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뢰벨 영아다중 에듀 중고 구입, 어쨌든 웃픈 결말

 

적어도 아기가 50일 쯤 됐을 때는 전집을 사야겠다는 마음은 없었다. 책 이란걸 미리 사두지도 않았고 단행본으로 한 권씩 사서 읽혀야지 싶었다. 블로그에도 그럴 것이라며 신나게 적어뒀다.

 

사람 일이 어찌 될지 모르니 입찬소리 말아야지 ( ...)

 

 

(사진은 영아다중에 포함되어 있는 부록 부모지침서 안에 실려있는 떼샷)

 

생각보다 아기는 책을 흥미있게 잘 보는 편이라서 물건 욕심이 있는 나는 여기저기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뭐에 씌인 것처럼 프뢰벨을 사야겠다며 그 뒤로 물건을 찾아 평화롭다는 중고나라를 헤매기 시작한다. 중고로 알아보게 된 이유는 모두 다 알다시피 돈 때문이다. (찡긋)

 

프뢰벨 영아다중 에듀는 60만원 정도. 영사에게 구입을 하는 경우 영사가 호구 취급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하더라. 좋은 영사를 만나면 물건을 잘 소개해주고, 사은품도 잘 챙겨준다더라. 60만원도 문제지만 나의 문제는 사람을 만나기 싫은데 있었다. 영사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육아모드에 진입 후, 혼자 있는 시간이 꿀이라서 책을 알아보려고 굳이 모르는 누군가와 만남을 갖는다는 사실이 뭔가 방해 받는 기분이랄까. (영업사원을 줄여서 영사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 여기에 엄마들은 님을 붙여 영사님 하더라)

 

프뢰벨 영아다중 에듀는 60만원으로 책 32권에 이런 저런 교구로 구성되어 있다. 에듀가 나중에 나왔다는데, 원래 프뢰벨에서 밀던 상품은 프뢰벨 영아다중 토탈이란다. 이건 거의 150만원 상당인데, 중고나라에서 글을 읽어보니 147만원 정도에 사서 얼마에 팔아요 하는 글이 종종 올라오더라. 얼마인지 구입하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영아다중 토탈은 책 45권에 에듀에 포함되어 있는 교구 플러스 화려해 보이는 원목교구들이 구성으로 들어있다.

 

그래서 중고로운 평화나라인지, 평화로운 중고나라인지 어쨌든 거기서 프뢰벨 영아다중 에듀를 사려고 마음을 먹고 홀린 것처럼 가격을 알아보고 물건이 올라올 때마다 살피다가 홀랑 당했다.

 

나는 시기적절하게 사기꾼의 호갱이 되어드렸다. 사기꾼은 용의주도하게 설이 껴있는 연휴를 잘 활용했다.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의 심리도 많이 연구한 꾼 중의 꾼. 설에 아기 용돈을 받아서 책을 사주려는 나의 마음 처럼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나보다. 나중에 보니 19만원은 그럭저럭 뜯긴 금액이고, 많으면 40만원까지 민족의 명절 설을 맞이해 대 몫을 챙겼더라. 적게는 3,4만원부터 크게는 40만원까지 전부 엄마들이 쓸만한 물건, 아기용품으로 사람들을 현혹했다.

 

댓글 쓰는 창을 닫아뒀는데, 너무 물건이 괜찮아 보여서 사고 싶어 마음이 급했다. 댓글창이 닫혀 있어 의심이 들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기꾼인지 아닌지 검색까지 하다가 입금 왜 안하냐는 문자에 홀랑 (... ) 이체한 내가 멍충이 말미잘 빵꾸똥꾸다.

 

어쨌든 그렇게 19만원을 날리고 이튿날 뭔가 느낌이 쎄해서 새벽에 수유하다가 찾아보니 사기. 당했네. 당했어. 다음 날 아침 일어나 남편에게 당했다 하니, 남편은 환히 웃으며 다독여줬다. (남편도 중고로운 평화나라에서 나름 크게 당한 화려한 이력이 있다)

 

욕심이 많아 눈이 어두웠다 생각하며 자숙하는 시간을 가졌다지.

 

 

 

(사진은 아기에게 사주고 처음 읽어주기 시작한 책, 처음에는 '이렇게 인사해요'를 여러번 반복해서 읽어줬다. 요즘은 '공놀이해요'를 아주 좋아한다. '먹보 아기뱀'을 읽어줄 때는 빨리 안넘긴다고 아아! 하고 뭐라고 잔소리까지 한다)

 

원래 사려고 둔 돈이 있으니 다시 폭풍검색 돌입. 알람 설정까지 해놓고 입시공부하듯 열심히 하는 게 지겹고 지쳐서 남편에게 그냥 새책 살까 물었더니, 중고로 사기를 당하면 더 좋은 물건을 싸게 사서 뭔가 마음 정리를 해야한다며 ( ...) 뭐 왜 그런지 그 말이 맞는 것도 같아 다시 입시하듯 열심히 찾아보게 된다. (사실은 60만원이 없기도 하지만)

 

중고나라는 정글과 같았다. 어느 엄마가 정말 좋은 물건을 20만원에 올려서 댓글 레이스에서 내가 1등을 했다. 판매자는 나에게 팔기로 했는데, 어느 무서운 아줌마가 나인 척하고 물건을 사가는 일까지 발생.

 

( ...) 고백하자면 댓글 1등 했을 때, 아기를 안고 "우리 해냈어!"라고 외쳤다. (아이, 창피. 이게 뭐라고) 그런데 그 무서운 아줌마가 나인 척하고 물건을 사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 어이승천.

 

정글과 같은 중고나라에서 사기를 당해서 직거래를 하려 했건만, 직거래하기도 딱 좋은 판매자를 만나 드디어 살 수 있겠다 했는데 이번에는 잡은 먹이를 뺏긴 (먹으려고 입을 아 벌렸는데 중간에 거대 아줌마에게 갈취 당한) 먹이사슬 피라미드에서 중간 보다 좀 더 아래 위치한 어느 불쌍한 동물이 된 듯한 기분.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쥬?

 

그래서 결국 지역맘 카페에서 샀다. 중고나라에서 눈알 빠지게 고생한 나의 노력은 모두 저 멀리. 지역맘 카페에 [구함] 글을 올렸더니 괜찮은 판매자가 나타났다. 물건도 나쁘지 않았다. 가격도 19만원. (사실 20만원 부르셨는데, AS 비용 안들었다 생각하고 1만원 빼달라고 했더니 흔쾌히 빼주셨다)

 

아주 어렵게 샀다. 중고나라에서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제대로 관찰, 경험했다. (때아닌 중고등학교 사회공부) 그리고 물건을 가진 사람도 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지. 생각해보니 그 물건을 가질 수 있었던 건 결국 그 사람들이 돈이 많기 때문이네. (결국 돈이 이기네)

 

 

 

결론은 돈이 있으면 편하다로 마무리. 돈 있으면 새 책 샀겠지. 하지만, 돈이 없어서 한 차례 더 단단해 지는 기분도 든다. 가상공간에서 실시 해주는 혹독한 단련이라 ( ...) 가상공간에서 주는 시련인데 실제로 돈도 뜯기고 말야.

 

 

 

별 이상한 고생 다 해서 샀다만 아기가 무척 좋아하므로 대만족. 설명에는 언어지능, 논리수학지능, 신체운동지능, 개인이해지능, 음악지능, 자연친화지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 이론을 토대로 책을 만들었다 하는데 그럴듯한 것도 있고, 옳다구나 싶게 잘 만든 책도 있고, 좀 억지인가 싶은 부분도 있다. 물론 구입한지 딱 한 달 되는 날이라 더 봐야 알겠지만 말이다. 아직 CD랑 DVD는 열어도 안봤고 교구도 아직 모두 활용해 본 것은 아니다.

 

이번 전집 구매 후, 정말이지 전집은 엄마 만족인가 싶더라. 책을 읽어주면 잘 보고 듣고, 다음 페이지를 기다리는 아기이긴 하다만, (그래서 전집을 사긴 했다만) 사실 우리 애는 이 책을 사기 전에도 이유식 뚜껑이랑 거울만 있어도 까르르 잘만 웃었다.

 

사실은 내가 보고 싶어서 산 책인데 즐겁게 봐주니 고맙구랴. (흐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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