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망생 일기, 03. 진로 때문에 고민이라면 꼭 해봐야 할 생각들

지망생 일기, 03. 진로 때문에 고민이라면 꼭 해봐야 할 생각들

 

"결국은 스스로 고민하게 되는 진로"에 이어서 계속되는 이야기.

 

무언가를 배운다는 건 사물과 현상에 대해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는 시각을 열어주고, 새로운 것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세상을 보는 안목, 때로는 열정을 불어넣어 주기도 한다. 건축은 사물에 대한 이해와 공간이 구성되고 형성되는 이유를 묻는 태도를 통해 여러번 생각하고 고치고 다듬는 작업을 반복하는 학문이다. 실제로 건물을 짓기 전 설계하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부모님 권유로 건축을 공부하게 된다. 멋진 건축가, 동시에 조형예술을 겸하는 예술가가 된다거나 무대디자인을 공부해서 뮤지컬 라이온킹의 무대연출가 줄리 테이머와 같은 인물과 같이 되는 즐거운 상상을 하기도 했다. 그럭저럭 점수 맞춰 무엇을 할까에 대한 고민없이 선택했고 막연하게 더 좋은 학교에 대한 열망으로 편입을 하기 위해 노력도 했다.

 

편입을 하기 전 부모님께서 나에게 권한 직업이 하나 더 있었는데, 학교를 얼른 마치고 여군 부사관을 가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또 다시 막연하게 그래볼까 하는 생각에 아무 근거 없는 그래볼까에 대한 고민이 지속되기 시작했다. 그 고민을 하던 중에 우연히 편입학원을 홍보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고, 또 다시 막연하게 그래볼까 하는 근거 없는 고민을 시작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스무살, 그 때는 막연하게 그래볼까라고 해서 시작한 일들이 대부분이었다.

 

공부를 더 해보고 싶은 생각보다 막연한 학벌에 대한 환상이 편입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했다. (그렇다고 편입을 해서 엄청난 학벌을 갖게 되었느냐하면, 전혀 아니다) 그 이후 부모님과의 마찰이 시작됐다. 아마 기억으로는 인생 중대사를 놓고 부모님 결정에 따르지 않은 처음 일어난 사건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아주 힘들었고 고된 일이었다.

 

부모님이 말리는 편입을 꼭 하겠다며 꾸역꾸역 말 안듣고 집을 나와 (아무래도 반항의 상징) 고시원에서 1년 넘게 생활을 하며 온갖 알바로 생활비를 벌어가며 무늬만 공부를 했다. 가진 건 어린 나이와 남들만큼은 부지런함 밖에 없을 때라 손쉬운 일보다 험한 일을 주로 하다보니 체력적으로 많이 밀렸다. 외모가 아주 예뻐서 시급이 높은 가게에서 일을 할 수 있다면 모를까 (예를 들면 휘트니스 인포, 고급 레스토랑 같은) 빼어난 외모는 아닌 탓에 버거운 일도 마다 않고 했다. 더욱이 스무살이라는 나이는 대부분의 매장들이 신뢰하지 않는 나이다. 돈을 버느라 힘이 들어서 공부는 하는 둥 마는 둥 했지만, 그럼에도 다시 오지 않을 20대의 시작이 대견하다. 내가 한 결정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의 힘으로 견뎌냈다는 사실만큼은 대견하다. 벌써 9년전이다. 지금 정신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할 수 없을 것이다.

 

어렵사리 편입을 하고,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게 된다. 건축학 전공은 5년제라 졸업도 힘겹게 했다. 역시 취업도 힘겨웠다. 생각해보면 쉽게 된 것은 없었다.

 

그렇게 열정을 다해서 이루기 위해 노력했는데, 어렵게 취업을 해서 어쩌면 건축가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나에게 하게 된 질문은 "내가 진짜 잘 하는게 뭘까?"다. 거의 7년,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다.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뜬금없이 든 것은 아니다. 일을 하는 중간에 겪는 어려움이 있었고, 공부를 하면서 겪게 된 나의 한계가 있었고, 계속되는 업무 스트레스로 드는 회의감이 있었다. 설계회사를 다니다가 힘에 부쳐 이직을 생각하는 순간 맞닥뜨리게 된 부모님과의 마찰도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간절하게 필요했던 나에게 득보다는 실이 컸다. 부모님이 원하는 회사에서는 1년 좀 넘게 일을 하다가 잘 말씀드리고 그만둘 수 있었다. 이제는 성인이기에 더욱 스스로 직면해야 할 문제다. 우리에게는 가끔 부모님이 실망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다른 일을 한다면 어떤 일이 좋을지 늦게나마 고민하게 되었다. 나에게 물었다. 왜 하고 싶은지, 앞으로 어떤 길을 가게 될지 생각한다. 그 일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은지, 오래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묻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다른 일을 한다면 재교육과정이 필요할 것이므로 여러가지 현실적인 문제도 고려해 본다.

 

오래 고민하는 듯 했지만, 결국은 또 다시 마음 끌리는대로 결정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스스로 생각하는 습관을 만들어서 도전한 일인 만큼 오래 걸리더라도 큰 그림을 그리며 갈 수 있었으면 한다. 15년 3월 심리치료(상담심리 관련) 교육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있다. 일반대학원 욕심도 있었지만 환경과 형편상 나에게 최고의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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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과 불합격의 갈림길에서 톡하고 건드리면 와르르 무너지는 유리멘탈 때문에 혼자 땅을 파기도 했다. 이쪽 분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나날이 높아져 경쟁률이 치솟아 입학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심리학이 있는 대학들 중 일부는 늘어나는 학생들을 더 받기위해 특수대학원을 새로 신설하기도 했다.

 

결국 진로는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 누군가 진로에 대해 고민 중이라면 자신이 생각하는 모든 결과에 "왜"를 붙여서 생각해보면 유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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