을 모아두는 저장 공간이다.

 

어라운드에 글을 게시해서 나의 일상을 공유하려면 버찌라는 과일을 모아야 한다. 먼저 사용자는 다른 사람의 글에 댓글을 달아야 한다. 그러면 내 댓글을 공감하는 누군가가 공감을 눌러줬을 때 버찌가 하나씩 모이는 방식이다. 내가 먼저 누군가에게 관심을 표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일종의 쿠폰인데, 버찌를 모아야 사용자도 어라운드에 글을 남길 수 있다.  

 

 

이 곳에서 무슨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 했는데, 너무 힘들 때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적어 공유해 봤더니 따뜻한 위로에 눈물이 날 수 밖에 없었다. 나 또한 위로 받고 싶은 한 사람이었다.

 

한 동안은 막연하게 만나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물리적인 접촉이 없지만 실제 존재하는 '누군가'로 삶이 이렇게 따뜻해진다면 이 또한 의미없지는 않겠다. 팍팍한 일상에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다면 어라운드를 추천한다. 당신의 삶을 지금보다는 조금 더 촉촉하게 해 줄 '누군가'를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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