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기 장염, 탈수증상, 쌀죽만 먹이는 일이 쉽지 않다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온 후 아기에게 장염이 찾아왔다. 여행 가서 쉼 없이 먹은 탓인지 다녀온 날부터 상태가 별로였다. 낌새가 있을 때부터 얼른 조심했어야 하는데 워낙 잘 먹는 아기다 보니 평소처럼 이것저것 주다가 결국 아이는 평소와 다른 아기가 되어 버린다.

 

주말에 아이가 워낙 보채고 낮잠도 통 자질 않으니 병원에 데려갔다. 그 때 간 병원에서는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인다 했다. 애가 안먹고 보채고 하는데 평소보다 방구를 많이 끼고 변은 묽었다 정상이었다 한다 했더니 진찰 후 피곤해서 그런 것 같다는 말에 안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프기 전에는 이렇게 눈에 힘 빡 주고 배 내밀고 스티커 하나 더 달라고 난리도 쳤는데.jpg

 

 

 

그리고 돌아와서는 평소보다는 조금 조심하다가 월요일 오전에도 여전히 뭔가 이상해서 다른 병원으로 갔다. 월요일 오전부터는 확실하게 묽은 변을 여러 번 보기 시작. 침대 위에도 응가를 묻히고, 바지도 하루에 다섯개 넘게 갈아 입었다. 병원에서 장염이란다. '약 잘 먹이고, 음식 조심하세요'라는 무척 상식적이지만 실천이 어려운 처방을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밥 한그릇 뚝딱 하길래 괜찮아지나보다 했다. 약국 가서 받아온 지사제, 위장약, 유산균을 먹이고 소담이는 바로 잠이 들었다. 피곤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재우다가 낮잠에서 깰 시간이 된 것 같아 방으로 슬쩍 들어갔는데 눈을 뜨고 나를 보더니 고개를 힘없이 들었다가 고개를 다시 내려놓고 스윽 잔다. 졸려서 그런가 싶어 30분 후에도 그러면 병원에 가봐야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탈수 증상이 온다면 어쩌지 싶었다. 한시간만 자도 벌떡 일어나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며 노는 애라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병원에 전화해 증상을 확인하고, 수액을 맞을 수 있는지 여부 등을 물은 뒤 아이 옷을 미리 입혀놓으려 방으로 갔다. 옷을 입히는데도 자고, 아기 띠를 해서 안아도 자더라.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는데 갑자기 말똥말똥 해져서 아닌가 싶었다.

 

병원에 도착해서 증상을 이야기 했더니 제일 먼저 소변을 얼마나 봤는지를 묻는다. 아이 똥 치운 기억만 한 가득이지 소변에 대한 기억이 정확히 없었다. 여기서 초보 티가 확확 난다. 소변에 대한 기억이 없고 아이가 기운이 없어서 수액을 맞기로 했다. 수액을 맞기 전에 몇 가지 기본적인 추가 검사도 한다는데 철분 검사와 백혈구 수치 검사도 받았다. 생각해보니 받을 필요가 있나 싶다만, 가끔 철분이 부족하려나 걱정한 적도 있어 그러려니 했다.

 

작은 손에 혈관을 찾아 바늘을 꼽는데 괜히 눈물이 핑 돌았다. 애는 자지러지게 울고, 엄마 엄마 부르는데 엄마가 해줄 수 있는게 꽉 붙잡고 있는 것 뿐. 몸이 아픈 아이 부모님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잠시나마 알게되는 순간.

 

겨우 바늘을 고정해 두고, 이후의 시간은 돌된 아기에게는 너무 혹독했다. 무려 세 시간을 수액 주머니를 걸고 동행해야 했고, 물론 몸에 알 수 없는 바늘을 꽂았으니 뭘 먹고 싶을 리도 없다. 괜히 이웃집 언니에게 바나나를 갖다 줄 수 있냐고 부탁해서 가져왔는데 한 입도 제대로 먹지 않았다. 평소에는 TV 시청 시간에 신경을 쓰지만, 병원에 와서 할 것도 없으니 유모차를 밀어 주거나 뽀로로를 보여 줄 수 밖에 없다. 그마저도 두 시간 쯤 지나자 싫증냈다. 책을 읽어줘도 싫어하고, 장난감 보여줘도 마찬가지.

 

두 시간 반 정도 수액을 맞고, 나가겠다고 했다. 세 시간 정도는 맞아야 온전하게 다 맞을 것 같은데 더 이상은 무리 일 것 같아 진료를 한 번 더 보고 나왔다.

 

아기들이 장염이 왔을 때, 탈수 증상이 위험한 이유도 설명을 들었다. 탈수 증상이 오면 아이들이 쳐져서 잠만 자려 하고, 일단 소변을 보지 않는다고 한다. 무엇보다 문제될 수 있는 건 소변을 보지 않게 되면 콩팥에 무리가 올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상한 것 같으면 수액을 맞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수 있다는 것. 덕분에 아이는 해가 지고 꼬박 놀았다. 이런 것을 무려 약발이라고 하는데, 졸린 것 같은데도 뭔가 체력이 남는 것 같은지 계속 놀았다.

 

이튿날은 다시 괜찮은 것 같아 쌀죽 먹이다가 바나나 먹이다가 뭘 먹일까 했다. 그러다 지난 번 속이 좀 안 좋길래 사과를 줬을 때 잘 먹고 괜찮아 하길래 사과를 갈아줬는데, 역시 여기서 초보티가 팍팍. 인터넷에서 왜 그리 익힌사과를 강조하는지 알게 되는 순간. 아이가 그 뒤로 설사를 미친듯이 하는데, 너무나 미안하면서 오 나의 체력은 고갈 되기 시작한다. 설사를 하면 바지까지 세트로 갈아입혀야 하는 상황이 매 번 반복되다 보니 남아나는 바지도 없고, 나의 정신력도 차차 시들해져 그 날은 남편이 집에 오자마자 씻지도 못하고 뻗었다. (아이 설사에는 모든 음식을 익혀 먹입시다, 냠냠)

 

그리고 오늘, 쌀죽만 먹이는 것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우리 집에 사는 저 아기처럼 시시때때로 먹던 아이는 오늘도 식탁의자에 매달려 맘마를 외친다. 오늘의 메뉴는 설사할 때 좋다는 감자가 들어간 죽, 그냥 으깬 감자, 바나나, 그리고 단호박. 오전에는 밤과 대추, 닭고기가 약간 들어간 찰밥을 먹고, (이건 속이 안 좋고 밥도 잘 안 먹는 것 같아서 만들어 둔 이유식) 오후부터는 정말 모든 음식을 부랴부랴 만들어 먹였다. 요즘 감자가 제철인지 너무나 맛나서 잘 먹더라.

 

평소에 워낙 먹는 아기라 물도 그냥 생수 먹이고, 하루에 치즈 한 두장, 요플레 한 통, 단호박, 바나나, 과일 위주로 간식을 줬었다. 오늘 입맛과 건강이 되살아 난 아이는 하루 종일 내놔라 내놔라 난리인데 바로 줄 수 있는 것은 없고 모두 익혀야 하니 이 것이 매우 큰일 이더라. 보리차를 수시로 마시는 것이 좋다 하여 이번 주 내내 정성스럽게 보리차도 우려내고, 정말이지 무척이나 오랜만에 뭘 먹일지 하루 종일 고민하게 된다. 속이 아플테니 아무거나 먹일 수 없는게 이렇게 어려운 일일 줄.

 

내일의 메뉴는 부추가 들어간 이유식, 단호박, 사과고구마퓨레, 그냥 으깬 감자를 먹일 예정. 장염이라는 충격적인 판정을 들은지 이제 3일 지난다. 몸과 마음과 우리집이 모두 쑥대밭이긴 하다. 그러나 오늘은 설사를 간혹 하지만 사고 치면서 돌아다니는 폼이 곧 괜찮아 질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들어 힘이 좀 난다. 이번 한 주만 고생한다면 돌아올 수 있겠지라는 즐거운 기분으로 힘내봅시다.

 

 

 

설사에 좋은 음식, <아기가 잘 먹는 이유식은 따로 있다>에서 설사에는 "찹쌀, 감자, 완두콩, 단호박, 익힌 사과, 쇠고기, 차조, 익힌 당근, 대추, 흰살 생선, 감"이 좋다고.

 

[육아를 위한 레시피/육아꿀템 모여라] 아기가 잘 먹는 이유식은 따로 있다, 이유식책 추천, 국민이유식책

 

 

 

 

덧, 500g이나 무게가 빠진 소담. 돌아오라. 먹방의 중수로.

잘 먹는 아기이긴 하지만 세상에 잘 먹는 애도 워낙 많고, 안 먹는 애들도 너무나 많더군요. 저희 어머니는 너무 잘 먹는다며 신기해 하시지만, 제 주변에는 글세 상상을 초월하게 잘 먹는 아기들도 많더라구요. 그래서 어머님께 웃으며 말씀 드려요. "어머님, 소담이는 중수 정도 돼요. 고수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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