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달의 불안감과 함께 챙겨보는 여름 출산가방

 

어느덧 출산 예정일을 10일 앞두고 있다. 토요일에는 <더 지니어스>를 보다가 문득 아기가 태어나면 이 시간에 이걸 보고 있기는 힘들겠지 라는 생각이 들어 갑작스러운 두려움이 물밀듯 몰려왔다. 그것은 출산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자유가 사라질 것에 대한 염려다.

 

시간을 오직 내 것으로만 소유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아닐 것이라 생각하니 걱정이 먼저 앞선다. 그래서 요즘은 부쩍 커피 마시러 등의 이유로 재택알바도 할 겸 집 앞 카페를 많이 찾는다. 예정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니 출산 후 당분간은 카페인을 섭취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듯. 웃프게도 가서 커피말고 빵도 사먹다보니 알바비보다 빵 값이 더 나온다.

 

출산용품을 모두 사고, 8월 초부터는 부랴부랴 출산가방을 챙기기 시작한다. 출산용품 혹은 아기용품을 사는데 넉넉하게 200만원 정도 드는 듯 하다. 물론 밑도 끝도 없이 좋은 것을 찾다보면 딱 얼마라고 정하긴 어려울 듯 하다. 차가 없으니 카시트는 사지 않았고, 유모차는 할머니가 선물해준다 했으니 기다리는 중이고 여기저기서 얻어올 수 있는 물건들을 얻어왔더니 60만원 정도의 지출이 있었다. 그나마 가격이 좀 나가는 바운서, 아기침대, 유모차를 선물로 받거나 얻었으니 다행이다. 어쩌다보니 이웃 신생아와 시기가 맞아 겉싸개, 속싸개, 배냇 저고리, 간단한 내의도 제법 얻을 수 있었다.

 

 

평생 살림이나 세탁, 더욱이 삶기나 소독 등의 단어와는 전혀 친분이 없었는데 내가 입는거라면 대충 세탁기에 넣고 돌려 입던 나는 삶기나 소독이라는 단어에도 조금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기 옷은 미리 빨아줘야 하기 때문에 뭔가 귀찮은 과정들을 거치기 시작. 가제수건은 선물과 사은품 등으로 받은 열 몇장 외에 밤부베베 가제수건을 샀다. 푹푹 삶아볼까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굳이 삶을 필요 없다길래 베이킹소다에 담궈뒀다가 탈수를 해줬다. 밤부베베 수건은 처음부터 삶는 과정을 거치면 천이 빨리 상한다길래 그래도 삶을까 했었다. 그러다가 오래 쓰고 싶은 마음에 삶는 건 지저분하게 묻으면 (다음에) 실행하기로 했다. 수건을 사면 제품 설명에도 바로 삶지 말고, 두 세번 쯤 세탁 후에 삶으라고 되어 있던데 괜히 신생아가 쓰는 물건이니 깨끗해야 하지 않나 하는 강박에 사로잡혀 극심한 결정장애를 앓으며 고민하고 또 했다. 결론은 삶지 않는 것으로.

 

아기 빨래를 해야하는 시점인 36주 쯤, 해는 나지 않고 구름과 비만 반복되는 날씨에 햇빛에 말리기는 포기하고 방에 널어두고 제습기 돌리기로 아쉽게 마무리했다. 잘 마른 가제수건은 예쁘게 접어서 향균 지퍼백에 넣어 보관한다. 사실 향균 지퍼백 까지 쓸 생각은 없었으나 왜 그런지 깨끗하게 보관될 것만 같은 생각에 주부 블로거들을 따라서 그냥 해본다. 살림에는 그닥 주관이 없으므로 앞으로도 졸졸 따라할 듯 싶다.

 

 

아기 배냇저고리, 속싸개, 손싸개, 발싸개도 한 번씩 빨래해준다. 세탁 후 집에 보관할 아이들은 서랍에 잘 챙겨두고, 조리원에 챙겨갈 것들은 지퍼백에 어떻게 해서든 담는다. 속싸개는 두개정도 챙겨가긴 하지만 저것도 덥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삶고 탈수하고 말리는 과정을 거친 기저귀 천도 세장 정도 함께 챙겨뒀다. 기저귀천은 아기 목욕수건으로 사용하고, 여름에는 이불 대용으로 덮어주기 좋다고 해서 열장정도 구입해뒀다. 혹시 몰라 겉싸개도 세탁해서 챙겨두긴 했는데 사실은 너무 더워서 필요없을 확률이 크다. 어떤 주부님은 챙기고 다른 주부님은 안챙겨서 그냥 챙겨보기로 했다. 그나마 여름 출산가방은 비교적 단촐한 편이라 한다. (그도 그럴것이 옷 부피가 일단은 작으니까) 여름 출산의 유일한 장점을 하나 찾았다.

 

출산가방이라는 것을 챙기는 나의 심경은 떠나는 이 여행이 극기훈련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왜 그런지 설레는 유년시절의 그 마음인데 조금 더 무서운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엄마 짐은 30년 살아서 잔뜩인데, 아기 짐은 생각보다 단촐해서 놀랐다.

 

뭔가 특별할 것 없이 그저 남들가는 조리원도 갈 예정이고 하니 아주 평범하게 순산하고 싶다. 아주 평범하긴한데, 마치 출산의 신인 것 마냥 출산하는 것은 안되려나. 예를들어 힘 세번 줬는데 아기가 나왔어요 같은. (오호호호, 제발)

 

 

출산가방은 다음주가 출산예정인데 아직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았다. 미리 넣어둘 수 있는 것들을 넣어둘 예정, 가방을 싸다보니 캐리어에 한꺼번에 담는게 나을까도 싶어 고민 중이다.

 

 

출산가방에 챙겨보는 것들: 엄마물건

산모수첩, 신분증, 산후조리원 계약서, 수첩, 필기구, 수유브라2, 팬티5, 손톱깎이, 레깅스2, 얇은 가디건, 퇴원복, 양말2, 수면양말1, 손목보호대, 수건3, 세탁망, 물티슈 (아기+엄마),

맘스마일(혹시 달달한게 먹고 싶을까봐), 철분제, 빨대, 텀블러, 슬리퍼, 폰 충전기, 

수유패드, 수유팩, 생리대

세면도구, 개인적으로 쓰는 화장품, 튼살크림과 오일, 인공눈물(임신 후 눈이 엄청 건조해서)

손세정제, 핸드크림, 칫솔, 치약, 가글(임산부용), 머리끈, 빗

 

출산가방에 챙겨보는 것들: 아기

겉싸개1, 속싸개2, 배냇저고리2, 가제수건15, 손싸개2, 발싸개2,

초점책 (아기와 있을 때 생각 외로 유용하다는 소문)

 

 

반 정도 챙겨뒀으니, 나머지는 금방 싸겠지 한다. 이렇게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그래도 요즘, 밤에는 제법 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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