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시대, 일상의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의 뉴스 바로보기

 

 

일상의 철학자가 전하는 뉴스 이야기. '왜'라는 질문이 빠진 일상에 '왜'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뉴스의 시대>는 뉴스라는 미디어가 뉴스 소비자를 통해 얻는것을 말해준다. 반대로 뉴스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뉴스를 통해 무엇을 어떻게 소비해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물건도 미디어도 심지어 사람까지도 끊임없이 소비되어야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똑똑한 소비자가 되기 위해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을 생략하고 살아가는 우리가 한 번쯤은 꼭 해봐야할 생각들이다.

 

 

책은 뉴스의 시작부터 뉴스와 비슷한 무엇을 만들었던 역사 그리고 뉴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1870년 플로베르는 신문이 조장하는 가장 멍청한 사고 패턴이라고 판단한 것들을 꾸준히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했다고. 

 

예산 언제나 수지가 안 맞는다.

가톨릭교 예술에 무척 좋은 영향을 끼쳐왔다.

개신교 노예들을 해방시켰다.

십자군 베네치아 무역에 이익을 줬다.

다이아몬드 그저 석탄에 불과하다니! 자연상태의 다이아몬드를 우연히 발견한다면 우리는 그걸 땅에서 줍기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운동 모든 병을 막아준다. 항상 추천한다.

사진 그림을 시대에 뒤진 것으로 만들 것이다.  

 P.82

 

필자가 뉴스에 멀미를 느끼기 전, 아니 그보다 훨씬 이전에 이미 위와 같은 상태로 글로 남긴 철학자가 있었다. 최근들어 뉴스를 가장 많이 본 기간은 세월호가 침몰한 시점부터 2주 동안이었다. 그리고 요즘은 뉴스를 거의 보지 않고 있다. 아니, 최근에는 최소한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고 있다. 2014년 4월 16일 그 시점부터 2주 동안 분노하거나 혹은 불안해하면서 뉴스를 습관적으로 켰다. 신문도 습관적으로 들췄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으리라. 길을 걷다가 어느 가게를 들어가도 뉴스는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뉴스보기를 멈췄다. 곧 중요한 시험이 임박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새로운 것도 없으면서 새로운 척하고 사회의 이런저런 불안을 조명하기 시작한 뉴스가 역겨웠다.

 

032   정작 문제는 우리가 더 많은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데 있는게 아니라, 우리가 접한 그 사실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른다는 데 있다.

 

세월호 사건 전후로 '기레기 기자'라며 반성문을 올린 KBS기자 40명의 양심고백도 있었고 온 국민의 슬픔을 이용해 자신이 조명 받고 싶어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무개념도 있었다. 그래서 머리를 맑게하고 무엇을 보고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기 위해 잠시 뉴스를 멈췄다.

 

 

뉴스를 파헤치고 분석하면 결국은 사회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할 이슈이며 이런 형태는 아주 오래 전 그리스에서 극으로 사람들에게 보여지고 근대에 들어서는 소설로 사람들에게 읽혀지기 시작한 것과 비슷하다. 연극과 소설은 보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생각하고 느낄 것들 예를 들어 사건의 원인, 주인공의 욕망을 사실적으로 이야기한다.

 

236  우리는 뉴스가 늘 우리 앞에 갖다놓고자 애쓰는 슬픔과 고통을 명확히 인식하는 한편, 거기에 고착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우리는 단순히 감정대로 행동하는 것을 인간다운 것이라 생각하는 데 워낙 익숙해서 가끔은 무덤덤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 또한 인간이 필수적으로 획득해야 하는 능력이라는 통찰을 간과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뉴스는 다르다. 뉴스는 감정도 편향된 의견도 갖고 있지 않은 모습으로 다가온다. 시청자나 구독자들에게 한 문장 혹은 한 문단으로 편집된 상태로 다가와 사실만을 전달한다는 맹세로 우리를 착각하게 한다. 수백명의 사상자에 대한 소식이나 끔찍하게 토막나 발견된 시체에 대해 단지 한 문장으로 전달되면서 읽힐 뿐이다. 여기에 소비자들은 겁먹고 동요하고 분노한다.

 

 

책은 8가지 큰 제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1. 프롤로그 2. 정치뉴스 3. 해외 뉴스 4. 경제 뉴스 5. 샐러브리티 뉴스

6. 재난 뉴스 7. 소비자 정보 뉴스 8. 결론

 

책은 뉴스의 소비자 입장으로 접근하기도 하고 뉴스의 제작자 입장에서 앞으로 가야할 비전을 제시하기도 한다. '미래의 뉴스라면 -해야 할 것'이라는 말도 종종한다. 그리고 뉴스를 소비하는 사람의 심리를 이를테면 선망, 불안, 질투, 통상적인 관념들과 같은 소제목으로 나눠 전한다. 알랭 드 보통의 생각에 무척 동의도 하고 평소 적절한 영감도 얻기 때문에 신간소식을 접하고 바로 읽게 된 <뉴스의 시대>가 말하는 정치, 해외, 유명인사 뉴스에 대한 그의 견해 일부를 아래 기록해 본다.

 

정치뉴스 028 

뉴스는 극소수의 사람들, 즉 왕, 수상, 군대 지휘관과 무역회사 고위 임원 같은 이들에게만 전달됐다.

 

저자는 우리에게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전해지던 중요한 정보가 모두를 위한 것이 되었지만 오히려 이 정보라는 것이 너무 많아서 우리를 혼란에 빠트릴 것을 염려한다. 아마 그의 의도는 이런 뉴스를 통해 무엇을 생각해야 할 지도 생각하라는 것. 좀 복잡하겠지만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이 그렇다.

 

해외뉴스 107

일반적인 뉴스가 셰익스피어 같은 솜씨로 작성되길 기대할 수는 없지만, 보편적인 것에 대해 셰익스피어만큼 관심을 기울이라고 요구 할 수는 있을 것이다. 특히나 어떤 특정한 사건이 어리둥절할 정도로 먼 나라 일처럼 보일 경우는 말이다.

 

뉴스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진짜 집중해야 할 것들을 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요즘 같은 인터넷 시대에 전해지는 해외뉴스는 잠시 클릭했다가 스크롤을 쭈욱 내려 대충 몇 문장을 읽고 나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만큼 읽을 거리가 많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 3초짜리 관심을 갖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이 부분은 나에게도 큰 딜레마다. 알랭 드 보통은 책에서 해외뉴스가 예술의 창작 과정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권하는데 그렇다면 핵심은 우리가 뉴스를 잘 보기 위해서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소양을 키우는 것, 그런 것도 실천 중 일부가 될 수 있겠다.  

 

 

샐러브리티 뉴스 202 203 205

02 유명해지고 싶다는 바람은,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존중받기가 거의 불가능한 세상에서 우리의 존엄성을 온전히 인정받으려는 욕망이라고 할 수 있다.

03 전형적인 유명인사의 유년기에는 (거의 틀림없이) 거절의 경험이 도사리고 있다.

05 모두가 유명해지고 싶어하는 사회는, 근본적으로 (넓은 의미에서) 여러 정치적 이유로 인해 평범한 삶을 살면서는 품위에 대한 자연스러운 욕구를 충족할 수 없는 사회다.

 

이 부분에서는 우리나라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초등학생의 장래희망 '1위가 연예인 2위가 운동선수'다. 말하자면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선망의 대상을 품고 있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샐럽이 되고 싶어한다. "모두가 유명해지고 싶어하는 사회는 근본적으로 평범한 삶을 살면서는 품위에 대한 자연스러운 욕구가 충족되지 않기 때문"일수도 있다는 그의 말이 안타깝게 다가왔다. 유명인이 우리에게 주는 좋은 기능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

 

책은 특히 유명인과 관련된 욕망에 대해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것에서 존재 가치를 두는 현상에 대해 심리학적으로 접근한다. 아무래도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자꾸 읽게되는 이유다.

 

 

 

 


내가 소비하는 뉴스는 공정하며 어느 것에도 치우치지 않은 것이라는 착각은 이로써 우둔한 뉴스 소비자도 똑똑하다는 착각을 갖게하기에 이른다. <뉴스의 시대>는 이와 같은 착각에 빠지지 않을 수 있게 경종을 울린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뉴스도 어떤 사람의 편견을 담은 분류 방식에 따라 편집되고 유통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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