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 비정규직 혹은 정규직 우리 모두의 이야기
- 소울푸드: 리뷰/오늘은 영화
- 2014. 11. 25. 16:03
영화 <카트>, 수 개월 전부터 궁금해하던 영화다. 현실만큼 현실적이어서 외면하고 싶던 영화를 마주했다. 블로그가 오랜만이라 어떤 글로 시작하게 될지 궁금하던 참에 좋은 소재를 만난 것 같아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카트>는 실화다. 과거 2007년 이랜드 홈에버 투쟁의 내용을 담았다. 감독 부지영은 영화를 '미디어'라고 규정한다고 말했다. 어떤 매체보다 메세지 전달률이 높기 때문이라 한다. 동의한다. 이와 비슷한 사건과 내용을 담은 웹툰 <송곳>은 봐야지라고 생각했지만 아직인데, 104분 동안 집중하면 노력 여하에 따라 내 것으로 충분히 소화시킬 수 있는 영화 <카트>는 시간을 들여 영화를 보고 이렇게 스스로 피드백도 하고 있다. 그리고 누적 관객수 70만을 향해가고 있다. <인터스텔라> 등 외화들의 틈바구니에서도 메세지 전달률과 파급효과에 있어서 장점이 많은 미디어의 역할을 잘 해나가고 있는 것,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영화는 우리 엄마, 이웃, 가족의 이야기다. 자본의 논리 앞에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 당하는 일반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혹은 계약직, 아니면 알바. 살기 위해서 일을 해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굳이 멀리 가지 않더라도 알고 있다. 필자를 포함한 친한 친구 셋이 모이면 한 명은 계약직, 다른 한명은 소속 아르바이트, 나머지 한 명은 소속 없는 아르바이트. 20대 후반, 인서울 4년제를 나와 한 달 벌어 겨우 한 달을 살아갈 뿐이다. 아무리 세명 모였을 뿐이라지만 비정규직100%다.
회사도 다녀봤다. 계약직도 해봤고, 정규직도 해봤다. 급여는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이나 비슷했다. 일은 고되고 별다른 혜택은 없었다. 디자인과 관련된 업종의 특성상 대기업에 소속되거나 외국에서 일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긴 하다. 하지만, 뾰족한 수가 있나. 설계직은 건설사 소속이 아니면 연봉처우는 큰 회사나 작은 회사나 비슷한 것도 현실이다. 최근 유명 디자이너인 '(주)이상봉 디자인'의 인턴 급여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밤낮 없이 일하는 인턴이 30만원, 뼈 깍아 일하는 정직원이 110만원이다.
워낙 잘 알고 있어서 놀랍지도 않다. 어쩌다 보니 패션디자인, 광고, 편집, 플로리스트 등의 직업을 가진 친구들이 생겼다. 그러나, 어느 한 곳도 젊음의 대가를 제대로 지불하는 곳은 없었다. 필자가 건축학을 공부하고, 회사를 다녔던 경험까지 덧붙여 생각해보면 디자인과 관련된 대부분의 업종은 전멸이라고 보면 된다.
카트니, 마트니 굳이 영화를 보지 않아도 지독한 현실이다.
선희(염정아 분)는 참고 일하는 성격이다. 그녀의 집은 늘 너저분하다. 살림도 하고 아이들과도 시간을 보내고 싶을텐데 많은 부분을 희생하며 일을한다. 혜미(문정희 분)는 싱글맘이다. 어린 아들 걱정에 연장근무는 어떻게해서든 피하고 싶다. 미진(천우희 분)은 50번 면접도 보고 여전히 취업준비 중이다.
노동자들이 모여 각기 다른 사람들이 가진 사연들을 풀어놓는다. 함께만 있어줘도 힘이되는 사람, 가는 길을 꼭 따르고 싶은 리더의 모습을 가진 사람, 푸근한 마음씨가 매력적인 사람 등 개인이 가진 인품과 인격을 통해 캐릭터를 살려내고, 사람다운 삶에 대해 더욱 가까이 접근해 생각하게 한다.
평범한 누군가의 엄마가, 아들이 대기업의 횡포에 맞선다. 기업은 한 뜻으로 뭉친 그들을 협박하기도 하고, 일부를 구슬려보기도 한다. 영화는 이 과정과 현실을 과하지 않게 담았다. 실제는 일상이 물대포를 맞는 것이었다는 510일간의 투쟁이 감해진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뒷심을 발휘하지 못해 앤딩이 아쉽나 싶을 정도로 마지막은 아쉬웠다. 그럼에도 명필름의 필모그래피에 좋은 작품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는 사실 하나는 확실하다.
영화는 주류라는 자본력으로 만들어진 또 다른 자본주의의 산물이긴 하나, 추천할만 하다.
차라리 현실에 눈을 돌려 버리겠다는 사람들에게 적어도 현실을 생각해 볼 시간을 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언론과 기업, 자본의 지배를 받는 대부분의 단체는 진실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지금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덧) 하나, 선희의 아들 태영으로 나온 배우가 아이돌 EXO인지 몰랐다. 영화 관람 이후에나 알게되었다. 요즘 아이돌과 거리가 한참 멀어졌다. (멀어진건 아주 오래된 일이긴 하지만) 더불어 도경수씨가 연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도. 얼굴을 아예 모르는 한 사람으로 감상평을 한 줄 남기자면 엑소인지도 아이돌인지도 몰랐지만, 참말 청소년 같았으니까.
(덧) 둘, 사실을 근거해 리뷰를 쓰려다 보니 인터넷 뉴스 검색을 많이 하게 되는데, 뉴스 링크를 포스팅에 함께 포함시켜 놓고 싶어도 각종 벗은 광고들 때문에 링크를 걸어둘 수가 없어 무척이나 민망하다. 기사는 충분히 훌륭한데, 옆에 덕지덕지 붙은 광고 때문에 기사도 저질이 된다. 기분도 별로. 돈의 힘은 마트에서도 그렇지만 인터넷 신문에서도 여전히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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