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의 집, Don't Step Out Of The House
- 소울푸드: 리뷰/오늘은 영화
- 2012. 9. 26. 02:47
너저분한 반지하 방, 짓이겨진 새, 꼬질꼬질한 소년, 무거운 정적과 커다란 식칼.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불안하게 했다. 그러나, 잠시 후 짓이겨진 새는 다시 새장에서 파닥이고, 끌려나간 소년의 여동생은 차에 자리가 없다며 말끔한 모습으로 돌아온다.
영화 '남매의 집'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일상의 공간이 공포의 공간으로, 옆 집에 살 것만 같은 꼬마아이는 아이답지 않은 애매한 인간으로, 집으로 침입해 들어온 무법자는 저능한 괴한의 모습으로 관객 앞으로 다가온다.
영화 '남매의 집'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일상의 공간이 공포의 공간으로, 옆 집에 살 것만 같은 꼬마아이는 아이답지 않은 애매한 인간으로, 집으로 침입해 들어온 무법자는 저능한 괴한의 모습으로 관객 앞으로 다가온다.
'남매의 집'은 2009년 제8회 미장센 단편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나홍진, 김지운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감독들의 찬사를 받으며 관심을 모았다. "알지 못하는 존재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에 대한 표현, 커다란 세상에 비해 초라하고 나약하고 비좁은 사람들의 의식을 이야기한다. 더불어, 현실 속의 비현실 이미지를 영상에 담아 기괴한 느낌이 드러나도록 해 흥미와 긴장 뒤에 생각할 시간을 던져주는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남매의 집'의 감독 조성희의 말이다.
영화는 알지 못하는 존재, 그 존재가 두려움의 대상으로 들이닥쳤을 때의 인간 심리를 어린아이를 통해 묘사한다. 아빠가 올 때까지는 절대 집 밖으로 나갈수도 아무도 집 안으로 들일 수도 없는 남매는 오지 않는 아빠를 기다린다. 그리고 오지 않는 빨간펜 선생님을 기다린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상황 자체가 공포스러운 이 영화는 어이없는 불청객의 방문으로 또 다른 두려움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그냥 보기에는 정신병자에 노숙자 정도로 보이는 불청객들은 남매에게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는다. 하나는 존대말을 꼬박꼬박 쓰며 볼펜으로 학습지를 풀고, 하나는 여동생에게 끈적이며 달라 붙으려 하고, 다른 하나는 어눌하게 횡설수설하며 새를 죽이는 등의 폭력적이고 이상한 행동을 할 뿐이다.
불안감이 점차 고조되는 가운데, 영화는 온갖 의문점 투성이다.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현실감이 느껴지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비현실적인 상황은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게 하고 영화를 이쯤에서 그만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생각들이 무의미 해 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영화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초점을 맞추며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집안에 침입자가 들어왔을 때 집 밖으로 도망치거나 누군가에게 제대로 된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는 남매도 이상하지만 본인이 북두의 권 라오우라고 말하는 침입자나 죽은새가 약을 맞으면 살아난다는, 그리고 살아난 어처구니 없는 상황은 현상에 대한 이치에 맞는 관찰과 해석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성의 논리가 전체를 지배하지 않는 흐름속에서 영화를 보는 이들은 감각에 의존하게 된다. 영화는 보여지는 구체적인 잔인한 장면이 생략되면서 일어나지 않는 일에 대한 두려움을 증폭시키기도 하는데, 시각적으로 보여지지 않는 부분들에 대한 우려와 아역배우들의 정형화 되지 않은 연기가 실어주는 상상력의 무게도 여기에 한 몫을 더한다.
결국, 영화 속 공포의 결말은 타협이다. 남자아이의 머리가 오함마로 으깨지는 대신 여자아이가 집 밖으로 꽁꽁 싸매져 밖으로 나가버리기를 필자 또한 내심 바랐는지도 모른다. 남자아이가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났을 때 드는 안도와 함께 찾아오는 상실감으로
관객은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직면하게 된다. 게다가 '도덕과 윤리는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조건이라기 보다 세상을 회피하는 변명과 허위의 계율이다'라는 잡음처럼 들리는 라디오 방송은 견고하다고 확신 해 온 신념이 한 순간에 무의미해 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키기 까지 한다. 사람의 본질에 대해서, 그리고 '나'의 본질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묻고, 생각 해 볼 수 있는 영화, '남매의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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