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보내는 이유, 시기, 아이의 사회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아니죠

 

 

어린이집에 적응을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7월에 출산 예정이라 부디 잘 지내주기를 바랐다. 자기 몸보다 큰 가방을 매고 다다다 뛰는 아이를 볼 때면 괜히 찡해지기도 했었다. 이런 내 맘을 아는지, 워낙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고 벌써부터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아이는 걱정했던 것 보다 빨리 어린이집에 적응했다.

 

어린이집에 다니면 다들 한 번씩은 병치레를 한다는데, 어린이집 하원 뒤 집에 있는게 답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이를 데리고 밖에서 많이 놀았다. 아니면 집 가까운 저렴한 키즈카페를 가기도 했었다. 

 

 

 

내가 시소라는 걸 타봤지.jpg

 

 

이런저런 이유가 더해져 감기가 왔는데, 무심한 엄마는 이번에도 아이가 특유의 면역력으로 곧 나을 것이라 생각하며 약 먹이기를 소홀히 했더라. (엄마가 몰랐던 한 가지는 집에서 아이와 늘 함께 있을 때와 아이를 원에 보낼 때는 상황이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 집에 늘 함께 있을 때는 기침을 한다면 그에 맞춰서 배를 갈아먹이거나 따뜻한 물을 수시로 먹일 수 있지만 시설에 다니면 그렇지 못하다. 아이가 워낙 면역력이 좋다 하더라도 어딘가에 다니기로 한 이상 빠른 시일 내에 자연적으로 나을 수 있다는 건 엄마의 착각일 뿐이었다) 그 결과 지난 한 주는 대단히 고단했다. 주말에 아빠와 시간을 보내던 아이는 낮잠을 자던 차 안이 추웠는지 감기 증세가 심해졌고, 그럼에도 무심한 엄마가 약 먹이는 일을 소홀히 한 결과 딸은 폐렴에 걸렸다. 이게 다 게으른 엄마 탓이다. 결국 게으른 엄마는 입원하라는 의사 선생님의 권유를 뒤로 하고 집에서 1주일을 지내보기로 한다.

 

그렇게 지낸 일주일은 임신 중기를 넘어서는 배부른 엄마에게 대단한 훈련을, 바깥 공기 한 번 못 쐬는 아이에게는 무료한 일상을 선물로 가져다 준다. 아이를 많이 심심하게 하지 않기 위한 노력도 나름은 있었으나, 그래도 나가 노는 게 최고다.

 

입원하지 않고 걱정하며 보낸 일주일, 폐렴은 다 나았다. 어린이집에 다시 등원하게 된 월요일 밤, 아이를 재워두고 누워서 인터넷을 하다가 육아기사들을 모아놓은 초록창 탭을 열고는 마음이 좀 상했다.

 

 

밖에만 나가면 이렇게 신나서.jpg

 

 

 

여러가지 형편상 지금 다닐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딸은 어린이집에 신나게 다니고 있어 안심이었는데, 불편해졌다. 기사에는 정부의 무상보육 지원으로 아이들이 어린이집으로 빠르게 가고 있다는 내용을 시작으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아이들을 내몬다고 표현한 문장, 공짜라서, 사회성도 남보다 빨리 키워주고 싶어서의 이유로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가게된다는 식으로 이어지는 문단이었다. 기사의 결론은 사회성은 어린이집에 빨리 보낸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의 애착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내용이긴 했다. 이 내용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공감하나 내용의 시작이 마치 어린이집을 보내라고 제도와 정책을 만들어두고 보내는 엄마들을 괜히 욕하는 것 같아 그 밤에 혼자 착잡해졌다.

 

다른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가사일과 아이를 보는 일만 하는 경우 어린이집을 빨리 보내는 경우 괜히 찔리는 마음을 갖는 엄마들을 종종 본다. 솔직한 마음으로 "좀 힘들어서..."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어느 엄마는 "빨리 보내면 사회생활도 알게되고, 사회성도 큰대요."라고 하는 엄마도 있더라.

 

그 기사의 댓글들은 "전문직이고, 고소득이라 모르시나본데, 사회성 때문에 보내는 엄마들 많이 없어요"라는 내용의 글과 반대로 "주변에 사회성 이야기하며 일찍 보내기도 하더라"의 의견들이 은근슬쩍 대립하고 있었다.

 

 

 

제가 좀 먹습니다.jpg

 

 

어린이집에 보내는 이유야 다들 다양하겠지만, 엄마들 솔직해질 필요도 있다. (맘들 아이 키우면서 눈치 채셨겠지만) 두돌 전까지 크게 사회성이라 볼 무엇이 아이에게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딸은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친구들과 껴서 놀고 싶어하고, 키즈카페 같은 곳에 가면 언니 오빠들 사이에서 어떻게 좀 같이 놀아보려고 애쓴다. 15개월 이후부터 그랬던가 싶다. 그래서 남편과 종종 이야기할 때면 아이가 다른 부분은 그다지 빠르다는 느낌이 없으나 대인관계능력과 공감능력에 있어서 다른 아이들보다 빠르게 발달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이들은 두돌 전후, 세돌까지 다른 친구들과 노는 걸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아이의 36개월 까지는 애착관계, 가족구성원과 분위기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때다.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를 돌보는 것이 일인 곳이라 아이가 어려서 오거나 좀 커서 오거나 크게 개의치 않는다. 단지 아이들이 좀 더 까다롭거나, 순한 편이거나, 돌보기가 여간 쉽지 않거나의 차이지 어느 정도 책임의식과 인격을 갖춘 선생님이라면 아이가 다니는 것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그러나 종종 꼭 그렇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괜히 마음이 편치 못해 사회성을 위해서 좋대요라고 하는 엄마들이 오히려 안됐다. 그냥 솔직해져도 괜찮을테다.

 

"제가 좀 힘들어요"

"아이 보기가 쉽지 않네요"

"집안이 하루 종일 더러운 게 싫었어요"

"저도 좀 쉬고 싶어서요"

 

솔직하게 말해도 이렇게 많은 이유가 있더라. 어린이집에서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내고 나머지 시간에는 엄마랑 종일 붙어 서로 바라만 보고 있더라도 많은 육아서에서 한결같이 걱정하는 주양육자와의 애착문제는 어느정도 해결 될 것이다.

 

사회성을 운운하게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사회적인 시선도 좀 바꿨으면한다.

 

"집에서 놀면서 애 안보고 뭐하는거야"

라고 생각하는 아저씨들 및 아기를 키워보지 않은 분들이 종종 있다.

 

동료와의 대화, 일이 고되긴 하지만 한 시간 정도는 주어지는 점심식사 시간, 출퇴근 시간에 멍 때리기 등의 다양한 인간의 삶이 존재하는 가운데 하루를 마치는 일반 노동자들과는 달리 하루에 2만 단어 이상을 사용해야 살아 있는 것 같은 여자들이 이제 배밀이 시작하는 아기를 앞에 두고 가갸거겨만 하는 일상을 체휼할 수 있을지.

 

 

 

어린이집 보내기 전에는 언제 보낼지도 무척 고민했는데, 모든 육아에 한 가지 답만 있는 게 아닌 것처럼 보낼 수 있는 시기, 아기가 떨어질 수 있는 시기도 다 다르다. 우리집 딸래미가 19개월에 무사히 어린이집에 적응한 것에 감사할 따름. 어느 아이는 36개월 이후에, 혹은 초등학교 때부터 적응이 되는 아이도 있다하니 뱃 속에 있는 둘째 아이도 이 쯤에만 가줘도 좋겠는데 싶은데 갈 길이 멀다.

 

임신 중이라 모든 것이 버거운 몸이긴 하지만 아이가 적응을 해주니 집도 19개월만에 조금은 깨끗해지고, 엄마라는 사람이 블로그도 하면서 애드센스로 돈을 벌게 되면 (...응?) 둘째가 두돌되면 꼭 싱가폴 여행을 가겠다는 행방을 알기 어려운 꿈을 품기도 하는 등 어린이집이 무척 고마운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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