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남자 그리고 연애'에 대한 착각,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착각 마저도 황홀하게 하는 것, 이것이 연애다. 관심있는 상대에게 한 없이 빠져서 상대의 무의미한 찡긋 한 번에도 오만가지 의미를 가져다 붙이는 당신을 위한 영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는 착각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그 혹은 그녀를 위한 영화다.

 

'로맨틱 코미디'로 분류되는 영화는 되도록이면 한 번만 보자는 주의다. 그러나 어쩌다보니 두 번 보게 된 영화. 다시 봤더니 두번 봐도 괜찮다.

 

영화는 우리의 착각을 제법 위트있게 표현한다. 여기서 '우리'라고 부르는 이유는 필자 또한 비극의 시작과 착각의 늪을 오가던 경험이 있기 때문. 시간이 지나 문득 떠오를 때면 이불쓰고 하이킥을 날리고 싶은 순간들이 있었다. 그래도 지금은 괜찮다. 이불쓰고 하이킥의 시절을 지나 어느덧 그런 일도 소소한 추억인 아줌마가 되었으니. (문제가 있다면 흑역사는 여전히 또렷한 기억 속에 방울 방울 ... 또르르)

 

영화를 조금 더 일찍 봤다면 좋았겠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착각은 줄이고 가상 연애와 이별해보자는 의미로 준비했다. 영화 속 인물의 행동, 커플들의 연애를 통해 본인의 '연애'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이번 포스팅에서는 영화의 메인이 되는 알렉스와 지지 커플의 이야기로 꾸려본다.

 

영화의 시작은 여자의 의문문 "왜?"를 한번 더 생각해보게 한다. 비극은 어릴적 나를 때리고 도망치는 못난 남자 아이 때문에 시작된다. 집에 와서 말했더니 엄마가 [다 널 좋아한다는 뜻이야]라고 말해주니까. 성인이 되면 이 못난 망상은 '그는 관심이 있지만 연락을 할 수 없을 뿐'으로 확대된다.

 

 

그 남자는 왜 연락이 없을까, 전화 안하는 그 남자의 진심이 궁금할 필요가 없다

 

영화에서 지지(지니퍼 굿윈 분)는 그럭저럭 귀여운 타입. 그러나 귀여운 타입일 뿐 행동 패턴을 보면 좋게 말해 푼수 나쁘게 말하면 연애고자다. 누군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면 자신의 일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단 한번의 만남을 곱씹으며 직장동료, 친한 친구에게 계속해서 확인을 받는다. 주된 상담내용은 "먼저 전화해도 될까?" 이유는 연락이 안오니까 궁금해서다. (안타깝게도 그녀의 이름조차 지지 GG) 

 

일도 운동도 심지어 샤워를 하는 것도 전화가 올까봐 조심스럽다. 영화를 보다보면 제 3자의 시선으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얼마나 안쓰러운지, 더불어 객관적으로 바라보다보니 "왜 연락이 없어?"라고 여러번 물을 필요가 없다는 것도 너무나 직접적으로 깨닫게 된다. 그저 관심 없어서다. 영화에서는 '반하지 않아서'라는 표현을 쓴다.

 

 

작은 호의에 큰 의미를 두지 말자, 날뛰는 감정을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지지는 명함을 건네며 '연락할게요'라는 말 한마디에 설레는 여자다. 이렇다보니 자주 들르는 음식점 주인 알렉스(저스틴 롱 분)의 연락과 작은 호의 및 연애상담에 어느덧 큰 의미를 두게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그의 작은 몸짓 하나 헛기침 한 번에도 반응하다보니 알렉스의 작은 호의 예를 들어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파티를 하는데 참석하지 않겠냐는 내용의 연락에도 무궁무진한 의미를 부여하는데, 결국 이런 '나만의 착각'들이 적립되어 뜬금없이 고백하는 불상사를 맞게된다.

 

연락이 오니까 반했다는 것으로 혼자 단정, 늘 그랬듯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기지를 발휘해 무엇에 홀린 듯 고백한다. 결과는 처참하다. 그의 논리는 [그래서 내가 데이트 신청을 했느냐]는 것.

 

오 맙소사, 우리는 연락의 빈도수와 그의 호의, 호감지수를 살펴야 할 뿐 아니라 데이트 신청까지 기다렸어야 했던 것이다.

 

 

영화는 연애의 시작은 '연락'이며 연락의 유무는 관심의 유무와 관계가 있다는 명제를 두고 진행된다. 영화의 설정은 이러하고, 제목은 단호하게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라고 정했지만 영화 내용 자체는 전혀 논리적이지 않다는 것은 함정이다. 영화에서 중간에 뜬금없이 '알렉스가 사실은 내가 그녀를 좋아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게되고 알렉스와 지지는 결국 사랑에 빠진다는 결말로 마지막이 장식된다. 그러니까 소제목을 "날뛰는 감정을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적었지만 영화 내용과 일맥상통하지 않아 고민이다. 어쨌든 정리하자면 사랑에 빠지더라도 어느 정도 '평정심'이라는 것을 찾기 위해 노력해보자 정도. 알렉스에 대입해서 생각해보자면 이성에게 호감을 표시할 때, 어떤 마음에서 시간과 정성을 쏟고 있는지 생각을 좀 해보자는 정도가 되겠다.  

 

영화는 연애하고 싶은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막연한 '기다림'이라는 숙제를 던져주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연애와 사랑에 대해서 진득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래서 이 봄에 혼자라서 왜 그런지 모르게 쓸쓸하다면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이라 좀 식상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볼만한 이 영화 어떤지.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