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처음하는 조촐한 외식, 수원 나혜석 거리, 고베 규카츠

제목에는 나혜석 거리가 있지만, 나혜석 거리 사진은 없는 글. 제목과 사진에는 규카츠가 있지만, 규카츠에 대해서는 '맛있다' 정도로 밖에 쓸 말이 없구나. 나혜석 거리에 대해서는 그다지 아는 게 없고, 하기스 기저귀가 왜 때문에 새는 건지 그것이 제일 궁금한 지나가는 엄마사람1의 글이다.

 

 

출산 후 남편, 나, 아기 이렇게 셋이서 무려 '식당'이라는 곳에 처음 가 본 아주 매우 너무나 기념할만한 날이다. 어느정도냐면 무려 소담이가 태어나고 395일만의 일이다. 아기를 낳아서 키운다는 건 왜 그런지 새로운 달력이 하나 더 추가되는 기분이다. 소담력이라고 불러야 할지, 출산 후 몇일을 아기가 살아 온 날로 생각하게 되는 것.

 

아이와 살아 온 날을 하나 둘 몇 일인지 기억하는 것, 연애하는 것 같다.

 

나혜석이라는 사람은 알았지만, 이 사람이 수원에서 태어난 줄은 몰랐네. 나중에 찾아보니 수원에 나혜석 거리가 있는 이유는 이 사람이 수원 출생이라서란다. 신여성의 기준이 이제는 뭔지 모르겠으나, 그녀를 기념하는 이유는 다른게 아니라 (다른 것도 있겠지만) 그녀가 천재라 불려서가 아닐지 싶다. 21세기에 와서 그녀를 뜯어보면, 그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은 그렇게 기념할만하지는 않다. 이제는 놀라울 게 없다는 얘기다. 당시로서는 이혼과 같은 개인사가 이슈가 되고, 이혼에 대한, 남자와 여자에 대한, 사랑에 대한, 그리고 삶에 대한 그 사람의 생각이 조명을 받기도 하고 ( ..) 했으니 뭐, 그럴만도 하다. (지금도 유명인사에 대한 관심은 그 때처럼 여전하니) 그녀의 책을 언제 한 번 읽어야지 했지만 여전히 읽지 못하고 있는 나는 그녀의 글들을 발췌한 글들로 그녀를 가끔 만나기도 했다. 너무 가끔이고, 조각난 글들을 읽었을 뿐이라 그래서 잘은 모른다. 그냥 그런 사람이 있었구나 정도다.

 

나혜석 거리의 연관검색어는 나혜석 거리 맛집. 나혜석과 관련된 건 입구 초입에 동상과 그녀가 쓴 시를 새긴 커다란 돌판 정도. 거리 양 옆은 빽빽하게 음식점이 들어서 있다. 사람들이 옥외에서 이것저것 구워 먹고 있다. 사실 나도 무척 구워먹고 싶다. 삼겹살을 구워 먹어본지도 400일이 넘었구나.

 

팔달구 인계동에 있는데 수원시청역에서 내려서 조금 열심히 걸으면 나혜석 거리에 도착한다. 우리는 영통구에 사는데 오랜만에 지하철과 도보를 이용해 어디론가 나가기에 도전했다.

 

어디론가 나가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기저귀 가방에 기저귀만 빼고 다 챙겨온 것이 아닌가 아닌가 말이다. 도보로 열심히 가던 중이라 집으로 돌아가기 아쉬워 고민을 하다가 수원 시청역에서 쉽게 갈 수 있는 홈플러스를 들르기로 한다. 고르고 골라서 하기스 4단계 여아용 80매를 23000원에 몇 백원 더 주고 샀는데, 사자마자 갈아주고 아기가 얼마 지나 쉬를 하고보니 왜 때문에 80장 중에 한 장이 꼭 새는 걸 채워준거니. 하기스는 반성하라. 아기 바지는 하필 흰색이라 쉬가 확연하게 묻은 것이 보였지만 우리는 꾿꾿하게 갈 길을 가기로 한다.

 

여담을 길게 하자면 부피가 제법 크기 때문에 귀찮아서 고르고 골라 원플러스 원이지만 들고 다니기 쉬울 법한 기저귀를 샀는데 하필 채운 건 새는 기저귀. 이거 한 장을 차보자고, 힘들게 마트가서 고르고 고른 다음 그 기저귀 두 짐을 들고 수원 시내를 활보하다가 식당까지 들어갔고, 그 기저귀 두 짐을 들고 다시 수원 시내를 거닐고 거닐어 지하철 역까지 내려와서 한 짐은 수원시청역 어느 벤치에 두고 신나게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는 뭔가 좀 억울한 그런 하루였단다. 무척 비싼 기저귀가 되버린 이 기저귀. 또 샐까봐 무서워서 못 채우고 있다. 하기스가 잘못했네.  

 

 

어머, 너무 기저귀로 글을 도배했네. 규카츠에 도착해서 새는 기저귀를 찼어도 기분이 상쾌해 보이는 소담한 소담씨.

 

아기를 식당에 데리고 가려면 역시 아기의자가 있는 식당이 좋겠지. 고베 규카츠는 아기 의자가 있어서 가게 됐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역시 애엄마의 결론은 아기의자. 잠깐 어디를 가려해도 아기의자 있는 곳이 편하다. 그래서 어디 갈 때면 식당이름 뒤에 아기의자를 붙여 검색을 하는 습관이 생겼다.

 

남편이 찾은 맛집이라 아무 생각없이 기저귀도 못 챙기고 (급하고 즐거운 마음) 따라가서 보니 화로에 불이 활활. 고기가 치이이익, 취이쉬이익.

 

 

 

 

나도 저걸 먹는 건가 셀레는 내 마음. 다른 테이블에서 고기 굽는 걸 구경하며 아기 밥 먹이기에 집중하다보니

 

 

 

우리 고기도 나왔네.

 

소고기 겉에 바삭한 가루(빵가루로 추정)들이 붙어 있는 이 음식이 규카츠. 샐러드 약간으로 허기진 속을 살짝 달래고, 화로 위에 취이이이이쉬익 굽는다. 미디움 레어의 상태로 나온 고기라는데 이 상태 그대로 먹어도 맛이 좋다.

 

취익치익 구워서 와사비를 콕 찍어 고기 위에 올리고, 소스에 고기를 척 담궜다 빼서 아하고 한 입에 넣으면 꿀. 와사비가 쏴하고 퍼지고 고기는 고소하게 씹힌다. 겉은 바삭해 손이 가요 손이가. 자꾸 먹고 싶어진다. 자꾸 먹다 보니 고기가 사라졌다.  

 

그리고 다 먹고 배가 고팠다. 다 먹고 배가 고픈 나는 집에 와서 콘프로스트 호랑이 기운을 우유에 말아 먹겠다고 했다. 남편은 내가 비만이 될까봐 걱정하며 호랑이 기운을 함께 말아먹었다.

 

 

 

그랬다는 어느 토요일 저녁 이야기.

 

 

 

 

덧, 평소 배불리 먹는 것을 즐겨하는 아줌마1이므로 소식하는 분에게는 양은 그럭저럭일 듯 합니다. 많이 드시는 분들은 배고플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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