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상담, 상담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 상담자 되기 전에 내담자 되어보기

 

남편 회사에서 부부상담을 무료로 진행한다 해서 간단한 온라인 검사 후 상담을 받고 있다. 온라인 검사는 '프리페어 앤리치(PREPARE ENRICH)'로 진행됐다. 이 검사는 커플 관계 검사로 커플의 관계를 진단 받을 수 있었다. 검사 후 상담받는 장소에 도착하면 두 사람의 관계를 데이터로 나타낸 보고서를 받을 수 있다. 

 

 

 보고서 내용에는 아래 영역들이 포함된다.

강점영역 / 성장 필요영역

관계 역동

개인적인 스트레스 프로파일

커플지도

가족지도

SCOPE 성격척도  

2주 전에 첫 상담을 받았고, 첫 회기 이후 부부의 결정 여하에 따라 두 세 차례 추가해 상담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유는 우리 부부에게 항상 초를 다투는 갈등이 있어서는 아니다. 나는 육아로 얼굴이 퀭해 기승전삼찬(반찬 세 개)을 외치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었고, 남편도 회사 마치고 돌아오면 빨래 널기 같은 매우 중요하지만 제법 귀찮고 시간도 꽤 드는 집안일을 돕다가 뻗어버리기 바빴다.

갈등이 없어서가 아니라 갈등이 빼곡한 일상에 묻힌 것도 문제이기도 했다.

회사에서 신청을 받아 진행하는데, 어쨌든 남편은 좋은 기회에 '당첨'(..?)이 되는 행운을 얻어 그 운에 나도 함께 탑승하게 된다. 문제는 (우리 부부는 크게 신경쓰지는 않긴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상담에 대한 인식이었다.

 

상담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
상담을 받는 날에는 누군가에게 아기를 맡겨야 한다. 상담 받는 날 아이는 시부모님이 맡아 주시기로 했다. 두분 다 환갑이 넘으셨는데, 그럼에도 상담에 대한 인식은 다른 어르신들에 비해 무척 개방적이고 우호적인 편이다. 이러기도 쉽지 않은데 상담 다녀오라고 아기도 봐주시고 간단한 집안 일도 해주셔서 황송할 때도 많다.

부부상담을 받게 된 것은 나에게는 '좋은 일'이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요즘 친하게 지내는 윗집 언니에게 (우리는 육아동맹) 회사에서 상담해주는데 받으러 간다고 했더니,

"자기가 무슨 문제가 있어서 상담을 받아?" 하더라. 이 말을 해석하자면, '둘이 잘 지내던데 갑자기 왠 상담이니'라고 해석해 볼 수 있다.

남편 회사 분들도 남편이 자연스럽게 이야기 했더니, 무슨 문제가 있는 것처럼 생각을 하는 시선을 조금씩 보내기도 했고, 몇 회기 더 받는다고 했더니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라는 말로 뭔가 심심한 위로를 전했다고 한다.

회사 안에는 남녀의 차이도 존재했다고 하는데 공통된 생각으로 '젊은 부부가 결혼해서 고생을 좀 하나보다. 안됐다'는 것을 베이스로 갖고 있단다. 여자 분들은 상담을 받는 과정에 대해 좀 궁금해 하고 호기심을 갖고 묻기도 하지만 반면 남자 분들은 궁금함, 호기심 이런 것 보다 그저 '무슨 문제가 있길래, 안타깝군, 어쩌나' 등의 마음을 갖고 있는 듯 하다는 것이 남편 나름의 분석이다.

반대로 시부모님께서는 문제가 없어 보여도 모든 부분이 다 맞는 부부가 없고, 좋은 게 전부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부부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 될 것 같다며 반기셨다.

시부모님이 대부분의 사람들과 다르게 상담에 대해 편안한 시각을 가지셔서 다행이다. 시부모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양가 부모님 모두 상담에 대해 개방된 마음을 갖고 찬성하신다. 상담을 받는 일을 감기 걸려서 병원에 가는 것과 같은 일로 생각한다.  

'나 상담 받았어'라는 말을 '감기 걸린 것 같아서 병원 갔다 왔어' 정도로 생각되는 날이 왔으면 한다.

 

회사 및 교내 상담실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이유
대학교를 졸업한 뒤 한참이 지나 후회 하게 된 것 한 가지는 대학교에 다닐 때 교내 상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만약 대학생이라면 캠퍼스 안 상담소를 맘껏 이용하길 권한다. 여러분의 소중한 학비로 마련된 꼭 필요한 학생을 위한 복지혜택이다. 당신이 회사원인데, 회사 안에도 역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 되어 있다면 이 또한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  

상담 받기를 권하는 이유 중 하나는 졸업을 하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 상담이 필요한 것 같아 알아보다 보면 금전적인 문제로 못 받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것 보다 더욱 중요한 이유는 상담을 받은 경험 나중에 반드시 당신을 도울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꼭 큰 문제를 갖고 있어서가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불쑥 올라오는 스트레스, 대인관계의 문제 등 소소한 문제라고 느껴지는 것도 상담을 통해 풀어본다면, 나중에 큰 문제가 당신을 괴롭히게 됐을 때 상담을 받게 된 경험은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속한 집단에서 마련되어 있는 혜택을 꼭 누렸으면 좋겠다.

 

상담자가 되기 전에 내담자 되기, 꼭 필요하다
상담을 받게 된 것은 나에게는 좋은 기회다. 앞으로도 공부를 할 거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나'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부족한 지금 필요하기도 했다. 회사 및 교내 상담실을 적극 활용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할 정도로 실은 개인상담을 주기적으로 받아보고 싶지만 금전적인 문제와 시간상의 문제로 선뜻 받아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간혹 메일을 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주 내용은 상담심리대학원에 입학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를 시작으로 자소서를 조금 봐주세요, 어떤 책을 볼까요? 등의 질문을 한다. 요즘은 육아와 블로그 관리 등으로 심신이 지쳐 댓글과 메일을 받지 않고 있는데 상담자가 됐을 때 직업적인 비전 부터 이 직업이 가진 가능성을 묻거나 뭔가 내가 상담자가 되지도 못해봤는데 받는 무수한 질문들로 괜히 부끄러워 질 때도 있다.

위 모든 질문에 대한 답 보다 중요한 것 한가지는 상담자가 되기 전, 꼭 한 번은 내담자가 되어 봐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상담자가 되기 위해 공부를 시작하게 되면 집단상담에도 참여해야 하고, 슈퍼비전도 받아야 해서 계속해서 내담자가 되기도 하고 상담자가 되기도 하는 반복과 연습, 훈련을 하게 된다. 그러나 당장 상담을 받아 본 일이 없이 "막연하게 상담을 직업으로 해야 할텐데 뭘 공부해요?"라고 물을 때 느낌과 상담을 받아봤는데, 어떠했다는 생각을 갖고 직업으로 접근하기 위한 길을 찾는 사람의 태도와 마음은 정도 이상의 차이를 갖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상담에 대해서 가볍게 진찰 받고 오는 정도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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