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사다, 우여곡절의 이사준비
- 일상의 기록/실질주관리뷰
- 2015. 3. 24. 14:00
평소 '집'이라는 것의 가격에 대해 크게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화장품이나 옷처럼 조금 아끼거나 참으면 다음달에는 살 수 있는 항목의 물건도 아닐뿐더러 억대의 돈이 있을리도 없고 결혼 전까지는 부모님 집에서 회사를 오가기를 반복했기 때문에 집 값을 궁금해 할 일이 없더라.
결혼 후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전세금은 2년 사이 5000만원이 올랐다. 전세와 매매가의 차이가 많게는 5000만원, 적게는 1000만원 정도 밖에 나지 않자,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이런저런 고민 끝에 나도 집을 사기로 한다. 집을 산다와 사지 않는다의 의견은 각각이다. 사지 않겠다는 사람은 집 값이 반토막 날 것이므로 힘들어도 전세를 살겠다는 의견이다. 사겠다는 의견은 투기 목적이 아닌 거주의 목적이라면 사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결국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집을 사기로 했다. 곧 태어날 아기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이사 다닐 때마다 드는 비용을 따져본다면 큰 손해는 아닐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살면서 이사를 자주 다니지는 않았지만, 이사를 준비해보니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집을 알아보는데 드는 시간과 이사비용, 전세금의 상승 등을 따져보면 집을 사는 것도 크게 손해볼 일은 아니다. 내 집에서 사는 장점이 있다는 것도 매력적인 요소다. 전세는 빌려 사는 집이기 때문에 선반 하나 다는 것도 부착형 휴지걸이를 버리는 일도 내 맘 같지 않다. 내 집은 페인트를 칠해도, 타일을 떼었다가 붙여도 괜찮다.
전세금의 상승으로 갖고 있는 돈에 맞춰 2년마다 이사한다고 가정할 때 복비, 이사비용, 도배비용(합지)을 합한 가격이 한 회당 약 200만원 정도다. 이번 이사 갈 때 견적을 내보니 포장이사 비용 100만원, 복비 98만원, 도배는 실크벽지로 80만원이 들었다. 집을 넓혀서 가야하는 상황이라 평수도 넓히고 벽지도 오래 살 집이라 생각해서 실크를 쓰다보니 비용이 제법 들었다.
포장이사 알아볼 때, 사다리차 가격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지금 사는 집이 15층이라서 사다리차가 14만원, 이사갈 집이 8층이라서 10만원, 합이 24만원으로 순수 이사비용은 센터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겠으나 75만원에서 85만원 사이. 현재 사는 집은 15평 정도되는 아파트로 짐은 4톤 정도.
우리나라 갑을관계, 세입자에게 매너없는 집주인
결혼하고 처음 집을 보러 다니니 보는 눈이 없었다. 나름대로 잘 본다고 봤지만 세밀하게 관찰해서 발견한 것들이라 해도 베란다 천장에 곰팡이, 화장실이 더러움과 같은 부분이었다. 살던 집은 겨울에 환기 시키는 일에 인색하여 곰팡이가 있었다. 자세히 봤더니 베란다 창문과 창문 사이에도 참을 수 없는 곰팡이들이 살고 있었다. 주인 분에게 요청도 하고 자비도 들여 정리하고 들어왔다. 바닥은 또 어찌나 더러웠는지 닦아도 구정물이 계속 나왔다. 계약을 하기 전에도 걸렸던 부분은 곰팡이가 화장실 거울 안에도 덕지덕지 있었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할 수가 없어 그냥 참고 살기로 했다. 화장실 '거울 안'이라는 의미는 거울을 만들 때 유리층을 겹겹이 쌓아 만드는데 이 층 사이에 곰팡이가 산다는 것을 의미하며 거울을 바꾸지 않는 한 별다른 방법이 없다.
살던 집은 제일 꼭대기 층이라서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집주인 할머니의 흔쾌한 500을 깎아주겠다는 말에 계약을 하게 되었다. 그간 있었던 중간 과정은 생략하겠다.
그리고 2년 후, 이사를 가게 되었다. 워낙 교통이 좋고 안전한 동네라 둘이 산다면 계속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만 전세금이 5000만원이 올랐고 5000정도 올랐다면 차라리 집 값이 저렴한 동네로 넓게 사는 것이 방법이겠다 싶었다. 집을 사려면 대출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위에 기록해두었듯 이사비용에 대해 생각하면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겠지 싶은 마음도 있었다.
지저분하고 습하던 집을 갈고 닦아 그래도 정이 참 많이 들었다. 좋은 기억을 갖고 떠나나 했는데 집을 내놓고 사람들이 보러 오면서 때 아닌 갑의 횡포를 당하게된다.
그날 아침 집 주인은 집을 청소해야 잘 나간다는 문자를 내게 보냈다. 집을 내놓은지 1주일이나 지났으려나 (... ) 그래도 급한 마음에 그럴 수도 있겠지 싶어 알겠다고 답을 보냈다. 물론 청소상태가 매우 더럽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집을 보러 오는 신혼 부부들의 특성을 살펴보면 집의 상태보다 집 청소, 집이 깔끔하고 깨끗한지 여부를 보는 것인데 이것은 정작 중요한 부분을 놓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할 요소다. 집의 정리 상태에 집중하기 보다 천장 상태나 화장실에 곰팡이 같은 부분을 살피는 게 보다 합리적이다.
문제는 이 날 오후에 발생했다.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런데 무턱대고 딱 하루를 정해서 그날 본인들이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나가려 했던 시기가 한참 지난 어느날을 지정했다. 갈 집을 아직 정하지 못했고 오늘 보러 가기로 했으니 저녁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부동산에서 날짜를 바꿔가며 계속 전화를 걸어왔다. 4월 9일은 어떠니, 16일은 어떠니 야단났다. 답할 수 있는 최소한은 최대한 고려해서 날짜를 잡아보겠으나 우리에게도 시간을 달라는 이야기를 전할 뿐이었다.
말이 어떻게 와전되었는지 집주인은 우리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너희들이 이날도 되고 저날도 된다고 했다가 (다 된다고 한 적이 없다, 최대한 고려해서 집을 구해본다고 했지) 결국은 너희 마음대로 날짜를 정한다고 하느냐(날짜를 마음대로 정한건 저쪽이지 이쪽이 아니다)며 이번 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복비를 너희들이 내라는(아니 지금 집 내놓은지 열흘도 지나지 않았다. 게다가 우리는 전세계약이 2달 넘게 남아있는 상황, 집이 나가지 않더라도 쫓아낼 수 없다는 건 다 알고있는 사실)둥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쏟아부었다. 이 외에도 말도 안되는 무시와 협박들이 있었다. 당황스러워라.
일단 상황은 상황대로 두고 집을 알아보기로 했다. 아무리 상황을 설명하려 해도 대화가 통하지 않아서 집중해서 좋은 집을 알아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쓰다보니 분량폭발, 너무 길어서 다음 포스팅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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