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 엘사와 안나 두 소녀의 자아실현

 

디즈니의 부활이라 할 만하다. 작품성 자체로 디즈니의 부활이라 하기에는 아쉬운 감이 있으나 일단 흥행에서 만큼은 성공적이다. <겨울왕국>의 시각적인 효과는 아름답다. 눈부시고, 차갑고, 아름답지만 결론은 따뜻함으로 마무리되는 동화중의 동화. 그런데, 아름다운 시각적인 효과를 아쉬움으로 남게하는 것이 영화의 스토리다. 그럼에도 <겨울왕국>을 디즈니의 부활이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영화의 흥행으로 한동안 조용했던 디즈니 공주의 계보를 사람들에게 다시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사실은 대중은 언제나 미디어의 영향과 미디어의 영향을 받은 군중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공주들을 떠올리게 한 것도 광고, 미디어의 영향일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시각효과를 받쳐주는 탄탄한 스토리가 없어서 그런지 어느정도의 입소문, 탄탄한 광고, 겨울이라는 시기적 특성에 때마침 한국에서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대폭 늘어난 연휴라는 기간적 특성도 흥행을 도왔다는 것이 <겨울왕국>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이다. 그래서 작품성 자체로 평가하기에는 실제 성적 위에 살짝 올려놓은 거품이 있지 않나라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디즈니, 공주의 계보를 잇는 <겨울왕국>의 엘사와 안나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출연한다고 해서 다 공주의 계보를 잇게 되는 것은 아니란다. 출신가문과 사회적 지위까지 고려해 선정단다는데, 지금까지 디즈니에서 인정한 공식적인 공주는 11명. 여기에 디즈니에게 큰 기쁨을 안겨준 <겨울왕국>의 엘사와 안나도 곧 포함 될 예정이라 한다.

 

디즈니 공주와 관련된 공식 홈페이지 (http://princess.disney.com/)에는 빛나는 11명의 공주들의 모습이 있다. 갤러리 쪽으로 가보면 '좋아하는 공주에게 방문해보세요'라는 문구 아래 공주들의 사진과 리스트가 정리되어 있다. 탄생순으로 보면 백설공주가 1937년으로 제일 처음인데 뒤에서 두 번째에 위치한 것으로 보아 탄생순서는 아닌가보다. 개인적으로 호감가는 공주가 인어공주 스타일인데, 인어공주가 처음 있는 것을 보니 그럼 인기순인가 싶기도 하다. 공주들은 1937년 백설공주인 스노우화이트를 시작으로 1950년 신데렐라, 59년 잠자는 숲속의 공주 오로라, 89년 인어공주 에리얼, 91년 미녀와 야수 벨의 순서대로 세계인을 판타지의 세계로 이끌었다. 모두 백인이다. 그러다가 처음으로 나타난 유색인종인 알라딘의 쟈스민 공주. 쟈스민 공주는 백설공주 이후 55년만에 등장한 아시아인이다. 그리고 95년 포카혼타스, 98년 뮬란이 모두 유색인종인 공주였다. 그러다 2010년 처음으로 흑인 공주가 등장했다. <공주와 개구리>의 티아나 공주다. 백설공주 탄생이후 무려 73년만의 일이다. 21세기, 인권이 인권다워지는 중이라지만 아직까지도 갈 길이 많이 남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데이터다. 다양한 대륙, 국가의 디즈니 공주들이 모이는 것이 평등의 척도라니 편협한 시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해도 좋다. 노파심에서 그런다고 말해도 괜찮다. 그저 다양한 인종이 어우러진 공주들의 모습을 마구마구 보고싶은 욕심이 든다. (11명의 디즈니 공주 중 7명의 백인, 겨울왕국 공주들이 추가되면 13명 중 9인) 그리고 2011년 라푼젤, 2012년이 메리다를 거쳐 2014년에는 <겨울왕국>의 엘사와 안나가 디즈니 공주로 대관식을 치를 예정이다.  

 

 

디즈니의 공식, 공주와 남자 그리고 키스

드라마, 혹은 영화를 통해 우리가 얻고 싶은 것은 아마도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로맨스와 판타지일 것이다. 월트디즈니의 이야기들은 로맨스와 판타지로 세계인들에게 꿈을 심어줬다. 디즈니를 포함한 픽사, 드림웍스 모두 모험과 우정을 포함한 아름다운 이야기로 모두에게 따뜻한 감수성을 준다. 그렇다면 디즈니가 갖는 작품의 차별성이라 할 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보니, 왕자와의 키스가 아닐지 싶다. 

 

약자인 동시에 아름다운 공주는 인간 내면의 보호받고 싶어하는 우리의 본성을 깨운다. 어른도 아이도 영화를 보는 순간만큼은 주인공과 내 마음속의 어린이와 동일시 되기 쉽다. 약한 자의 모습이지만 아름다움과 특별함을 가진 공주의 모습에 우리는 몰입하게 된다. 그리고 곧 우리는 공주를 돕는 핸섬하고 상냥하고 매너좋고 게다가 공주만큼 특별한 남주(남자주인공) 혹은 왕자가 나타나 돕는 모습에 내 인생에서 해결되지 않은 무언가가 해결되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뻔한 구조에 당신도 나도 빠져드는 이유는 이렇게 당연한듯 짜여진 공식과 흐름에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리고 디즈니, 픽사, 드림웍스는 100%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악당은 당연히 벌을 받고, 주인공들은 특별한 존재인데다가 착하기 때문에 나중에 행복하게 사는 해피앤딩의 종결이 공식이기 때문이다. 실제 현실처럼 착한 사람이 노력하다가 결국은 죽거나, 나쁜 사람은 계속 나쁘다가 성공하거나, 과하게 변덕스럽거나 눈물 쏙 빠지게 모진 캐릭터가 존재하지도 않는다.  

 

이런 공식 중, 왕자와의 키스는 디즈니가 아주 오래전 부터 이어 온 전통 같은 것에 포함된다. 공주들은 왕자를 만나 해결의 실마리를 얻곤 한다. 미녀와 야수의 야수를 훈남으로 바꾼것도,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일어나려면, 백성공주가 왕자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역시 키스가 필요했다. 키스라는 건 사랑의 증표이면서 월트디즈니사에게는 스토리를 풀어주는 열쇠였다. 

 

 

이렇게 왕자의 키스가 있어야 살아날 수 있었던 공주들은 점차적으로 왕자의 키스가 없어도 진취적이고 용맹하게 삶을 이끄는 주인공으로 자리잡아가기 시작한다. 심지어 <겨울왕국>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의 키스를 받아야 자신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음에도 당당히 포기하기까지 한다. 사랑이 꼭 남녀간의 사랑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을 외치기라도 하듯, 끈끈한 가족애가 그녀들을 살린다. 뭔가 뻔한 결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들을 살린 것은 남주, 혹은 왕자가 아닌 두 자매의 서로를 위하는 배려와 진심이었다는 놀라운 사실.  

 

<겨울왕국>에서는 두 자매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의 방식과 소통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동생 안나를 통해 사랑에 대해 깨달아 가는 과정을, 언니 엘사로 사랑하기 때문에 고립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사랑의 다른 모습을 묘사하기도한다.  

 

 

엘사, 안전에 대한 욕구를 넘어 자아실현으로 가는 길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나타냈다. 1단계는 생리적 욕구, 2단계 안전의 욕구, 3단계 소속과 애정의 욕구, 4단계 존경욕구, 5단계 자아실현의 욕구다. 매슬로우가 제시한 욕구단계는 앞서 제시한 단계의 욕구들을 순차적으로 거쳐야 다음 단계의 욕구를 원한다고 이야기하는데, 그의 이론에서 제일 강조하고자 하는 단계는 5단계 자아실현의 욕구라고 한다. 자아실현의 욕구에 대해 연구하는 수많은 연구이론이 모두 앞의 4단계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그 다음이 온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에서는 전 단계의 욕구가 후 단계의 욕구의 동기유발 단계라고 보았다.

 

두가지 상충하고 있는 욕구단계로 생각해볼 때, <겨울왕국>의 엘사의 욕구는 안전의 욕구(자신이 가진 능력을 컨트롤하지 못하면 위험하다)를 위해 소속과 애정의 욕구, 존경욕구를 포기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바로 자아실현을 향해 홀로 눈산에 올라갔었지. 엘사의 자유를 위한 선택이 결국 본인도 모르던 놀라운 능력을 발견하게 하긴 했지만 눈 산 위에 아름답게 지은 성 안에서 그다지 행복하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자아실현(뛰어난 능력 발견)으로 환하게 웃으며 기뻐하는 표정을 볼 수 있었지만, 곧 시들해졌다. 물론 그녀의 자유를 위한 선택이 제대로 된 자아실현은 아니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소속과 애정, 존경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상태, 혹은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추구하는 위태로운 자기애, 혹은 자아실현에 대한 열망은 위험하다는 걸 보여준다. 아무래도 <겨울왕국>으로 매슬로우의 욕구위계이론에서 순차적 단계를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입증해 준 듯한 기분이 든다.  

 

 

 

 

 

 


겨울왕국 (2014)

Frozen 
8.5
감독
크리스 벅, 제니퍼 리
출연
박지윤, 소연, 박혜나, 최원형, 윤승욱
정보
애니메이션, 어드벤처, 가족 | 미국 | 108 분 | 201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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