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잔치를 알려주마 01 돌잔치 장소 정하기, 돌잔치 준비의 시작

 

아기 생일에 맞춰 돌잔치를 하게 됐다. 뭘 하더라도 엄청난 의미를 갖다 붙이면 남편의 놀림을 받곤하지만 그래도 그래서 좋기도 하고 여러가지 사건 사고가 많기도 했었다. 몰랐는데 요즘은 아기가 100일 쯤 됐을 때부터 돌잔치를 준비한단다. 돌잔치 준비의 시작이자 반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는 장소 정하기를 이 때 부터 시작해서 그런 듯 하다. 장소만 정해 놓으면 일단 한 시름 놓고 멍 때릴 수 있다. 다들 서두르는 탓에 조금 늦게 준비하면 인기있는 곳은 벌써 자리가 없다. 이러다 서로 빨리 하겠다며 출산 전에 돌잔치 준비할라.  

 

 

 

100일 쯤 부터 다들 장소며 시간을 정한다는데, 아무 생각 없는 아줌마1은 아이가 8개월이 되서야 (아이가 지난 해 8월 생인데 올해 4월이 되어 움직움직) 느리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사실 준비해야지 생각이 든 다음에야 아줌마들이 이렇게 빨리 움직인다는 걸 알게 되었지.

 

돌잔치 준비 자체가 아주 어려운 건 아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선택의 반복이 가끔은 지치고, 돈 들어가는 목록과 항목을 볼 때마다 걱정과 잔주름이 늘어갈 뿐. 그랬다. 어쨌든 장소를 고민하면서 부터 돌잔치 준비는 시작된다. 모든 선택지가 열려있다면 잔치 시간은 보통 아기 낮잠 시간을 최우선에 두고 정하는 듯 싶다. 아기가 낮잠을 좀 자유자재로 자거나 친척 어른들이 유독 멀리 살아서 너무 이른 시간은 좀 불편할 것 같다면 이에 맞춰 준비를 하기도 할 듯. 필자는 전자다. 전자이긴 하지만 다시 잘 생각해보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너무 늦게 알아봐서 남은 시간을 하려 했는데, 다행히 원하는 시간이긴 했던 것.

 

아무래도 아이를 앞세워 어른들 좋자고 모인 자리가 될지도 모르는 아기 생일이라 걱정되는 것도 많다. 아이 기분까지 별로라면 생일이 참말 별로인 날이 될테니 낮잠시간 체크는 중요하다. 물론 돌 쯤 되니 잠자는 시간이 바뀌게 되서 뭐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그리고 바뀐 상태에서 돌잔치를 치르게 됐는데 의외로 또 좀 컸다고 안자고 잘 있기도 했다.

 

이제 우리는 장소와 시간을 몇 가지 생각해 두고, 원하는 돌잔치 전문점 등에 전화를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별 다른 일이 없다면 원하는 장소와 시간을 계약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돌잔치 패키지. 수원 사는 낭만씨는 패키지를 하기가 좀 애매했다. 먼저는 이벤트 사회자가 필요없고, 다음은 돌잔치 성장동영상은 따로 하고 싶은 곳이 있었다. 아기 드레스는 지인 찬스를 통해 예쁜 드레스를 빌리기로 했다. 돌 상과 돌잡이 용품, 사회자, 아기 의상 및 성장동영상까지 풀 패키지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업체가 50만원 정도를 부르는데, 직접 이것저것 하겠다고 신경쓰고, 당일날 너무 분주하고 다 따져보면 돈이 제 값을 하긴 하더라. 

 

그럼에도 굳이 다른 대안들이 있는데 큰 돈을 쓰는게 아깝게 느껴져서 쿨하지 못하게 패키지를 하지 않기로 했다. 여기서 쿨하지 못하다는 의미는 찌질해 질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는 돈을 낼 때 쿨해보인다. 좀 부유해서 넉넉한 자라면 모를까 그 쿨함 뒤에 이번 달 카드 회사의 퍼가요♡를 두려워하는 쩔쩔매는 얼굴을 다들 하나씩 가지고 있으니. 어쨌든 돈을 쓸 때 만큼이야 쿨하고 멋져 보일 수 있다.

 

돌잔치 준비, 장소를 정하면서 발생한 문제

1. 보증인원

2. 장소섭외가 가능한 곳

3. 돌잔치 패키지를 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 문제

4. 늦은 준비, 원하는 날짜는 대실이 어려워 황금 휴일에 하게 된 돌잔치

 

보증인원을 줄이고 또 줄이고

별 일 아니지만 의외로 생각할 것들이 많았다. 또 지나고 보니 돈이라는 게 마르지 않는 샘과 같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보증인원은 30명, 많게는 40명 까지 생각을 했었다. 친척도 별로 없고,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친구도 별로 없고, 그래서 그냥 가족들과 식사만 할까하다가 그래도 하는 거 좀 한 것 처럼 해보자 해서 커지기 시작한 돌잔치. 다른 엄마들 이야기 들어보면 5-60명을 계획하는 엄마들도 제법 되던데 워낙 좁아져가는 인간관계를 그럭저럭 유지만 하는 나에게는 솔직히 30명도 많게 느껴졌다. 아기 100일도 가족들과 식사를 조촐하게 했던지라 한 번 욕심이 들어가기 시작하니 이 욕심이란 녀석이 눈덩이처럼 불기 시작했다.

 

결국 최종적으로 보증인원은 40명 잡게 된다. 그리고 돌잔치 당일에 나의 그럴싸한 설계에 혼자 박수를 보내게 된다. 돌잔치를 하루 앞두고 너무 걱정되는 나머지 휴일이라 39명만 왔으면 했는데, 42명이 와주셔서.

 

너무 시끄럽고 야단스럽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의 축하를 받기 원하는 것은 엄마들의 딜레마다. 가족 외에 지금 연락하는 사람이면서 자주 보는 사람, 그리고 와 줬으면 해서 부르지만 그 사람이 당일 날 올 수 있느냐의 여부까지 고려한다면 어떻게 해야 좋을지. 심지어 너무 안와서 생 돈을 그냥 내는 경우도 더러 있더라. 앞 동 사는 엄마는 다 올 줄 알고 보증인원 올 만큼 잡아뒀다가 10명 정도의 식대를 기부했다고. 이래저래 누가 올지말지 너무나 고민인 엄마들은 그냥 보증인원을 무조건 적게 잡는게 답이다. 일부러 무리해서 부르는 것도 스트레스니, 현재 연락을 주고 받는 친분이 두터운 관계만을 생각해 초대한다면 허덕이지는 않을 것.  

 

장소섭외가 가능은 하지만, 돌잔치 패키지를 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 문제

처음 연락을 해본 곳은 100명 이상이 들어갈 수 있는 홀이 있다고 하더라. 너무 늦게 움직인 탓이다. 원하는 날짜는 8월 20일이었고, 보증인원을 어찌어찌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보증인원이란 게 실 정원의 반 이상을 채워 주는 게  계약 내용이라 60명은 해야한다는데, 45명까지 해주실 수 없냐며 좀 귀찮게 했더니 여기에서는 오케이를 했다. 홀이 너무 클까봐 너무 허전해 보일까 싶은 염려도 잠시 직원은 당연히 패키지를 해야 한다 하더라. 패키지를 안하겠다고 하니 식사를 하기 위해 모이는 40인 홀을 이야기한다. 돌상이야 만들어서 들고 가야지 하는 생각에 돌상 반입을 물어봤더니 일체 반입 불가라고 못을 박는다. 돌상은 돌잔치를 위한 홀에서만 가능하고, 보증인원이 적어서 꼭 50만원짜리 돌상을 해야만 하고 등등. 50만원이 이렇 무섭습니다, 여러분. 50만원 안쓰는 설움을 나름 톡톡히 당했다. 마이크나 빔 프로젝트 사용 없이 보증인원 30명에 따로 상 반입이 안되는 (안되는지 되는지) 공간 등등 말인지 막걸린지 모르는 추천들을 받다가 일단 돌상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연락한다고 하고 통화를 마무리 했다. 직원은 처음부터 그닥 친절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그들에게 돌상을 구입하지 않을 거라는 의사를 표하자 더욱 묘하게 불친절해졌다.

 

돌상이 뭐라고 옥신각신했는데, 사실 여기는 예전에 조카 돌잔치 때 가서 음식이 맛있길래 '나도 여기서 할란다' 했던 곳이다. 수원 마이어스다. 그런데 직접 잔치를 치르려 하니 돈에 온통 혈안이 되어 있지 않은 느낌을 (돈이 좋은 것은 누구든 부정할 수 없을테니) 주면서, 돌상 강매를 하지 않는 곳에서 계약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시 장소 섭외, 그러나 원하는 날은 예약이 가득해서

생각하다가 친구가 계약했다는 곳을 알아봤다. 원하는 20일은 역시나 100인 이상 홀 외에는 없고, 13일은 보증인원 40인 까지 가능한 홀이 있긴했다. 더위도 좀 가시고 휴가철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 아기 생일이 13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20일에 하고 싶은 마음이 있긴 했다. 게다가 13일은 토요일, 일요일, 15일 광복절을 잇는 대단한 휴일이 예정되어 있었다. 직원은 아주 친절하게 요즘은 생일 지나서 잔치를 잘 안한다며 계약을 유도했다. 나는 팔랑팔랑 넘어갔다. 

 

아무래도 더 시간을 들여 알아보더라도 다른데 마음에 드는 곳 찾기도 어려울 듯 하고, 지나가는 시간이 아깝기도 해서 (무엇보다 쿨하게 돌상 구매 거부의사를 받아준) 친척들 스케줄 확인 후 계약을 하게 된다.

 

 

물론 지금은 돌잔치를 그럭저럭 마쳐서 다행이지만, 돌잔치 디데이가 다가 올수록 휴일이고 날도 워낙 더워서 보증인원을 채울까 혼자 맘 졸인걸 생각하면 웃기기도 하다.

 

 

 

돌잔치 준비하면서 생각생각생각

1. 엄마들이 이래저래 소비 시장에서 호구 역할을 감행 할 수 밖에 없구나

2. 다들 빨라도 너무 빨라 나중에는 웨딩 패키지에 돌잔치 패키지를 껴서 파는게 아닌가 싶다

3. 준비하다보니 결국은 엄마의 과욕이로구나

4. 둘째를 낳는다면 정말로 가족끼리 식사만 해야지 (이래놓고 또 욕심 2연패를 하겠지)

5. 성장동영상은 하길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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