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정자역 토코카츠, 깻잎카츠, 맛있긴 해도 점심시간 혼밥은 피해야, 혼밥러 불쾌

 

정자역에서 끼니를 떼울 일이 있어 지난 주 부터 한 번은 먹어봐야지 했던 분당 정자역 토코카츠를 먹어보았다. 점심시간을 비껴 갔다면 기분 나쁠 일이 없었을텐데 때마침 점심시간이라 근처 회사원들이 모두 식사를 하고 있었다.

 

자리가 없어보여 다른 곳으로 갈까 하다가 용기를 내서 "자리가 없나요?" 했더니 흔쾌히 테이블 하나가 남는다며 "있어요, 여기로 오세요" 하더라. 직원분이 서빙을 하면서 물을 마셨는지 물컵 하나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는데 뭐 그 쯤이야 하고 일단은 앉았다.

 

메뉴판을 주길래 주문을 얼른 하고 뭘 할까 책을 뒤적이는데 뒤에서 양해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리를 안 쪽으로 비켜 달라는 이야기. 뭐 그정도야 하고 (일단 혼자이기도 하니) 안내 되는 쪽으로 갔는데 그래도 나름 뷰가 좋은 곳이라 그렇거니 하고 옮겨 앉았다.

 

테이블은 엉망인데 앉으라고 사람을 데려와 놓고, 내가 떠난 다른 테이블로 쪼르르 달려가 다섯명을 위해 열심히 안내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조금 불쾌한 마음을 갖고 일단은 앉아 있었다. 내가 앉은 테이블은 "닦아드릴게요"라고 한 뒤 먹다 남은 물컵 하나가 덩그라니 하나 놓여 있었고, 서빙하는 분은 다섯명을 모시느라 바쁘길래 벨을 눌러 의사를 표시했다.

 

아주 불쾌했지만, 내가 배가 고파서 그렇거니라고 생각하며 치워 준 뒤에도 다른 어떤 진행 사항이 없길래 다시 벨을 눌러 "물 주세요"했다. 식당에 도착한지 제법 되었고, 원하는 대로 자리도 비켜줬으며, 물은 셀프가 아닌 것 같은데 물을 주지 않으니 다시 기분이 나빠졌다. 나보다 나중에 온 다섯명의 일행은 물을 마시고 주문도 하고 있었다.

 

그래도 뭐 사사건건 짜증내면 서로 기분 나쁠 일 밖에 없으니 라는 나름의 참을 인으로 물 주세요를 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컵 하나에 물을 떠다 드려도 될까요?라는 질문. 다른 테이블은 모두 물병을 따로 준비해서 주는데 혼자 오는 손님에게는 물병을 따로 갖다 주는 것이 매우 귀찮은 건지 아니면 테이블이 만석이라 물병이 모자란 건지 모르겠지만 이 또한 불쾌했다. 왜냐면 목이 너무 말라서 물을 세네잔을 마셔야 할 것 같은데 이미 이 전부터 기분이 상해 있어서 솔직하고 당당하고 유쾌하게 이야기를 할 수 없을 것 같아 썩은 표정으로 "네 그러세요"했다.

 

표정이 썩어 있으니 왜 그런지 해서 나름의 서비스 정신을 발휘하신 서빙하는 아저씨는 "더우시죠? 에어컨 틀어드릴까요?" 했지만 이미 내 기분은 너무 별로라 더욱 썩은 표정으로 "아니요"했다. 사실 더운 날씨는 아니었고, 기름 요리를 하는 곳치고는 실내 공기가 쾌적한 편이었다.

 

어쨌든 나쁜 기분이 더욱 나빠진 나는 너그러움이라는 덕목을 모두 던져버리고 내 예전 자리에 앉은 5인 일행의 식탁이 먼저 채워지는 모습을 보며 (메뉴에 곁들여 나오는 사이드 접시가 먼저 나오기 시작) 분개하고 있었다.

 

기분도 상했는데 무슨 맛으로 먹겠나 싶어 그냥 나가버릴까 고민도 했지만, 시간도 아깝고 하니 일단 기다렸다.

 

 

 

 

내 음식은 언제 나오나 부글부글하며 기다리던 중 드디어 나왔다. 그릇 모양이 예쁘고 깔끔하다. 플레이팅이 나름 정갈하고 고급스러워 보인다. 음식을 본 첫인상은 양이 좀 작겠다. 심지어 기분이 별로라 양적인 면은 무척 "창렬스럽다" 라는 생각까지 했다. 다 먹어보니 위 크기가 그럭저럭한 여자들은 든든 할 수도 있겠고, 제법 많이 먹는다하는 남자에게는 적은 양이다 싶다.

 

위 메뉴는 정자역 토코카츠의 깻잎카츠로 겹겹이 쌓은 고기와 겹겹이 쌓은 깻잎이 튀김 옷 안에 함께 들어 있는 돈카츠다. 검은 종지에는 간장을 담아 먹고 흰 종지에는 돈카츠 소스를 담아 먹는 듯 하다. 돈카츠 소스는 좀 짜기 때문에 적당히 섭취하면 될 듯 하다. (개인의 취향에 맞게 알아서)

 

함께 나오는 샐러드 드레싱은 유자 및 레몬 혹은 귤 등의 달콤함과 새콤함을 버무린 소스. 입맛을 돋구기에 좋다. 25겹 돈카츠라는 메인메뉴는 바삭한 튀김옷을 입은 부드러운 고기, 육즙도 적당하다. 가격은 1만원. 저렴하다고 볼 수는 없는 가격이지만 점심시간 한 때이긴 해도 만석이 될 만큼의 맛이긴 하다.

 

 

 

 

깻잎 향이 조금 더 진하게 느껴지려나 하는 기대를 갖고 먹었지만 소스를 너무 팍팍 찍어서 그랬는지 (그런가 싶어 조금도 찍어먹어보고 그냥도 먹어봤지만 향은 잘 모르겠더라) 그 정도의 향은 느껴지지는 않았고, 아무 풀 이름을 갖다 대도 "그거구나?" 할지도 모를 느낌이긴 하다. 그러나 깻잎의 질감은 확실히 느껴지고, 깻잎이 씹히는 식감도 재미를 주는 편. 아삭한 것도 아니고 뭉개지는 것도 아니고, 물렁한 것도 아닌 말 그대로 재미다. 문제는 이 재미라는 게 호불호가 있을 것 같으니 주의.

 

무사히 식사를 마치긴 했지만, 불쾌한 기분을 한껏 느끼고 왔던지라 다음에 또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혼밥러에게 오피스 밀집지역에서의 점심식사는 고난이겠구나.

 

 

혼자 온 손님을 다른 테이블로 보낼 때는 최소한 이동할 테이블은 먼저 치워두고 부르는 것이 좋을 듯 하고, 그 사이에 일행이 있는 다른 손님들에게는 잠시 양해를 구하는 게 맞는 것 같다. 혼자 왔거나 같이 왔거나 먼저 온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없다는 데 짜증이 났다. 내 일행이 최소 둘이었다면 좀 더 신경을 썼을 듯 하다. 그리고 테이블 셋팅과 사이드가 나오는 순서도 혼자 왔다고 괜히 사람 앉혀놓고 구경만 하게 하지말고 ( ...) 먼저 왔다면 먼저 주시길. 당연히 나와야 하는 서비스에 대한 좀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식당이다.  

 

 

 

총평: 오늘 먹은 메뉴는 맛있긴 합니다만, 가격이 좀 있는 편이며 점심시간에 혼자 가는 경우 본의 아니게 불쾌해 질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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