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지진, 지진 국민행동요령, 아무 생각도 나지 않던 저녁에 대한 반성

블로그를 하겠다며 앉아 있는데 흔들흔들 하는 느낌이 들었다. 예민한 편이라 평소에도 아주 작은 규모의 지진이 있다면 방금 흔들리지 않았냐고 혼자 호들갑이었는데, 두려워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명절을 앞두고 큰 피해가 있을 뻔 했다.

 

다행히 이번 지진은 진원이 깊어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다. 경주에서 상대적으로 거리가 있는 수도권 지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지진으로 두려워했다. 자연재해로 인한 두려움이 이런거구나 싶었는데, 정작 뭘 어떻게 해야할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하던 때, 수원도 흔들흔들 했나보다. 잠시 마음을 진정시키고 남편에게 연락을 했다. 남편은 처음 5.1 지진에는 모르고 지나갔다가 한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8시 32분 진도 5.8 지진 때는 누가 뒤에서 책상을 흔드는 줄 알고 뒤를 봤더니 아무도 없어서 놀랐다고. 회사에서 야근 중이던 남편은 책상이 흔들흔들 하자 뒤를 돌아 봤다고 한다.

 

"누가 뒤에서 장난으로 책상 흔드는 줄 알고 뒤돌아 봤잖아 (웃음)"

라고 해맑게 말하는 남편. 그러더니 해맑게 코골며 자버린다. 새벽에도 여진으로 흔들림이 있어 뒤척이던 나와는 달리 쿨쿨. 그러다 남편이 일어난 건 일본뇌염 예방접종을 맞은 딸램이가 새벽 3시에 열이 39도가 넘어 두 여자가 일어나 퉁탕 거리는 소리를 듣고나서다.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말은 많이 들어 알고 있지만, 이렇게 조급해진 건 처음이다. 아니, 생각해보니 나도 안전불감증 수준 아닌가. 무서워만 한다고 해결 될 일이 아니다. 이럴 때 뭘 해야겠다는 생각이 제대로 없으니 말이다. 지진이 일어나고 한 시간 이상 카카오톡, 문자가 먹통. 인터넷도 되지 않았다. 인터넷에 대한 의존 정도를 알아볼 수 있는 순간.

 

지진이 지나가고 인터넷이 되기 시작하자 평소 습관대로 기사와 댓글들을 제일 먼저 읽어 내려갔다. 진원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지역들은 흔들림 정도가 심해 건물이 없는 곳으로 대피를 했다는 내용도 많았다. 남편은 회사에 있고 아이 둘 데리고 전전긍긍했다는 어느 엄마의 댓글을 읽고, 나도 덩달아 마음이 짠해졌다. 아이가 어려서 자고 있는데, 지진이 나던 그 시간 계속해서 심해지면 자는 애를 어떻게든 안고 뛰쳐나가야 하나 고민을 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무서워만 할 뿐 뭐 하나 제대로 대비 한 게 없었다. 심지어 건물이 이렇게 흔들리는데, 가스밸브를 활짝 열어두고 있었던 건 더욱이 소름이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긴다면이라는 생각에 국민안전처 홈페이지에 들어가 이것저것 살펴보았다. 지진이 나고 찾아보려 하면 이미 늦었겠다 싶은 생각에 꼼꼼하게 읽어본다.

 

 

지진관련 자료실에 가면 어떻게 해야할지 알려주는 자료가 있다. http://www.safekorea.go.kr/idsiSFK/index.jsp

 

지진발생시 국민행동요령.hwp

지진해일 내습시 국민행동요령.hwp

 

국민행동요령에는 집 안에 있을 때, 외출해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메뉴얼화 되어 있다. 그 외에도 자동차를 타고 있을 때, 엘리베이터 안, 지하철 안, 큰 지진이 났을 때 등 관련 행동요령이 마련되어 있으니 참고할 것. 머리가 하얘져서 아무것도 못 하는 것보다 뭐라도 알고 있는게 나을테니 읽어두는 게 좋겠다. 집 안에서는 진동이 멈추기 전까지 책상 아래 등에 몸을 피하고 머리는 방석 같은 푹신한 물건으로 보호한다. 지진이 났다고 바로 뛰쳐나가는 것이 아니라 현관을 열어둬 출구를 확보해 두고 지진이 잠시 멈췄을 때 공터로 대피해야 한다는 내용. 대피할 때는 계단실을 이용하도록.

 

 

지진이 지나가고 지진이 나면 불, 문, 신, 물을 알아두라는 글들이 많이 보였다.

(불)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가스를 잠궈야 하고 만약 불이 난다면 초기에 소화를 해야한다.

(문) 현관문은 반 정도 열어두는 것이 좋은데 지진이 심해 문이 일그러 졌을 때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을 대비해서다.

(신) 신발을 신어 물건이 깨졌을 때를 발을 다치지 않도록 보호하고,

(물) 물을 확보해야 한다.

 

어느 댓글에는 생존키트를 하나 챙겨둬야겠다고 하더라. 아기 있는 집은 비상시를 대비해 하나 챙겨두거나 평소에 잘 보이는 곳에 모아두고 쓰고 비상시 대피할 때 챙겨갈 물품 목록 몇가지는 적어두고 붙여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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