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 그래비티와 인터스텔라 그리고 아버지

 

 

<인터스텔라>는 보는내내 머릿속에 수많은 물음표들을 쏟아내게 한다. 주인공 쿠퍼(매튜 매커너히 분)는 죽을 듯 죽지 않을 듯 결국은 살아냈다. 2013년 10월 개봉한 영화 <그래비티>가 계속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만들어낸 우주는 현실 세계, 실제 우주를 염두해 두고 만들었다면 크리스토퍼 놀란은 가상의 우주를 생각하며 만들었을 것이다. 놀란은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담기 위해 우주를 빌려와 영화로 풀어낸다. 그의 전작들이 그랬듯이 이번에도 수 많은 해석들을 탄생시키며 롱런하고 있다.

 

그가 보여주는 우주는 실제와 가상의 느낌을 동시에 주면서도 조금은 투박한 느낌이 든다. 영화를 보고나서 모두가 놀란 감독에게 찬사를 보내고, 때 아닌 천문학과 물리학, 차원의 개념과 상대성 이론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덕분에 영화를 보며, 궁금한 점은 약간의 노력으로 손쉽게 채워 질 수 있었다. 인터스텔라를 우리말로 옮기면 '항성간 여행'으로 해석할 수 있단다. 네이버 캐스트에서는 영화 <인터스텔라>로 궁금해진 우주의 신비를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더욱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블랙홀의 모습을 완벽하게 구현해 냈다는 설명은 영화를 보는 내내 '진짜 저렇게 생겼을까?'라는 상념으로 정신을 못차리던 필자에게는 시원한 해석을 제공한 자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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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 혹은 우주는 무엇을 하던 넘어갈 수 없는 거대학 벽이 느껴지는 분야였다. <인터스텔라>로 조금은 가까워진 듯한 느낌이긴 하지만 여전히 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할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다가온다. 상대성이론, 웜홀, 블랙홀, 어떤 방정식 보다도 단언컨대 가장 확실한 이야기, '부성애'라는 키워드다.

 

 

<그래비티> 어머니, <인터스텔라> 아버지  

부모에게 있어서 자식이라는 존재는 삶의 이유보다 더 크다. 우주와 중력, 삶이 화두인 두 작품에서 뼈대에 살을 붙이고, 스토리에 힘을 실어주는 요소는 삶에 대한 애착인 동시에 모성과 부성이다. <그래비티>가 지금은 지구에 없는 딸을 그리워 하며 우주로 떠나는 선택을 했다면, <인터스텔라>는 딸의 삶을 위해 우주로 향한다. 우주로 향한 이유는 다르지만 그들이 살아내고 끝까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이유도 자녀에게 있다. 

 

<그래비티>는 모성을 떠 올릴 수 있었던 장면이 많다. <인터스텔라>는 부성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라기 보다 '부성'을 직접적으로 표현을 한다.  

 

 

<그래비티> 담백함, <인터스텔라> 대사 홍수

<그래비티>를 보고 나올 때는 모처럼 중력의 소중함을 느꼈다. 더불어 삶에 대한 소소한 감사랄까, 그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인터스텔라>의 앤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가고, 남편에게 말했다. "대사가 많아, 내용이 많아" 그러게, 이상하게 뭔가 많다. 러닝 타임이 길어서라기 보다 어디에 포인트를 두는 것이 좋을지 뭔가 복잡해졌다. 영화 <그래비티>는 무슨 내용을 써볼까 금새 감이 왔지만, <인터스텔라>를 보고 결국 생각해낸 글감이 '그래비티는 이랬는데'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를 겨우 세 개 밖에 못 봤다. <메멘토>, <인셉션>, <인터스텔라>. 뭔가 아쉬운 건, 필자가 아직 그의 작품에 익숙하지 못하기 때문이겠지. <인셉션,2010>을 보고는 놀라워하고 의미를 곱씹기도 했던 기억이 있지만, 그에 비하면 <인터스텔라>는 감흥이 그때만 못하다.  

 

<인터스텔라>는 삶에 대한 애착, 부성애, 환경오염, 우주, 탐험가 정신, 동료애, 남녀의 사랑, 과학자의 고집 까지 많은 내용을 담았다. 더욱이 만 박사(맷 데이먼 분)의 살고자 하는 욕망이 보여주는 거짓과 집착, 배신까지 써보자면 못 쓸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주제로 삼기에는 애매하기도 했다.   

 

 

<인터스텔라>에서 보여주는 좋은 부모의 롤모델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에게 기념비적으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면, 더없이 좋은 부모의 롤모델을 보여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있는 부모님들이 이 영화를 보고 꼭 이것만큼은 생각해보고 배워갔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

 

1 "허리 몇 입죠? 32인치? 바지 길이는 33인치쯤? 바지 하나 사도 따질 게 많은데 점수 하나로 애 미래를 정해요?"

 

아버지는 성적으로 자녀를 평가하지 않았다. 부모가 원하기 때문에 공부하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것.

 

2 "부모가 되면 이거 하나는 확실해지죠. 내 자식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싶은 마음. 근데, 세상이 망한다고 말할 순 없잖아요?"

 

사실, 우리나라 아버지로 사는 건 무척 고된 일이다. 한국에서는 모성의 결핍보다 부성의 결핍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바쁜 아버지가 이 세상에 대한민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겠다만, 부모의 지켜주고 싶은 마음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아버지가 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다. 영화에서는 딸 머피에게 쿠퍼가 우주로 떠나야 하는 이유를 끊임없이 설명해보려 노력하는 모습이 유독 기억에 남았다. 

 

3 "너희가 태어나고 엄마가 했던 말을 아빠는 이해 못 했었어. 이렇게 말했지 '이제 우린 그저 아이들한테 추억이 되면 돼' 그게 무슨 뜻인지 이제 알겠어. 부모는 자식의 미래를 위해 유령 같은 존재가 되는 거지."

 

대한민국 부모 대부분은 자녀를 자신과 동일시한다. 우리 부모님들 세대도 그렇고, 지금 자라는 세대도 그렇다. 그래서 자녀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으로 치환해 생각하는 부모들이 있다. 자녀는 내가 아니다. 부모는 자식의 미래를 위해 유령 같은 존재가 된다는 말, 자식의 미래에 살아있고 싶은 우리들에게 주는 메세지는 크다. 요즘 유독성 부모, 毒親 '독친'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학교에서 교직원으로 근무할 때, 곧 입학할 아이의 이것저것을 챙겨주기 위해 문의하는 전화가 종종 오곤했다. 아이에게 필요한 부모는 모든 것을 해주는 부모가 아니다. 아이의 결정을 신뢰하고, 실패했을 때는 따뜻하게 격려해 줄 수 있는 부모다.  

 

 

 

<인터스텔라>는 시공을 초월하는 개념을 시각적으로 적절하게 표현했다. 현재 과학이 가진 한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앞으로 가능한 것이 무엇인지도 알려준다. 미국이라는 국가가 지구를 구하고, 그 중심에는 슈퍼 히어로가 있으며, 슈퍼 히어로는 가족을 위해 노력하고, 결국에는 성공한다는 지금까지 항상 봐온 공식에 충실한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스토리 부분에 있어서는 기존의 틀을 그대로 답습하는 건 아쉬운 부분)

 

 

 

 

 

덧, 이전에 포스팅했던 영화 <그래비티> 링크 해놓습니다 : ) 함께 생각하며 봐주세요.

[리뷰/오늘은 영화] - 그래비티, 관람이 아니라 체험이다

 

 

 


인터스텔라 (2014)

Interstellar 
7.9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매튜 매커너히, 앤 해서웨이, 마이클 케인, 제시카 차스테인, 케이시 애플렉
정보
SF | 미국 | 169 분 | 201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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