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걸까, 사랑 불능자는 보시오

 

Lieben und Arbeiten. 사랑과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하는 것. 정신분석의 궁극적 목표다. 사랑과 일, 프로이트의 결론은 이러했다. 

 

프로이트가 생각한 인생, 삶이란 '사랑과 일'이었다. 프로이트 처럼 생각한다면, 우리가 얻은 삶의 결론으로 "사랑과 일"을 괜찮게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되지 않을까. 이쯤에서 우리는 힐링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괜찮아'라는 위로에 기대고만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여느 텍스트를 읽으며 잠시 '그래, 난 괜찮아' 정도로 생각하며 나의 아픔이나 상처에 대해서는 무심하게 지나가고 있지는 않나 스스로 점검해 봐야 하지 않나 해서 하는 말이다.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걸까?>는 책 제목에서 부터 물음표를 던진다. 제목은 이러하지만 내가 정말 너를 사랑하는지에 대한 답은 없다. 단지 사랑에 대한 이야기와 나에 대한 성찰이 있을 뿐, 너에 대해서는 별 다른 언급이 없다. 사랑의 주체가 '나'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이라는 게, 특히 연애에 있어서는 나 혼자 사랑한다고 될 일이 아니겠지만 결국 사랑을 하는 것도 사랑을 받는 것도 '나'다.

 

이전에 포스팅한 <아무도 울지 않는 연애는 없다>에서도 마찬가지 였다. 결국은 나를 보는 훈련이라는 게 관건. 알랭 드 보통의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또한 주인공의 연애사와 심리상태 묘사를 통해 사랑의 주체가 '나'라는 사실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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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5 [소울푸드: 리뷰/그리고 책을]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정신분석이 매우 매력적이라 느껴져 요즘은 김혜남 작가의 책을 종종 들여다 보는 중이다. 작가의 책을 보는 까닭은 정신분석이 매력적인 이유도 있다. 덧붙여 이렇게 저렇게 읽어두려 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열살, 스무살 더 먹었을 즈음에 그저 근거 없는 힐링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 근거 있는 힐링을 주는 사람이 되기 위함이다.  

 

 

그렇다. 책은 작가 본인의 이야기, 작가에게 찾아 온 내담자의 이야기, 영화 이야기들로 만들어졌다. 따끔한 충고로 너는 이러이러 하니 이렇게 하라 말하지 않는다. 사람들 사는 이야기나 옛날 이야기, 영화 이야기들을 빌려서 그러므로 '스스로를 이렇게 받아들여 보거라'고 한다.

 

제일 기억에도 남거니와 처음 부터 눈길을 끌었던 단어가 '사랑 불능자'였다.

 

생명이 값어치로 매겨지는 시대, 사람도 스펙을 갖추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스펙 갖추기에 바쁜 우리 20대에게 '불능'이라는 단어 만큼 무서운 것이 또 있을까. 그런데 안타깝게도 나는 그리고 당신은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그저 그렇게 바쁜 인간들 중 하나다. 그러나 책은 내가 불능, 혹은 무능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후천적이란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를 진단하고, 노력하라고 말한다.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를 읽으며 내 스스로 고장난 부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괜찮은 부분과 괜찮지 않은 부분들에 대해 하나씩 생각하면서 '나'를 진단했다. 가끔 생각해 보면, 괜찮은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했던 것들도 많더라.

 

그런 부분들 때문에 나 또한 나도 행복하지 않고, 상대방도 괴롭게 하는 그런 연애를 해 왔던 것이라 생각한다. 공부를 하면서 혹은 여행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에 대해 직면하는 연습을 하고보니 그랬다. 어느 정도 나에 대해 알고나서 보게 된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는 지금 나의 '사랑과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어디 쯤 성장했는지 다시 한 번 보게 해준다.

 

지금, 아직 성장 중이다. 그리고 제법 튼튼한 연애 중이다. 사랑을 하면, 혼자 자라는 그 때 보다, 내적 외적으로 숙성되고 성장할 시점이 더 많게 찾아오더라. 그래서 나는 사랑을 권하기를 주저하지 않겠다.

 

 

작가는 마지막에 말하길 "사랑을 온몸으로 껴안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자유롭다"고 했다. 사랑을 온몸으로 껴안는 출발점은 '나'를 알고, 나를 껴안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을 펴보길 바란다. 그 뿐이다, 당신도 사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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