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육아의 괴로움, 아기 목욕 도전기
- 육아를 위한 레시피/엄마사람으로 산다는 것
- 2015. 9. 15. 21:00
우리 아기는 밤에도 낮에도 나름 잘 자는 줄 알았다. 잘 자는 것은 오늘 새벽 이후로 과거일이 되어 버렸다. 새벽에 아기가 자꾸 눈을 말똥말똥 (... ) 이렇게 초롱초롱하고 선한 눈이 무서울 수도 있다는 걸 알아버렸다.
Photo say. 2015년 9월 14일, 청소기를 돌려도 몹시 잘자는 아기소담
조리원에 있다가 집에 오고 처음에는 새벽 1시쯤 잠들던 아이가 가끔은 2시쯤 잠에 들더니 어제는 새벽 4시까지 놀아달라고 자꾸 뭐라뭐라 하더라. 고맙게도 아이는 울지는 않았다. 할 수 있는 옹아리나 칭얼거림으로 나를 자주 불렀다. 어제 낮에는 밤잠을 자는 것처럼 너무 잘 자길래 신나게 청소기도 돌리고 집안일도 했다. 밤에 안자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역시 그랬다.
지난주까지 낮에는 산후도우미 아줌마가 오시고 밤에는 시어머니가 오셔서 아기를 돌봐주셨다. 낮에는 너무 잘 자는 아기가 걱정이되서 미리 깨워서 먹이고 목욕도 시켰다. 일부러 깨울 때가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어머님이 계실 때는 좀 늦지만 새벽에 잘 자는 편이었다. 하지만 어제는 괴로웠다.
지금도 아기는 잘잔다. 난 또 다시 신나게 할 일을 한다. 아기가 무언가를 조금씩 알게되자 잠투정이라는 것도 하게 되었다. 좀 전에 잠투정을 하는 아기를 재우면서 나도 슬쩍 쪽잠을 잤다. 밤 낮으로 쪽잠을 잔다. 엄마들이 말하길 100일의 기적, 100일의 기적하는데 이래서 100일의 기적을 다들 찾나 싶다.
"아기는 울고, 누워있고, 기저귀 찬 애"라고 생각만 하던 내가 어제는 혼자 갓난 애와 24시간 함께해 봤다. 태어나서 처음 목을 못 가누는 아기 목욕도 시켜본다. 너무 서투르다, 이렇게 답답하다니, 산후도우미 아줌마는 전문가셨다 등등의 생각을 하게 되더라. 아기는 불편한지 동네가 떠나가라 울었다. 마음이 급하고 어쩔 줄 모르겠다는 건 둘째치고 허리와 목과 손목이 아팠다. 어머님은 목욕이 제일 걱정이신지 못하겠으면 연락하라셨다. 물론 혼자 해보는 일은 겁이 나고 내가 나를 못 믿겠고 몸이 여기저기 쑤시니 피하고 싶기도 했다. 그래도 언제까지 피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일단 해봤다. 결과는 엉망이다. 아이를 씻긴게 아니고 물에 넣었다 뺐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려나 싶다. 그래도 아기를 물에 담궜다 뺐다는 사실 하나로 일단은 만족하기로 한다.
그리고 오늘, 다시 목욕에 도전했다. 어제는 도전하는데 의의가 있었으니 오늘은 그래도 좀 더 잘 씻기는데 목표를 둔다. 또 헤맬것 같아서 여러 번 산후도우미 아줌마가 씻기던 모습을 상상해보고, 어머님이 목욕시키던 모습도 상상해본다. 그걸로는 안되니 다른 엄마들은 어찌 목욕을 시키나 인터넷 검색을 한다. 네이버에 아기 목욕시키는 법이 잘 나와 있더라. 아기 얼굴을 씻기고, 머리를 감기고, 몸을 씻긴다. 나도 다 아는데 아는데 안다고 목욕시키는게 그냥 되는게 아니더라. 어쨌든 글로만 배운 목욕을 오늘은 두 번째 실천했다. 어제보다 아기도 덜 울고, 나름대로 씻겨야 하는 부위도 어제보다는 잘 씻겼다. 조리원에서 퇴실교육을 할 때 아기 목욕 시키는 법을 자세히 알려주는데 분명 사타구니와 겨드랑이를 잘 닦아주라 했다. 음 ( ...) 내일은 더 잘 닦아줘야지.
글로 배우면 쉬운 아기목욕, 여기에도 기록해 둔다.
그랬다. 퇴실 교육 받을 때만해도 그럭저럭 쉬울 줄 알았더니 실전은 아니었다.
그래도 목욕도 시켜보고 했더니 나름 뿌듯하다. 게다가 아기를 낳고 집으로 돌아와 2주 동안 늘 낯선 누군가와 함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무척 불편했는데 이제는 아기와 (오붓하게는 아니지만) 어쨌든 둘이 있을 수 있으니 혼자 무엇이든 끄적일 시간이 생긴 것도 좋다.
그나저나 얼른, 하루 빨리, 속히 아기 데리고 자유롭게 외출하고 싶다. 어디 나갈데도 없지만 그냥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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