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당신은 언제나 옳다

 

서른, 여자들에게는 설렘보다는 걱정으로 다가오는 숫자다.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는 여자를 크리스마스 케익에 비유한다.

 

"오대리. 그... 여자는 말야, 크리스마스 때 케익 같은거야.

24일이 지나면 떨이야 떨이. 그런데 오대리는 31일 밤이네? 곧 종치네?"

 

가뜩이나 조급증이 있던 나에게 적잖은 충격이었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건, 오은수(최강희 분)의 되받아치는 대사였다.

 

"난 아이스크림케익이에요! 꽝꽝 얼어 끄떡 없어요!"

 

그 때는 어렸다. 어느덧 서른 문턱에 와 있는 나는 나름대로 빨리 성공이나 성취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었다. <달콤한 나의 도시>의 은수의 사랑스러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목적을 향해 앞으로만 달려가던 때가 있었고, 20대 중반이 지난 이후에는 방향이 잘못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그래서 앞으로 가는 것을 잠시 멈추고 나름대로 현실이라는 것과 더불어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꽝꽝 얼어서 끄떡 없는 아이스크림이 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무턱대고 달리기만 했다면 아마 꽝꽝 얼었을지도 모른다. 예상이라기 보다 다짐이었을지도 모른다. 꽝꽝 얼어서라도 반드시 살아 남아야겠다는 다짐.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는 꽝꽝 얼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나와 같은 누군가에게 필요한 책이다. 정신분석학으로 심리를 적절하게 풀어주고, 서른살이 당면한 과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김혜남 선생님의 책은 이번이 세번째다.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걸까>(2002,갤리온), <어른으로 산다는 것>에 이어 읽게 된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2008,갤리온)는 작가 문체가 갖는 특유의 조근조근한 느낌 때문인지 초반 어디쯤 까지는 무척 지루하게 느껴졌다. 이미 너무 익숙해진 탓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필자는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e-book 시장도 그렇고, 서점을 돌아다니다 보면 별 생각없이 주절주절 말들을 늘어놓은 것 같은 책들이 있다. 요즘은 고단한 청춘의 심리를 이용한 힐링 마케팅도 문제지만 연애하고 싶은 청춘들을 타겟으로 하는 별 영양가 없어 보이는 책들도 많더라. 모든 책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연애와 관련된 자기계발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100권의 책보다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라는 한 권의 책을 권하고 싶다.

 

작가는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많은 영화를 보고, 책을 읽는다. 그리고 책을 쓰기 전에는 그와 관련된 논문을 먼저 쓴다고 한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책은 잘 읽히고 이해하기가 쉬우면서도 단번에 증발하지 않는 힘을 갖고 있다.

 

사랑과 무의식에 대한 상관관계를 다룬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걸까>, 성장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내면의 어린아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어른으로 산다는 것>에 이어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는 심리학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서른'에게 섬세한 위로를 전한다.

 

 

특히 책은 방어기제와 관련한 내용들도 설명되어 있고, 건강한 방어기제란 무엇인지도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다. 상담을 받는 일련의 과정이 사실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기간도 길고, 비용도 많이든다. 특히 정신분석을 토대로 한 상담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 한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보다는 살아가면서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직면하지 못하고 자꾸 피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짚어보겠다는 기대로 접근하는 것이 좋겠다.

 

우리는 "용기를 낼 것"도 기억해야겠다. 책은 서른이 절대 늦지 않은 나이이며 서른이라는 나이가 갖는 여러가지 장점이 있음을 말한다. 또한 드왈드라는 정신분석가는 "환자는 언제나 옳다"라고 했다고 하니, 당신도 옳다. 이유는 그가 어떤 증상을 보이든 당시 그로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신분석에서의 심리치료는 내담자를 '환자'라고 부르는데, 나는 가끔 이 단어가 싫더라.

 

그렇다. 누구나 하나쯤은 갖고 있는 방어기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당신이 옳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많은 위로를 받은 것도 사실이다. (나는 방어기제가 무척 많은 사람이라서)

 

진지하게 하지만 아주 짧게 정리해보는 방어기제

입시 후 아직 좋은 소식이 없어 심리학 이론서적이나 심리학개론 책은 모두 던져버리고 싶지만, 용어가 나왔으니 겸사겸사 정리해 본다.

 

방어기제: 방어기제는 자아가 신경증적 불안에 대처하기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방어의 목적은 자아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개인이 사용하는 방어는 개인의 발달 수준과 불안 정도에 따라 다르다. 형태는 부인형(부인, 투사, 합리화), 신경증형(억압, 반동형성, 치환), 강박형(격리, 취소행동), 적응형(억제, 승화)의 형태로 나눌 수 있다.

 

** 더욱 자세한 내용을 알고싶다면 심리학 이론서적을 참고해 보는 것이 좋겠다.

 

 

차가운 현실에 성큼성큼 앞으로 나서기는 겁나고, 무턱대고 방황하기에는 너무 철이 들어버린 당신에게 전해줄 위로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생각이 많아지는 무거운 여름이라면 더욱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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