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농산 떡볶이, 수요미식회에서 추천한 북촌 쌀떡볶이

 

반평생 이상을 열심히도 챙겨먹은 간식이다. 떡볶이. <수요미식회>에서 떡볶이를 방송하는데 나도 모르게 집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 집중을 넘어선 다짐으로 방송분에서 제일로 추천한 집에 가보기로 한다. 맛집을 찾아다니는 편도 아니고 음식 앞에서 사진을 찍는 일을 제법 귀찮게 여기는 나에게는 획기적인 일이다.

 

 

점심은 삼청화에서 먹었다. 순두부찌개와 비빔면, 떡갈비를 먹었는데, 역시 이성을 챙기지 못해 사진은 찍지 못했다. 토요일 오후, 이곳도 줄이 제법 있었다. 1시 넘어 도착해 30분 정도 기다렸다. 가격은 일반 식사 주문시 일인당 6000원에서 8000원 정도. 두번째 방문인데 다시 와도 좋다. 명동에서 사기꾼들이 김 한 두장에 삼만원씩 판다는데, 그러느니 이런 곳에서 간소하게 식사를 하는게 몇 백배 낫지 않느냐는 것이 남편의 평이다.

 

 

동네의 특색이 잘 남아있는 북촌이 좋다. 중간에 비도 오고 여기저기 걸어다니느라 많은 사진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길 이름을 표시해둔 <골목길 문패>가 마음에 들어 사진에 담았다.  

 

 

 

<수요 미식회> 덕분에 사람이 굉장히 많다. 줄이 최소 50m 이상. 이 효과가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야 떡볶이를 먹을 수 있었다. 학교 다닐 때는 매일 같이 떡볶이를 사먹었고, 최근에 아기를 갖고 제일 많이 찾은 음식이 떡볶이다. 그래서 이렇게 줄이 길 것을 알면서도 왔다.

 

 

가격은 딱 분식집 가격. 길게 늘어선 줄 덕분에 점점 맛을 기대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데 ( ...)

 

 

가게 안은 거의 잔치 분위기, 장사가 너무 잘되서 동네 아주머니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일손을 거들어 주는 듯한 느낌이다. 쌀을 보관하던 창고에도 테이블을 놓아 사람들이 떡볶이를 섭취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뒀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사진에는 선명하게 나오지 못했지만 참새들이 쌀 포대 위에 앉아 있는 것도 볼 수 있다. 기다리다가 접한 슬픈 소식. 식혜 품절. 뭔가 허탈한 기분을 감추지 못하며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어 자리에 앉는다.

 

 

폭발적인 인기 때문인지 원래 그랬는지 선불로만 계산이 가능하다. 아주머니들은 철저히 분업화 되어 있다. 각자의 파트에서 열심히 순대 썰기를 하시는 분은 순대만, 서빙을 하시는 분은 서빙과 돈 받는 일을 하신다. 떡볶이 파트와 떡꼬치 파트, 오뎅 파트도 있더라.

 

드디어 우리도 먹는다. 떡볶이는 기다린 만큼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살짝 아쉬운 맛. 쌀떡인데도 간이 적당하다는 느낌은 굳. 식감이 좋고 국물이 맛있지만 굳이 표현하자면 우리가 다 아는 그맛. 그럼에도 먹어야 한다는 이유는 떡볶이의 정석 같은 느낌적인 느낌 때문이 아닐지. 남편에게 그래도 아딸(아빠 떡볶이 딸 튀김)이랑 풍년농산 떡볶이가 우리동네에 모두 있다면 난 이 떡볶이를 먹을 것도 같다고 했더니 남편은 아딸을 사먹겠다고 일축.

 

오히려 떡꼬치에게 후한 점수를 줄 것도 같은데, 떡꼬치는 바삭하고 맛있다. 바삭함 때문에 자꾸만 끌린다. 소스는 캐첩과 고추장의 중간 맛. 어딘지 모르게 양념치킨의 양념맛이 난다. 떡꼬치는 예전부터 인기품목이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풍년농산 앞에 줄은 두개로 길게 늘어서 있었는데 줄 하나는 안으로 들어와서 앉아서 먹기위한 줄, 나머지 하나는 떡꼬치와 식혜를 사갖고 바로 밖으로 빠지는 줄 이었다. 어쩐지 풍년농산 주변에는 떡꼬치를 씹으며 맛있다를 연발하는 남녀들이 많더라.

 

오뎅은 설명 생략. 그냥 오뎅맛이다.

 

 

식혜를 먹지 못하고 갈 것이라는 실망과 달리 그릇을 거의 비웠을 쯤 식혜가 등장했다. 사람들은 한 마음이 되어 여기저기에서 식혜를 외치기 시작했다. 우리도 늦을세라 두잔을 외친다. 식혜가 왔다.

 

식혜는 단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깔끔하다. 생강 맛이 진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떡볶이와 떡꼬치를 먹고 입가심하기에 딱 좋다. 끝맛이 남지 않아 깔끔하고 개운한 맛. 식혜가 급하게 나온 나머지 조금 덜 시원했는데, 조금 더 시원했다면 좋았을 걸 이라는 아쉬운 마음.

 

 

풍년농산 떡볶이를 다녀온 소감은 북촌에 들러서 떡볶이가 맛있다는 집에 다녀왔다 정도다. 너무 맛있어서 기절할 것만 같은 맛이라기 보다 소소하게 간식으로 찾고 싶은 맛.

 

북촌 데이트를 계획중에 있다면 돌아다니다가 한 번쯤 들러도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가격도 적당하고 만약 그 때도 줄이 길다면 줄 서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면서 떡볶이에 대한 기대를 함께 키워보는 건 어떨지. 떡볶이 맛이 아쉬웠던 이유는 방송에서도 그랬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들르기 때문이 아니었을지 하는 생각, 떡볶이는 졸여지면서 나는 맛이 있는 식품이라서 더욱 그렇지 싶기도 하다.

 

혹 나중에 북촌에 갔는데, 풍년농산이 한가하다면 아주 한가롭게 들어가서 잔뜩시켜 먹어봐야지.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