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스튜디오 촬영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 육아를 위한 레시피/엄마사람으로 산다는 것
- 2015. 6. 1. 21:30
Photo say. 2015년 4월 12일 분당 탄천 공원 어디 쯤, 티순이 만날 날을 기다리며
어릴적, 엄마가 되길 희망했느냐 하면 아니었다. 결혼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다가 결혼 후에는 엄마가 된다면 이라는 생각을 제법 하게 된다. 임신 사실을 알게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폭풍 입덧이 시작되었다. 매일 같이 토하고 먹기를 반복했다. 계속해서 토하다보니 무슨 보상 심리인지 더 먹게 되었다. 임신 후기로 들어선 지금 늘어난 몸무게를 세보니 몸무게의 대부분은 입덧이 가장 심했던 그 때 모두 찌운 것이더라.
그 때는 그랬다. 먹고 토하고를 반복하고 울렁거림과 불편함으로 누워 있거나 텔레비전 앞을 지키며 아무거나 입에 넣었다. 가끔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에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다가도 내 몸을 내 맘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절망감에 울컥해서 엉엉 울기도 했다.
나를 가졌을 때 10개월이나 입덧을 했다는 우리 엄마 마음을 아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엄마의 외로움, 엄마의 절망, 당시 느꼈을 엄마의 걱정이 어떤 것이었는지 알 것 같았다.
임신 중기에 들어서자 점차 입덧이 사라지고 출산의 고통에 대한 걱정이 물밀듯 몰려오기 시작한다. 임신 초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어진 나약한 자신 때문에 우울해 졌다면 이제는 앞으로 다가올 일에 대한 걱정, 결혼 후 단절된 인간관계에 대한 좌절로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임신 후기에 들어선 요즘은 몸이 느려짐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이 제약된다는 사실과 잠을 자더라도 개운치 않은 상황의 반복으로 답답하다는 느낌. 어제는 하루 일과를 끝내고 집에서 쉬다가 그 동안 미뤄 온 집안일을 하려고 계획했는데, 시댁 어른들의 갑작스런 방문 소식을 듣고는 기분 나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엄마가 여유있고 넉넉한 사람이어야 하는데, 난 참말 그런 그릇은 못된다. 몸 상태도 좋지 못한데다 토요일에는 만삭 촬영 다녀오느라 당일은 교회에 다녀오느라 이미 지칠대로 지친 상태. 평일에는 대학원 공부와 재택 알바, 성의 없이 하는 집안일로도 이미 많이 벅차다. 마음을 풀어주느라 고생한 남편 덕에 그래도 어찌어찌 상을 잘 차리고 준비를 하긴 했지만, 손님이 모두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 뒤 계획했던 일을 아무것도 못했다는 허탈감 때문에 또 다시 엄청난 우울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 우울감은 오늘 아침까지 이어져 오전 오후 시간 대부분을 잡아먹어 버렸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지금부터라도 무언가를 해보려고 먼저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토요일, 산후조리원과 연계되어 있다는 스튜디오에 방문해 만삭촬영을 했다. 만삭촬영을 무료로 제공2해 주는 곳이 많은데 이유는 무료로 촬영을 해주는 이벤트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함이다. 일종의 영업이자 홍보라는 사실을 알고 가긴 했지만 오전 일찍부터 고생해서 직접 찾아가고 한시간 정도 촬영을 한 수고에 비해 모든 것은 불만족 스러웠다. 해당 스튜디오는 만삭촬영과 아기가 태어난 후 50일 촬영이 무료라고 홍보하는데 사실은 말로만 무료지 결론은 조건부다. 패키지 A,B,C 중 방문당일 계약한 고객에게 원본 파일과 촬영한 앨범과 무엇무엇을 준다고 하는데 찍은 사진이 사라지는 것을 아까워 하는 엄마와 아빠의 마음을 이용한 전략이다.
사실 설명을 들으면서 이미 생각은 하고 갔기 때문에 그렇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남편은 옆에서 찍은 사진 장수와 사진을 찍기 위해 공들인 시간 대비 제시된 가격이 합리적인지를 따지다가 기막힌 상술에 기분이 나빠진 모양이다. 남편의 설명을 들어보니 그의 설명이 일리가 있다. 웨딩촬영의 예를 생각해보면 원본파일 가격만 따졌을 때 1000장이 넘는 원본 사진이 20만원인데, 만삭촬영은 많아야 100장 내외인 원본사진이 파일 가격으로 따지면 20만원이라는 것. 아이를 갖게 되면서 다른 지출을 줄여야 하는 우리 부부 같은 경우 아기 사진에 큰 지출을 하는 것이 무리이기 때문에 고심을 해야하는 상황인데 오늘 함께한 추억이 아까워 원본파일을 사려고 해도 구입하기는 애매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당일날 찍은 사진 중에서 단 2장을 골라야 하는데 해당 두 장의 사진도 파일은 받을 수 없고 조리원과 약속된 사진첩에 그 사진을 넣어주는 것이 전부라는 사실이 무료촬영 서비스가 갖고 있는 맹점이다. 아기 50일 촬영까지도 무료로 해준다는 빈수레 같은 패키지도 마찬가지. 아기를 고생시켜서 한 시간 가까이 촬영을 한 후 40만원 이상의 패키지를 결제하지 않으면 그 날 찍은 사진도 받을 수 없고 앨범에 구색 맞춰 넣어준다는 사진 2장에서 4장 정도를 고르고 집으로 돌아간다는 시나리오가 완성된다.
어쨌든, 그렇게 무의미하게 신생아를 고생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그 날 하루를 보낸 결론. 아무래도 우리는 50일 무료촬영은 가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아이를 먼저 낳은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무슨무슨 성장앨범 해서 250만원 하기로 했다는 등의 이야기를 듣는데 엄청난 금액을 지불하는 것에 비해 어떤 추억이 남을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한편으로는 돈이 넉넉하다면 나도 그렇게 하려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돈이 없어서 사진을 찍는 것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하게 되는가 싶다. 그러니까 잘 생각해보면 우리는 자본의 힘 때문에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는 소소한 행복 몇가지를 잃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돈은 우리를 편안하고 우아하고 대단해 보이게는 하지만 아주 사소한 것에서 얻을 수 있는 행복을 잊게한다. 그래서 든 생각인데 나중에 남편이 회사를 다녀서 지금보다 훨씬 금전적으로 넉넉해져도 첫째 아이도 둘째 아이도 셀프촬영을 해봐야지 했다.
토요일 밤에 집으로 돌아와 100일 셀프 촬영에 대해 알아봤다. 오히려 아기와 좋은 추억을 더 많이 만들 수 있으려나 하는 기대도 든다. 블로그들을 돌아다니니 어떤 사진기를 빌렸고 어떤 스튜디오를 빌려서 했다는 후기들이 보인다. 수백만원의 패키지는 아니더라도 손수 만들어 준 앨범을 선물해줘야 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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