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십만리, 교육대학원 일반휴학 연장원을 내는 착잡한 심정

 

입학할 때는 상담에 대한 나름의 포부가 있었지. 입학이라는 표현보다 입시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지만, 나도 살고 남도 살려보자는 포부로 어찌어찌 어려움 끝에 합격. (물론 요즘은 그런 포부는 온데간데 없고, 하루 살아 남기도 버겁다)

 

합격 소식과 함께 임신 소식도 함께 찾아왔다. 고민 끝에 한 학기를 다니고 휴학을 하기로 했었다. 그리고 휴학을 하면서 휴학기간이 좀 오래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미리 해뒀다. 내가 대학원을 입학할 때 남편은 석사 중이었고, 박사를 고민하고 있었다. 남편이 박사를 하게 된다면 육아 문제도 문제지만 금전적인 부분도 문제가 될 것이라서 오래 공부를 쉬게 될 경우에 대해 미리 생각했다.

 

물론 그 인생 계획 안에는 아이가 36개월이 되는 동안 집에 있는 엄마로 앞으로를 '천천히' 생각하며 지내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다니는 대학원은 일반휴학을 할 경우 한 번에 최대 2학기 씩 총 4학기만 휴학을 할 수 있다. 이후 복학을 하지 않으면 다른 통보 없이 퇴학처리가 된단다.

 

 

 

재입학이 가능하긴 하지만 1. 자리가 있어야 하고, 2. 입학금을 다시 내야 한다

 

입학금이야 입시를 다시 치르는 고통에 비하면 싼 값이라 생각하고 나중을 생각해 지도교수님께 상황을 말씀드리고 후에 찾아올테니 정원을 늘려주실 수 있는지 여쭈었다. 흔쾌히 그러마 해주셨다.

 

작년에 이런 절차를 밟았는데, 그 때나 지금이나 기다리던 소식은 여전히 없다. 출산율이 하도 바닥이다 보니 대학생, 대학원생들이 학업을 쉬고 육아를 편안한 마음으로 할 수 있도록 뭔가 법을 만들어 주는가 싶었다. 물론 내용은 살짝 다르긴 하지만, '부모학생법(임신,출산,육아 휴학법)'이라고 만들어 지는가 싶었다. 15년 7월 기사가나서 그 쯤 휴학을 할 때라 연장원을 쓸 때 쯤 되면 뭔가 다르지 않을까 싶었는데, 여전히 상황은 같다. 올해 1월 대학신문에는 인권위에서 대학원생에게 임신, 출산, 육아 휴학을 보장할 것을 권고했다는 내용이 실렸다.


 

인권위, 대학원생 임신‧출산‧육아휴학 보장 권고

전국 38개 사립 대학원 중 8곳은 관련 제도 아예 없어

 

그러나 인권위에서의 권고사항일 뿐, 법으로 정하지 않는 이상 따를리가 없다. 대학원 생태계를 잘 아는 사람들은 알것이다. 일반대학원은 분위기 자체가 휴학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교육대학원은 학생수가 곧 돈과 직결되기 때문에 굳이 따로 장기휴학을 원하는 육아휴학에 대한 배려가 없을 수 밖에 없다.

 

 

남편은 어쩌다보니 박사를 하지 않고 회사에 가게 되었고, 금전적인 문제는 이전보다는 나아졌다. 8월에 아기는 돌이 지난 떼쟁이가 됐다. 굳이 남편을 졸라 이제 대학원을 좀 가보겠다고 하면 저녁에 수업들으러 갈 수 있는 형편은 될지 모른다. 가까이에 시어머니가 살고 계시고, 예전부터 봐주마 하시기도 했다. 그러나 갈 수 없다. 당장 가려면 일단 아기는 오전에는 어린이집에 가 있는 것이 나의 학업과 집안일을 하는 데 득이 될 것이고, 일주일에 두 번 저녁은 학교에 수업을 들으러 갈 것이다.

 

 

딸램은 이제 토끼 찾아봐 하면 스스로 깡충깡충 모션을 취하거나 책에서 찾을 수 있게 됐고, 나비 어딨어 하면 책에서 나비를 찾는다. 나비야 노래를 해주면 두 팔로 날개 짓을 하고, 목욕을 할 때 "위험하니까 자리에 앉아" 하면 앉아서 아주 조금이지만 기다릴 수 있다. 혼자서 뭐라뭐라 하루종일 중얼거리며 째짹(엄마가 맨날 짹짹 어딨어라고 묻는다), 아지짜(엄마가 짜증나면 아빠에게 아진짜!라고 한다)라고 말한다. 혼자 앉는 즐거움에 푹 빠져 의자에 앉을 때는 "으자, 안자"라고 말을 하고, 물고기가 어떻게 하지 물으면, 가르쳐 준대로 입을 힘껏 오므렸다 벌리면서 뻐끔뻐끔한다.

 

한참 예쁠 때이기도 하고, 엄마가 하루 일정시간 이상은 꼭 함께 해줘야 하는 이제 인생 1년을 살아온 아기다. 공부를 다시 시작하면 아무리 아이에게 비중을 두고 생활을 한다 하더라도 제대로 못할 수 밖에 없다.

 

 

휴학은 최장 연속으로 연장해봤자 2년. 프로이트도 말러도 우리 조상님들도 생후 3년을 중요하게 생각하셨는데, 이건 임신 중에도 아이를 데리고 공부를 하러 다니다가 아이를 쑴풍 낳고 2년을 키우고 바로 복학해야 맞는 사이클이다. 물론 왠 운인지 내가 딱 그렇다. 임신 중에 아기를 뱃속에 넣고 다니다가 방학 때 낳고(물론 낳지 못했다, 꺼냈다) 1년이든 2년이든 키우고 복학이 가능한 경우. 그런데 임신 중에도 나름 건강한 산모라 학기를 잘 마칠 수 있었지 의외로 조산기가 있어 고생하는 엄마들이 많다. 이런 경우에는 당연히 아기를 위해 공부를 쉴 수 밖에 없겠지. 그런데 최장 2년은 너무 짜다. 짜.

 

 

나라에서 출산을 장려하는 마당에 휴학기간을 좀 더 늘려줬으면 좋겠다. 아니, 건강한 아이가 나중에 건강한 사회를 만들게 되는건데, 국가와 학교 차원에서 이 정도도 투자를 못해줄까 싶다.

 

 

 

휴학 연장원을 내러 아기띠를 하고 동사무소에 갔다. 동네 동사무소 팩스를 이용해 연장원을 제출하기 위해서다. 휴학원이 잘 도착했는지 확인 전화를 하니, 행정직원은 나에게 확인이라도 하는 듯 "이제 4학기 휴학을 다 쓰셨으니, 내년에 복학하시면 됩니다."하더라. 물론 내가 모를까봐, 혹은 정말 확인해주려는 이유로 이야기했겠지만 왜 그런지 쓰렸다.

 

내년에 물론 복학을 못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아이가 내년 9월이면 딱 두돌이고, 말도 어느정도 통해서 잠시 수업 들으러 다녀오기 딱 좋을 때인데, 인생계획에 공부보다 우선 둘째를 계획하는게 낫지 않을까라는 계획이 있어서다. 터울이 너무 나는 것 보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아무리 많이 나더라도 4년이라는 생각이 있고 해서다. 그러다가 생각 외로 임신 소식이 없어서 복학을 할 수도 있겠지만, 제때 복학을 하지 않아 내년에 제적이 된다면 속이 또 얼마나 쓰릴지 (... )라는 생각에 생각이 꼬리에 또 꼬리를 무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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