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자, 발리우드 (슬럼독 밀리어네어, 블랙, 세얼간이)

새해도 얼마 남지 않았고, 겨울이다. 겨울은 추우니까 따뜻한 방바닥에 눌러 앉아 열대몬순기후를 자랑하는 인도영화 한 편 어떤지 싶다. 인도 영화 산업을 통칭하는 말로 쓰이는 '발리우드(Bollywood)'는 인도 영화산업을 일컫는 말로 지금은 뭄바이(Mumbai)로 불리지만 이전에는 봄베이(Bombay)로 불렸던 도시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데서 생긴 이름이라고 네이버 사전은 말한다. 기나긴 러닝타임, 슬픔도 반드시 기쁨이 되어야만 하는 가끔은 어처구니없는 설정, 영화에 푸욱 빠져 있을 때 쯤 등장하는 살짝 당혹스러운 뮤지컬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마냥 훈훈한 발리우드 영화는 기나긴 겨울밤 우리의 외로운 심신을 지켜줄지도 모른다. 그래서 준비했다. 떠나자, 발리우드 !


슬럼독 밀리어네어 (2008), 인생은 여전히 물음표


인생에 대해 답을 구하는 중이라면, 이 영화를 통해서 아주 조금은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여전히 계급사회에서 살아가는 인도의 가장 어두운 부분을 꾹꾹 눌러 담았다. 단, 아주 속도감 있고 긴장감 넘치게.

영화는 퀴즈쇼 안에서 벌어지는 일과 자말의 인생을 절묘하게 편집해 인생이 퀴즈인지, 퀴즈가 인생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하루 하루를 살아 온 자말의 인생이 퀴즈쇼를 통해서 빛을 발하게 되는 순간,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모두 그의 인생을 응원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단지, 사랑하는 라티카를 만나기 위해 퀴즈쇼에 참여하게 된 자말. 퀴즈쇼의 매순간과 그가 살아 온 인생을 통해 인생의 모든 순간이 기회라는 사실을 알게 해주는 본격 액션 이면서 로맨스 그리고 범죄, 결국은 인생 드라마 '슬럼독 밀리어네어'다. 영화는 어리숙한 자말과 억척스러운 살림을 통해 끊임없이 인생을 저울질하게 한다. 발리우드의 당연한 수순인 해피앤드와 제일 마지막에 등장하는 다 함께 군무를 보면서도 마음이 편안해지기 보다는 오히려 '인생은 물음표로구나!'라는 물음을 남기는 영화, 인생은 물음표이기에 더 두근두근 하므로 이 쯤이면 추천할만하다.


블랙 (2005), 삶에 빛을 준 한 사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미셸과 사하이 선생을 만나 볼 것을 권한다. 영화 '블랙'이다. 아무것도 볼 수 없는 그녀를 불쌍히 여기고 베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스스로 일어 설 수 있도록 이끌어 준 사하이의 지독한 교육열은 교육자로서 감당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필자는 교육자가 아니지만서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겠으나, 중간에 사제지간의 정을 넘어서려는 과도한 감정이 개입되는 부분에 있어서는 약간 실망스럽기도 했다. 영화에서의 의도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이 미셸에게도 있었다라는 사실을 표현하려 했을 것이다라는 추측이 가능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성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려 했다는 점, 그 대상이 사하이였다는 점이 '블랙'이라는 영화 안에서 굉장히 이질적으로 느껴졌던 것 또한 사실이었다.

이 부분, 저 부분이 조금씩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영화는 충분히 감동적이므로 영화를 보게 된다면 겪게 될 그 외 많은 생각들과 영화에 대한 평가는 개인의 취향에 맡기겠다.  


세 얼간이 (2009), 가슴 뛰는 삶


심장이 멈춘 그대라면, 반드시 봐야 할 영화 '세 얼간이'(3 Idiots)다. '알이즈웰'을 외치고 싶은 그대라도 언제든 환영이다.

'세 얼간이'가 우리에게 더욱 가까이 마주할 수 있는 이유는 감히 100%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과 영화 속 사람들의 삶이 거의 일치하기 때문이다. 행복은 성적순이 되어버린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우리들도 일류 명문대를 향해서 앞으로, 앞으로만 전진해 온 '세 얼간이'속 학생들의 삶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좋아서 하는 게 그다지 없는 이 세상에서 가슴 뛰는 삶을 산다는 게 무엇인지를 말해주는 영화다. 너무 잘난 엄친아인듯 보이지만 사실은 스스로의 삶을 살지는 못했던 란초와 아버지의 꿈이 아닌 자신의 꿈을 생각하게 되는 파르한, 가난한 집을 위해서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어깨를 펴고 당당히 걷기 시작하는 라주의 꿈을 찾기위한 즐거운 인생이 담긴 영화다. 결코 즐겁지만은 않지만 즐거울 수 밖에 없는 영화, 이 겨울에 다 함께 외쳐보자 ! 알 이즈 웰, 그리고 새해에는 외쳐보자 ! 알 이즈 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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