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알바의 필담, 05. 진상손님 그들에게 고함 (진상 처세술)

 

지난 번 필담에서는 꿀알바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다. 꿀알바의 조건이란 길지 않은 근무시간, 적지 않은 급여, 약간의 개인시간이라며 주절주절 늘어놓았다. 지난 필담 제목이 "꿀알바의 희노애락"이었는데, 오늘 필담은 꿀알바의 희노애락 후속편이다. 제목을 "꿀알바의 역습"이라고 꿀알바 후속편답게 초점을 맞춰볼까 하다가 조금 더 디테일하게 어떤 역습인지를 구체적으로 풀어보겠다는 이야기.

 

 

 

 

오늘 알바의 필담에서는 진상손님 유형과 대처법에 대해 조근조근 적어보도록 하겠다. 진상손님과 관련된 글을 써야하니까 네이버에 "진상손님"이라고 쳤더니 가지가지 무궁무진하다. 학교에서는 안 가르쳐 주는 진상 처세술, 요가학원 데스크가 꿀알바라도 반전은 있다라는 주제로 이어간다. 꿀알바도 그냥 알바도 감당해야할 고갱님과의 힘겨운 사연 "Best 5"로 구성해보았다. 순위로 하면 박진감 넘칠까봐, 나만의 순위로 준비해보았으니 알바하면서 10년 묵은 체증들 내려가길 기원하겠다.

 

이런 진상 피하게 하소서 Best 5
5위. 센터 와서 때 벗기는 진상
모든 알바가 당면한 과제라고 한다면 '단골손님인데 진상' 과제를 들 수 있다. 그런데, 피트니스 센터나 운동학원 데스크의 경우

 

(출처: 아는 사람 이야기, 오묘)

 

이렇게 카라멜 라떼인데 카라멜을 빼고와 같은 귀여운 상황이 아닌, 구역질 나는 상황에 처할 때가 종종 있다. 내가 알던 그 손님은 발바닥이 검고, 몸에서는 쉰내가 났다. 필자가 일한 곳은 여성전용임에도 불구, 여성이라는 아름다움은 고사하고 센터 수건으로 발바닥에 시커먼 때를 벗기는 고갱님 때문에 많이 당황했다. 이런 경우 딱히 대응책이 없다는 것이 문제, 더욱이 가끔 가래를 끌어올려 새 수건에다가 뱉곤 했는데 자주 오는 일명 단골인 그 사람에게 건낼 수 있는 부탁은 "회원님, 수건에 침 뱉으시면 곤란합니다"라는 말 뿐이었다.

 

4위. 내 것도 내 거, 네 것 역시 내 것
지금도 역시 그렇지만 아르바이트를 쉬는 동안 나의 워너비 일자리는 고즈넉한 '카페'였다. 카페에도 차원이 다른 진상손님들이 있겠지만, 적어도 카페 테이블이 본인 거라고 우기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소소한 희망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회원중에 가끔 센터 사물함을 무료로 몰래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비용을 지불하셔야 합니다"하면, 반응은 나중에 주겠다하고 쏜 살 같이 사라지는 유형, 뺄 테니까 조용히 하라며 화 내는 유형 등 여러가지로 사물함과 관련된 비용을 받기 위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그래도 어쩌나, 알바로서의 사명감을 다해 끝까지 쫓아가 반드시 받아냈다.

 

3위. 무조건 점장 나오라는 진상
무조건 점장 나오라는 그 분도 계셨는데, 태도가 매우 불량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회비를 내지 않고 몇 주간 다니던 고갱님께서는 마주치면 안면몰수하고 운동을 하고 나와서 다시 안면몰수하고 쏜 살 같이 나갔다. "점장이랑 이야기 할게"라며 사람을 무시, 점장님께 물어봐도 서로 대화가 안되는 아줌마던데.  

 

2위. 전날 술 마시고 변기에 그러는 진상
핫요가 센터는 특성상 아침부터 저녁까지 "운동"이라는 건강한 활동이 이뤄지는 곳이다. 그런데, 종종 그 전날 과음하시고 변기에 실례다운 실례를 하시는 그런 사람들 꼭 있다. 누군지 다 안다. 다 알지만 사람 안면에다가 침 튀기며 "님이 그랬잖아요" 할 수는 없으니 더러운 그런 것들을 치우는 것도 알바 몫이다. 사람이 운동하다보면 대변이 마려울 수도 있고, 물이 마시고 싶을 수도 있고, 물 마시다가 흘릴 수도 있고 이건 다 아는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과음한 상태에서 와서 운동하다가 화장실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 건 기본 매너가 아니지. 몸이 그렇게 힘든데, 운동은 왜 하러 오나. "님 똥은 님이 치우자"

 

1위. 남의 돈 떼 먹으려는 진상

공짜 좋아하면 머리털 빠진다는데, 아닌 경우도 맞나보다. 손님 KS는 머리털이 많았으니까. 사사건건 모든걸 무료로 하려는 고갱님들이 간혹 있다. 물론 싸게 운동하고 싶고, 저렴하게 시설 이용하고 싶은 마음은 백 번도 더 이해한다. 하지만 최소한의 매너는 있어야 하겠다. 할인혜택을 받은 경우 운동복 대여는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해야 했는데, 하루에 천원 한 달에 만원인 운동복 대여비를 지불하지 않겠다며 실랑이가 있었던 것. 4위에 랭크된 모든 것이 나의 것이라는 마인드의 회원님들과는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4위의 고객님들은 어떻게 어르고 달래고 부탁하면 비용을 지불하지만, 남의 돈 떼 먹으려는 진상분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절대 돈을 내지 않는다. 이런 경우, 운동과 관련된 센터에서는 적절하게 둘러대서 해당 회원의 재등록을 받지 않는 방법이 있다.

 

학교에서는 안 가르쳐주는 진상 처세술

그렇다. 아무리 난리 쳐 봐야 알바는 가게 안에서의 위치도 을, 고객과의 관계에서도 을이다. 진상손님이 아무리 진상이고 인격이하라고 하더라도 여전히 여전히 그들의 위치가 갑임은 변함이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위치를 십분 활용하여 때 아닌 '갑 질'을 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더라.

 

단골 손님들이 친분을 핑계삼아 알바를 괴롭히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우리 알바들 당황하지 말자. 얼굴엔 미소를 말투는 단호함+10, 엄격함+12, 부드러움+50, 하지만 사용하는 언어는 친근감+20, 부드러운 단어선택+50으로 전달해야 할 상황을 정확하게 전해야 한다. 혜택을 줄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친절하지만 단호하게 끊을 줄 알아야 하고, 줄 수 있는 부분에서는 최대한 진심으로 전해주면 참말 좋겠지. 감정노동의 굴레로 힘든 우리들이 정줄을 놓지 않기를 바란다. 회원님들이 속상하게 한다고 갑자기 뚜껑열려서 멱살을 잡을 수는 없지 않은가.

 

"부드럽지만, 엄격하고, 친절하지만, 단호하게"가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입증해주는 실험이 있다. 스탠리 밀그램의 충격 기계와 권위에 대한 복종 실험이다. 실험에서는 실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작동하지 않는 가짜 전기 충격기계를 만들고 지원자들을 모아 한 사람에게 치명적일 정도로 강한 전기 충격을 가하라고 명령했다. 참가자들에게 학습과 관련된 실험이라고 소개한 뒤, 미리 고용해 둔 연기자가 전기 충격 기계가 달린 의자에 앉아 오답을 말할 때마다 전기 충격을 가하라는 미션이 주어지는 이 실험에서 62~65% 이상의 사람이 치명적인 해를 입힐 정도의 명령에 복종했다. 참가자들이 치명적인 해를 입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전기충격을 가한 이유는 실험자가 책임을 질테니 충격을 가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권위에 대한 복종이 사람을 잡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예다.

 

끔찍한 예이긴 하지만, 우리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심리학적 요소이기도 하다. 자본주의의 원리상 돈을 쥐고 있는 고객이 왕인 사실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매장 안에서 실질적인 권위가 있는 사람은 역으로 고객이 아니라 알바다. 돈을 쥐고 있는 고객 입장에서 다른 가게, 다른 매장에 가면 그만이긴 하겠지만 고객이 매장 안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부터는 알바는 가게를 알고, 매장을 어느정도 통솔 할 수 있으며 고객이 원하는 사항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으로서의 권위가 있다. 그러니까, 너무 쫄지말고 적절하게 실천해보자.

 

 "부드럽지만, 엄격하고, 친절하지만, 단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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