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교로 상담받기를 추천해요, 임신 중 우울증과 시댁 스트레스여 잘가라

 

 

임신 중 우울증, 나만 그런게 아니더라구요

 

지금도 임신기간을 떠올려보면 현기증이 먼저 난다. 입덧이 너무 심해서 먹고 토하고, 하루 종일 누워 있었다. 임신기간 10개월 중 반 정도는 거의 무슨 정신인지도 모르게 살다보니 태교의 ㅌ 근처도 가보지 못했다.

 

 

 

임신 중에 엄마들이 태교를 어떻게 한다더라 이야기를 들어보면 놀랠 놀자다. 영어비디오, 태교 음악, 좋은 책 읽기는 물론 아기를 위해 본인은 별 취미 없지만 일부러 바느질을 배우러 다니다가 태교는 커녕 짜증만 났다는 주변 이야기들도 들어봤다.

 

임신 중인 친구가 놀러와서 아기가 밝고 건강하게 까르르 거리며 낮 동안 몇 번 울지도 않고 노는 걸 보고, 태교를 무엇으로 했냐고 물었다. 우리 아기는 태중에서 부터 각종 예능을 섭렵했다. 임신 초기에는 입덧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런닝맨>과 <무한도전>을 즐겨봤으며, 임신 중기에는 <어머님이 누구니>를 비롯한 가요들을 즐겨들었다. (호호)

 

생명을 품을 수 있게 된 것은 큰 축복이나, 임신으로 오는 각종 고통들을 원한 것은 아니었다. 누구나 그랬듯. 한 걸음만 떼도 토가 나오고, 하루종일 빙글빙글 울렁거리고, 이 시기를 지나 살만해지니 몸 속 장기들이 눌려서 괴로웠다. 밖으로 잘 나가지도 못하고, 음식도 맛있게도 못 먹으니 우울할 수 밖에.

 

 

생각에, 가장 좋은 태교는 개인 혹은 집단상담을 받아보는 게 아닐까 합니다

 

임신 중기 이후부터는 상담대학원을 다니면서 집단상담을 받았다. 임신 중인 엄마들에게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최고의 태교는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다.

 

임신으로 우울증이 왔다면 더더욱 추천,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100번 추천한다. 상담을 받는 일은 실은 유쾌한 태교는 아니다. 잔잔한 마음을 괜히 건드려 문제를 끄집어 내다가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한 상태로 상담이 종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추천하는 이유는 임신 중이든 아니든 마음에 무거움이 있다면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마음을 함께 봐줄 수 있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다.

 

 

 

임신 중기에 접어들자 임신 중에 일어나는 몸의 변화, 마음의 변화, 환경의 변화 등으로 우울한 것은 잠잠해졌다.

 

 

 

그러나, 잊으려해도 자꾸 올라오는 임신 초기에 받은 큰 상처가 문제였어요

 

그러나 잊을만해지고, 실제로 잊었다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떠오르는 일로 괴로웠다. 큰 테두리로 말하면 시댁 스트레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시아버지께 받은 상처다.

 

간단히 사건을 요약하면, 명절에 양가가 선물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시댁은 친정에 과일을 보낸다. 그 과일이 도착했다는 사실을 엄마가 나에게 알려준다. 엄마가 따로 감사인사를 한다길래 몸도 워낙 무겁고 입덧이 매우 심해 잊고 있었다. 다음날 시아버지께 연락이 온다. 갑자기 카톡으로 송장번호를 보내시며 이 택배가 도착했냐고 물으셔서 전날 도착한 사실을 알려드리는 전화를 드린다. 그런데 화가 너무 나신 아버님은 그래도 부드럽게 화를 누그러뜨리고 하신다는 말씀이 엎드려 뻗치라고 (... )

 

아니 택배가 한달 전, 일주일 전, 심지어 이틀 전에 온 것도 아니고 하루 전에 온 것. 많이 늦은 것도 아닌데다 매일 같이 토하느라 제정신으로 살기 어려운 며느리에게 ( ...)

 

이 일이 있고 너무 힘들었다. 시간이 지나 마음이 안정을 찾기는 했지만, 여전히 난 아버님이 불편하다. 아버님이 나쁜 것은 아니다. 생각에 내가 크게 잘못한 것도 아니다. 시아버지는 평소 워낙 잘해주시던 분이고, 아기를 낳는 날은 남편이 미국에 가 있어서 혼자 병원에 온 며느리가 걱정이 되어 제일 먼저 달려오신 분이다. 그저 표현의 문제다. 다 알지만 상처는 상처다.

 

 

 

접어둔 상처를 다시 꺼내서 집단상담을 통해 위로를 받을 수 있어 다행이었어요

 

미워하지 않으려고 했더니 더 힘들더라. 학기 중 집단상담을 받게 되었다. 집단원 모두가 여성인 집단이었다. 임신 초기 상처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집단으로 함께 참여하는 다른 분들에게 많은 위로를 받았다. 열어놓고, 솔직하게 털어놨더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더라.

 

그리고 리더님의 말이 큰 위로와 힘이 되어 여전히 시가 불편한 날에는 이 말들을 떠올린다. 우리나라는 가족이 아니었던 사람들을 서로 가족으로 묶는다. 원하든 아니든 가족이 되는 것. 그래서 괴롭다. 다음에 이런 일이 또 있다면, 즉각적으로 반응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어떻게 그렇게 말씀하세요?"라고, 감정을 숨기지 말고 차라리 우는 척이라도 해라. (제 경우와 가족관계에 적용되는 이야기라 모두에게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어요)

 

 

 

 

그럼에도 여전히 관계는 이어지고, 불편함도 이어져서 항상 시댁이 괜찮은 것은 아니다. (사실 알다시피 불편한 이유가 위에 적은 에피소드 하나는 아니다) 그래도 나는 잘 살고 있다. 임신과 출산으로 우울해서 힘들 뻔 했는데 덕분에 아이도 건강하고, 잘 먹고, 잘 웃는다. 엄마 마음이 건강해야 아이도 힘 내서 키울 수 있다. 우울이 고개를 쓱 내밀 때면 누구든 상담을 받아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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