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를 만나다, 적절한 자녀 터울 고민, 24개월 두돌차이일 때 좋은점

 

우리 집에 둘째가 온다. 둘째라 해서 미안하지만 첫째에게도 첫째라는 말은 좀 미안하다. 곰곰히 생각해 봤다. 첫째, 둘째는 편의상 붙였다 생각하기로 한다. 먼저 만났으니 첫째, 나중 만났으니 둘째다.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할 때, 아이들이 내 키만큼 자라더라도 첫째, 둘째라는 말의 의미보다 아이의 자체로 대해주고 불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돌쟁이의 공 잡기 왼손은 거들 뿐.jpg

 

 

출생순서에 따라 첫째, 둘째라 부르는 게 잘못된 일은 아니다만 어려서부터 '언니라서, 형이라서' 양보하라거나 형이니까 더 잘해야지라는 말은 두 형제 사이를 가로막는 말이면서 동시에 아이의 자존감을 깎아먹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동생에게는 형보다 못 하다, 형보다 잘 한다, 형처럼 해라 등 형을 기준으로 아이에게 말을 하게 되기도 하는데 이 또한 아이에게 자기 자신으로 사는 가치를 심어주지 못하고, 열등감을 심어줄 뿐이다.

 

첫째, 둘째라 부르면서 어른들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 출생순서에 따라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는게 너무도 학습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아이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형 동생을 나눠 하게된다.

 

우리는 대부분 은연 중에 이런 말들을 들으면 자라왔다.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어찌어찌 만나게 된 우리집 뉴페이스로 엄마에게는 먹덧이 찾아온다. 지금 쑥쑥 자라고 있는 소담이 때와 비교하자면 아직까지는 양반이지만 아직 6주가 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 처음 임신 했을 때 6주 이후부터 폭풍 입덧이 시작되어 눈을 뜬 순간부터 감을 때까지 토했다. (물론 그 전까지는 매일 같이 어지러웠다) 입에 뭐가 들어가면 괜찮을까 싶어 먹기도 많이 먹었지만, 먹는 것 대부분은 얼마 지나지 않아 끔찍한 형체로 변기에서 볼 수 있었고, 이 고통은 다시는 임신이라는 과정을 겪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다.  

 

물론 지금도 기분이 별로인 것은 사실이고, 가끔은 어쩌다 이랬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하기도 하고 걱정도 마구 되면서 이제는 어쩌나 했다가도 그래도 어떻게든 되겠지 잘해보자 하다가 정말 이랬다 저랬다를 여러번 왕복중이다.

 

갑작스런 소식이라 좀 이른 감이 있어 힘들어 하는 것도 사실이다. 소담이에게 조금 더 집중해주고, 내년 3월이면 어린이집에 갈 수 있게 모든 준비를 해 둔 상태기 때문에 둘이서 남은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고 내년 3월 이후로 소담이 동생을 생각하고 있었다.

 

모두들 임신은 원래 갑작스러운 것이 좋은 것이라며, 터울이 얼마 안나는 게 지금은 죽겠어도 나중은 아주 훤할 것이라며 응원해 준다만 (... ) 지금은 죽겠소.

 

 

 

한참 걷기 시작하던 즈음 오르기 삼매경.jpg

 

 

 

적절한 자녀 터울 고민, 엄마의 육체적 심리적 안정을 위한 기간을 위해서 4년

어느 글에서 엄마의 육체적,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 3년, 4년 정도가 좋다는 내용을 봤다. 출산 후 모유수유를 끊고, 그 동안 첫아이에게 주었던 영양소들을 채우기에 충분한 시간일 것이다. 게다가 애 키우기 전에는 몰랐는데 애가 걷는다고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더라. 두돌까지는 엄마 관심이 무한대로 많이 필요하고 손도 많이 간다. 15개월 쯤 되면 숟가락 정도는 잘 사용할 줄 알았는데 여전히 아니다.  

 

이런저런 고민 끝에 30개월 정도를 생각했었다. 36개월 넘게 차이가 나게 되면 아이 둘이 같이 놀 때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그렇기도 하고 입덧이 워낙 심한 타입이라 터울을 조금 더 두자는 생각도 있었다. 더 길어지면 대학원 복학 시기도 애매하지 않을까 하는 나름의 계산도 있었지만 결론은 이것 모두 내 생각일 뿐, 우리 아이 둘은 아주 정답게 23개월 정도 차이가 날 예정이다.   

 

 

적절한 자녀 터울 고민, 아이들의 친밀감을 위한 차이 2년

애들끼리 친하려면 연년생, 두돌차이 정도가 좋다는 말이 키워본 엄마들의 이야기. 그것도 그럴것이 나도 동생과 30개월 정도 차이가 나는 것 같은데 생각해보면 여동생인데도 그닥 친하게 지내지 못했던 것 같다. 이런 나의 생각을 증명이라도 하려고 또 맘카페들을 들락날락 했는데 2년 차이 나는 자녀 터울의 장점이 육아를 하는데 있어서도 생각했던 것 보다 많은 장점이 있더라.

 

 

 

두살 터울 자녀를 키울 때 장점

육아용품, 물건들을 아주 알뜰하게 사용할 수 있다

터울이 4년 이상 생기면 물건들을 정리하고, 보관하는데 어려워 진다는 말이 있더라. 특히 책 같은 경우 터울이 너무 나다보면 처리하기 곤란한 물건들이 쌓이게 된다. 첫째가 보고 나서 좋은 책이라 뒀는데 구입 후 4년은 보관해야 하는지라 집이 어지간히 넓어도 공간을 차지하는 부분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 책 같은 물건은 특히 자리를 차지하는게 문제다.

 

아기띠나 힙시트도 아이가 걷다보니 요즘은 사용이 뜸해졌다. 돌 되기까지 일년 내내 아기띠를 하고 다녔는데 이제 아기띠도 아이 크기에 비해 작아보이고 아이도 어쨌든 걷고 싶어한다. 유모차는 디럭스와 휴대형이 있는데 디럭스는 태어나서 부터 돌 전 까지 쓸만해서 부피도 큰데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아이 물건 중 괜찮다 싶어서 사 둔 쏘서나 점퍼루 같은 물건도 오래동안 그냥 두기만 하면 처치 곤란이다. 한두살 터울은 이런 물건들을 모두 알차게 사용할 수 있다.

 

 

공연을 볼 때, 같이 놀아줄 때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터울이 많이 지면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캐릭터나 취향도 달라지게 된다. 그런 점에서 터울이 적게 나는 걸 선호하는 엄마들도 있더라. 어린이 공연을 볼 때도 얼추 수준이 맞으려면 두돌정도, 같이 놀 때도 함께 할 수 있는 놀이의 범위가 다양해서 두돌 쯤이 좋다.

 

 

엄마가 아이를 키울 때, 처음에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나는 것도 장점

자녀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엄마들의 고민은 기억이 안난다는 것. 벌써 이유식 했던 것도 가물가물한데 3년 터울 정도만 되더라도 점점 기억이 흐릿할 것 같긴 하다. 젖병과 아기 식기 열탕은 매번 어떻게 했는지, 목을 못 가누는 신생아는 어떻게 안았는지 역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목욕 시켰던 기억도 가물가물, 물론 몸이 기억하고 있을만한 일들도 있지만 아닌 것들도 많으니 그래도 이 또한 큰 장점이라 하자.

 

기억이 나는 것은 장점이지만 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엄청난 단점이 있다. 두 아이 모두 엄마 손이 많이 필요한 때라는 점. 그래서 기억이 나서 척척 하는 대신 애들은 서로 안아달라고 난리 난리, 이 난리 통에 무슨 정신으로 사는지 모를지도 모를 일.

 

아이가 두 명이면 두배 힘든게 아니고 스무배 힘들다는 어느 엄마 말이 자꾸 생각나는 요즘이다. (벌써부터 겁먹었지)

 

 

두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면 엄마는 꿀 같은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건 육아에 도움이라기 보다 엄마의 희망사항을 담은 장점이다. 육아가 고된 이유는 기승전 '내 시간이 없기 때문'인데, 키울 때는 고될지 모르지만 두 아이가 교육기관에 다닐 쯤이 되면 엄마는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게 된다. 터울을 좀 길게 계획한 다른 엄마들이 새로운 육아시대를 맞이하는 동안 연년생, 두돌 정도 차이가 나는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은 이 때 쯤 부터 인간의 기본권리를 누리는 기쁨을 맞게 된다.

 

 

 

 

 

그래, 적다보니 장점이 많다. 아이들에 대한 걱정, (미래에 대한 걱정이) 통장 잔고에 대한 걱정이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쌓여가고 있긴 하지만 입덧이 소담이 때 비해서 그럭저럭이니 이렇게 여유로운 주절주절도 늘어놓는구나 싶다. 입덧의 정도가 제발 이 정도 까지만 이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오늘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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