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 위민 원트, 여자의 언어 이해하기 (연애의 시작은 말 배우기)

 

 

로맨틱코미디의 공식을 착실하게 수행한 영화, <왓 위민 원트>는 올해 15년이 된 제법 오래된 영화다. 주 배경이 유행에 민감한 광고회사라서 그런지 오래됐지만 그런 느낌 보다는 오히려 이 영화의 소재를 재구성한 드라마, 영화들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주인공 닉 마샬(멜 깁슨 분)은 어떤 초자연적인 힘 덕분인지 이 세상 모든 여자들의 생각이 들리게 된다. "여자사람의 생각이 들리는 것"이 영화의 핵심사건이라면 덕분에 만사형통에 개과천선까지 일사천리로 한 사람의 인생이 풀리는 과정이 영화의 총 줄거리라 하겠다. 

 

2000년 개봉한 <왓 위민 원트> 이후 2001년 내 생각을 다른 사람들이 모두 들을 수 있다는 설정의 일본영화 <사토라레>, MBC 드라마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소울메이트,2006>, SBS 드라마 (개인적으로는 나름 대작인데 못 봐서 아쉬운) <너의 목소리가 들려,2013> 등 이와 비슷한 설정의 영화나 드라마를 종종 볼 수 있게 되었다. 

 

로맨틱코미디 영화의 장르 특성상 원체 스토리가 대부분이 '그래서 커플이 되었노라'라는 주제로 마무리되므로 줄거리를 길게 이야기 하는 것도 배우에 대해 시시콜콜하게 떠들어보는 것도 그닥이라서 생각해 보았다. 오늘의 주제는 이 영화를 보면 누구라도 떠올려 볼 수 있는 "여자의 언어"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남자들이 화성사람들이고 여자들이 금성사람들이라면 당신은 금성 사람들이 하는 말을 하면 되는거라구요. 그러면 세상은 당신거죠."

원치않는 환경에 처하게 된 닉 마샬은 상담사를 찾게 된다. 계속해서 고민을 하는 그에게 상담사가 건넨 말이다. 닉 마샬은 사실 남자들에게는 나이스 가이 그 자체였다. '여자들도 그럴거야'라고 생각한건 그의 착각이었다. 여성의 눈에 비친 그는 성적 농담을 던지는 추태남에 진한 향수가 역겨운 상사다.  

 

존 그레이 작가는 남녀를 서로 다른 행성에서 온 존재로 표현한다. 남자의 Yes는 다른 의미없이 예스다. 조금 다른 표현을 해보자면 '응,그래' 정도. 여자의 Yes는 다른 의미없이 예스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완강한 'No 노우' 일 때도 있고 '지금은 그렇지만 사실은 아니야'라는 말일 수도 있고, '어쩌면 그럴지도 몰라'일 수도 있다. 정리하자면 예스가 예스일 수도 있고, 노우일 수도 있고 둘다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닉 마샬은 마음이 있는 커피숍 알바생에게 이렇게 저렇게 관심을 표현하고 데이트를 하자며 표현을 한다. 그러나 항상 대답은 No!, 항상 거절을 당하던 그가 그녀의 생각을 알게되니 만남은 성사된다. 그녀는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외로운 상태이긴 하나, 가벼운 만남도 싫고, 언젠가는 거절 당할것을 두려워 한다.

 

흔히들 남자의 언어를 문제해결 중심의 언어로, 여자의 언어를 관계 중심의 언어로 이야기한다. 남자의 언어는 명확하게 자신의 주장을 나타내는 반면, 여자의 언어에 있어서 여성의 진짜 욕구는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영화에서도 남자로 대표되는 닉은 데이트를 하자는 목적 중심의 언어로 대화를 걸었고, 여자는 데이트 보다는 누군가와 친밀해지고 싶은 관계 중심의 표현을 원했다.

 

 

남녀, 출생 이후 자라나는 환경으로 언어도 달라진다

남녀의 언어가 다른 이유는 남자와 여자가 출생 이후 처하게 되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책 <나는 내가 제일 어렵다>에서는 남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달라지는 이유를 발달심리학적 근거에 의해 설명한다.

 

발달심리학자 신드니 J.블라트는 '남성우월주의는 부분적으로 아버지와 과도하게 동일시하려는 욕망의 표현이다'라고 했다. 덧붙여 이 책의 저자인 우르슬라 누버는 사람은 누구나 깊은 관계를 잃는 일을 두려와 하지만 남성의 경우 이른 시기에 엄마의 곁을 떠나야하는 환경에 처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이른 이별의 경험은 감정적으로 엄마와 깊이 연결되지 못해 혼자 남겨졌다고 느끼게 되는데 사회는 남자에게 강인함을 기대하기 때문에 남자는 점차적으로 만약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어하는 마음이 생기면 이를 부끄럽게 여길 뿐 연결을 잃는데서 오는 아픔을 표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영화는 이와 같은 남녀의 차이를 직장이라는 배경을 통해 적절하게 드러낸다. 영화를 보고, 남녀의 언어에 대해 생각해본다. <나는 내가 제일 어렵다>에서는 일정부분 이상이 우리가 출생이후 각자가 처해지는 환경에 따라 남자와 여자의 성격이 다르게 형성된다고 한다. 이처럼 각자가 살아온 환경에 따라 기본적인 성격형성이 달리되는 것처럼 사용하는 언어도 달라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남자와 여자의 언어에 대한 인터넷 유머는 언제봐도 즐겁고, 남녀의 무슨무슨 차이에 대한 열띤 논쟁은 해도 해도 그칠 줄 모르는 것이겠지.

 

"성공할수록 실패자가 되는 것 같았어요."
“남편하고 헤어진 건 내 자신이 돼갈수록 치르는 대가였죠.”

 

영화에서 달시(헬렌 헌트 분)는 성공한 커리어우먼이지만 한편으로는 이혼의 상실감으로 힘들어하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남성은 성공을 위해 목적과 의지를 가지고 경쟁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반면, 여성은 마음 한켠에 불편함을 가지게 된다. 여성은 일을 할 때, 관계를 우선시하지만 남성은 일을 할 때, 성취 여부를 우선으로 두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남자의 언어, 여자의 언어 배우기
연애의 시작은 서로의 언어를 배우는 것에서 출발한다. 물론 사랑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노력도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고 배워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서로가 태어나면서 겪는 당연한 사회화 과정을 이해하고 화성언어와 금성언어를 익히는 노력을 시작해보자. 그리고 <왓 위민 원트>의 닉처럼 여성과의 대화를 할 때면 뭔가 번번히 실패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 남자들에게 한가지 팁을 주자면, 목적에 충실한 대화보다는 감정과 공유에 초점을 두는 대화를 시도해보기를 권한다.

 

상대방의 언어를 이해하고, 상대의 언어로 말을 하는 것에서 사랑이 시작될 수 있으니 올 겨울은 꼭 따뜻하게 보내길.

 

덧, "영화와 연애"를 주제로 이야기한 <어바웃 타임> 포스팅도 함께 읽어보자 :)

[리뷰/오늘은 영화] 어바웃 타임, 연애하라 2014

 

 


왓 위민 원트 (2001)

What Women Want 
8.1
감독
낸시 마이어스
출연
멜 깁슨, 헬렌 헌트, 마리사 토메이, 앨런 알다, 애슐리 존슨
정보
로맨스/멜로, 코미디 | 미국 | 126 분 | 2001-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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