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회담, JTBC 특급예능 비정상회담의 인기비결

 

처음에는 별다른 기대가 없었다. 외국인이 나오는 프로그램으로 진력나게 봐 온 '미녀들의 수다'와 다를게 없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기 때문에 굳이 월요일 밤 11시에 본방을 사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가 첫 방송 이후 조금씩 포털을 통해 소식이 오르내리기 시작하니 어떤 형식으로 내용을 담았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재방송부터 보게된 <비정상회담>은 기대 이상이다. 정신없이 떠드는 출연진들 이야기를 듣다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는 것은 물론, 21세기 한국의 문제들을 에두르지 않고 정확하게 짚어내기 때문에 오히려 속이 시원하다.

 

초반 1,2회 때는 정신이 없고 산만하며 각자의 의견을 너무 감정적으로 내세우기 때문에 거북한 면도 있다는 평도 없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토론과 예능을 접목한 기획이니 만큼 거릴낄 것은 없었다. 또한 MC 전현무씨에 대한 평이 좋지 않아 안타까움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다 여겼는데 일부 시청자들에게 비친 모습은 달랐다. 인종차별로 여겨질 수 있는 모습이나 언행, 외모비하 발언으로 보여지는 발언은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찬찬히 보니 예민하게 살펴본다면 그럴수 있겠다 싶은 부분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9회를 거친 지금 이런 부분에 있어 조금 더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진행에 있어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다행이라 생각이 든다.   

 

(인기비결1)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담은 토론주제

<미녀들의 수다2> 종영 이후 공백이라 느낄만한 4년의 시간이 있었고, 지상파에서 솔직하게 표현하기 어려운 내용들을 포함한 <비정상회담>의 기획은 시청자들을 공략하기에 충분했다. 이번 주 방송까지 총 9회가 진행된 가운데 다음주는 추석특집을 앞두고 있다.

 

1회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못하는 청년, 2회 결혼 전 동거를 하는 청년, 3회 현실과 꿈에 대한 경계와 균형, 4회 남자를 모르는 여자 (여성들의 연애), 5회 성교육 필수과목 지정 및 각국의 교육, 6회 대인관계의 어려움과 사회생활, 7회 결혼이 숙제처럼 느껴지는 개인과 사회, 8회 서울살이, 9회 아들이 원하는 것을 다 해주는 부모

 

1회 부터 9회까지 주제를 보면 알겠지만 타깃으로 잡은 시청자는 '청년'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고민하는 20대 30대 그리고 청년기가 길어지는 추세에 있어 조금 더 넓게 보자면 40대까지 아우를 수 있는 주제 설정이다. 또한 주제를 독립 또는 결혼 혹은 동거, 성교육 등 한 단어로 콕 집어 설정한 것이 아니라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못하는 청년, 결혼 전 동거를 하는 청년 등 특정 고민을 자세하게 묘사함으로서 그 상황에 맞춰 각자의 찬반의견 혹은 각국의 문화를 이야기함으로 좁은 대화에서 넓은 대화로 자연스럽게 대화의 폭을 넓혀갈 수 있게 했다. 이런 설정은 부드럽게 대화를 이어나가기에 좋은 것은 물론 광범위하게만 느껴지는 주제의 어느 부분에 포커스를 맞출 수 있는지 방향을 잡아준다. 한편 우리나라 청년들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많은 부분 공감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겠지만 지상파에서 구체적인 주제로 언급하기를 꺼려하는 결혼전 동거와 같은 주제는 한번쯤은 누구나 생각해보고 진지하게 자신의 가치관을 확립해야 할 문제인 만큼 좋은 주제였다. 

 

흥미있는 진행과 매력적인 출연진으로 사랑을 받던 <미녀들의 수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명품백 "1개 or 짝퉁가방 10개를 고른다면" 등의 다소 무의미한 이야기들을 방출시키고 작가들의 무분별하게 개입함으로 비판을 받은 사례가 있다. 때문에 <비정상회담>은 이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앞으로도 토론의 주제와 방향을 잘 잡는다면 JTBC 특급예능의 자리를 꾸준히 지킬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인기비결 2) 3MC의 적절함과 매력적인 외국인 출연진

여심을 공략하면 성공한다. <비정상회담>은 다수의 매력남으로 구성된 G11이 등장한다. "전유성이에요"를 매회마다 맞춰가면서 이제는 제법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된 세명의 진행자는 남성만이 가질 수 있는 특유의 까불까불 개구진 모습과 드립력으로 진행과 웃음을 함께 선물한다. 중년 느낌이 물씬 나는 개그를 구사하는 전현무, 엄청난 드립력이 양념이 되는 유세윤, 적당한 유머와 대화를 진행하는 역할을 하는 성시경이 있어 각국의 특성과 문화가 이해도 되면서 재미도 있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

 

요즘 일반인을 출연자로 섭외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비정상회담>은 일반인이 출연진이다라고 정의하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다. 그냥 일반인이 아닌 특별한 일반인을 섭외했다. 각국의 비정상은 크건 작건 자신의 분야에서 어느정도 입지를 다진 사람들이 다수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비정상 기욤 패트리도 프로 게이머로 활동하며 준연예인의 생활을 하기도 했었고, 3회까지 출연한 올해의 탐험가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2008년 선정한 올해의 탐험가 제임스 후퍼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특별한 일반인이면서 동시에 외국인인 출연진을 섭외하는데 있어 캐릭터 설정이 성공적이다. 질풍노도의 상징처럼 보이는 호주청년 다니엘 스눅스 같은 인물이 있는가 하면 한국인 보다 더 한국인 같은 중장년 층과 이야기가 될 것만 같은 터키유생 에네스가 있다. 자유분방한 프랑스 청년 로빈이 있는가 하면 논리적이고 차분하게 자신이 생각한 것을 조리있게 전달하는 타일러 같은 미국청년도 있다.

 

 

벨기에에 있는 엄마가 운영하시는 펜션에 대해 귀엽게 홍보하는 수다쟁이 줄리안 같은 청년이 있다면, 역사 이야기에 유독 예민하고 부모님 이야기를 할 때면 눈시울을 붉히는 묵직한 느낌의 장위안 같은 청년도 있더라.  

 

 

찬반 의견을 가감없이 들을 수 있고 감정을 배제하지 않고 솔직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덕분에 각국 비정상들의 캐릭터는 빛이난다. 혹자는 감정적인 부분이 너무 과하다 느껴진다는 블로거 혹은 시청자도 있더라. 하지만 예능이니 만큼 감정선을 따라가며 어떤 부분에서는 즐겁다고 생각하고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화를 낼 수도 있겠다 정도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이렇다 저렇다 할 말은 많지만 역시 예능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자세는 조금은 편안한 시선, 그리고 이것저것 묻고 따지는 것이 아닌 '그렇구나'라는 자세가 아닐지. 예능을 보는 이유는 쉬고 싶어서라는 이유와 함께 출연하는 사람들의 인간미에 푹 빠지는 재미 때문일 것이다. 빅재미와 탄탄한 내용에 더해지는 웃음, 여기에 인간미도 넘치는 이 예능은 아무래도 롱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보며, 다음주도 <비정상회담> 본방을 꼭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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