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경제, 한국 경제에 대한 큰 그림

 

 

도서출판 프리뷰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리뷰다. 몇 자 적어보려 하는데 머리 속이 혼란스럽다. 일단 경제라는 단어는 관심만 있지 삶에 있어서는 대단히 생소하고, 책을 읽다보니 현 정부의 정책에 유독 호의적인 것이 그 이유다. 또한 노무현,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는 비판적이고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는 대변해 주는 듯한 내용이 저변에 넓고 얇게 깔려 있다. 

 

그렇다고 해서 노무현 정부에 대한 비판만 있느냐하면 아니다. 노무현 정부의 '비전 2030, 함께 가는 희망한국'이라는 국가 장기종합전략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노무현, 이명박 정부가 급한 불을 끄느라 꾸준히 이어나가지 못한 국가의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계획을 현 정부가 이어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부유세와 종부세에 대한 내용을 다룬 131페이지에서는 "세금폭탄으로 투기를 억제한다거나 가진 자들을 손보겠다는 식의 정책은 정책의 목표를 달성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시장을 왜곡해 엄청난 후유증을 남기게 된다는 사실을 부유세와 종부세가 증명하고 있다."라는 부분이 있다. 이는 비판없이 받아들이면 부유세와 종부세 마치 가진 자, 즉 부자들을 곤란에 빠트리기 위한 세금정책으로 하등의 쓸모없는 불필요한 정책이다라는 의식을 심어주는 문장이다. 부유세와 종부세에 대한 세금정책이 빈틈없이 완벽하다고 주장할 수는 없으나 '조세 형평성'을 갖춘 보완적 기능을 갖추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무슨 "가진 자들을 손보겠다는 식"이라는 단어는 이전 정부를 '좀 불량한 집단'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박근혜 정부도 이제 1년이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은 한 사람으로 모든 정부는 잘하던 못하던 그래도 일단 국민의 선택이니 어떻게 되는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단은 보는 중이다. 안방에 앉아 뉴스보면서 이건 어떻고 저건 왜 그러냐고 욕하고 있는 모습은 흡사 조기 축구회에서 제대로 발차기 한 번 못하는 내 모습은 잊은 채 축구 중계보면서 왜 공을 저렇게 밖에 못차냐고 소리치는 그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아주 어릴적 부터 해 왔기 때문이다. 방관자의 모습으로 앉아 있으라는 건 아니다. 긍정적인 부분과 정책에 있어 실패한 부분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런데 책 <성공하는 경제>는 아무래도 기득권의 이야기를 대변하다보니 치우친 느낌이 있었다. 그렇다고 저자가 잘못되었다고 신랄하게 비판할 이유는 없다. 왜냐하면 저자도 책을 내는데 있어 개인의 의견과 소신을 갖고 쓴 것은 확실할테니.

 

 

<성공하는 경제>에서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부유세와 종부세를 비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가 제시한 고용률 70%는 노력을 기울여 달성해야 한다는 내용, 창조경제가 가야할 길에 대한 내용은 개인적으로 현 정부의 정책 중 유독 이건 아니지 싶은 내용들을 뒷받침하고 있어 답답하기도 했다. 고용률 70%라는 숫자에만 집착한 나머지 정작 알맹이는 없는 일자리가 많아지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창조경제를 위해서는 규제완화를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규제완화라는 측면에서 항상 뜨거운 감자로 자리하고 있는 민영화 추진 등에 대해서는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라는 날카로운 분석과 비판, 해결책 제시는 없고 책 자체도 창조경제라는 단어처럼 뜬구름을 잡고 있는 점은 매우 아쉬운 점으로 꼽을 수 있겠다.

 

그래도 한 가지 의문을 해결해 준 것은 창조경제에 대한 저자의 정의다.

 

 

학술적 용어도 아니고 창조경제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이나 방법에 속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조경제란 국민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일깨워 새로운 아이디어로 기존의 산업에 혁신을 가져오거나 새로운 산업이나 시장을 창출하는 경제 행위로 요약해 볼 수 있기 않을까 생각된다.

이를 좀 더 세분하면 기존 산업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덧붙여 기능을 개선하거나 디자인을 개량하여 부가가치를 높이는 분야, 이종 산업끼리 융합을 통해 혁신적인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분야, 과학기술 혁신을 통해 미래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분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성공하는 경제 p. 176-177)

 

창조경제에 대해 의미도 불분명하고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건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는데, 이 부분은 궁금증 해소에 도움이 됐다.   

 

그 외에도 책의 장점은 근 10년간 우리나라 경제 상황들을 쭉 다시보기를 할 수 있다는 점, 개인적으로 생존하는데 바빠서 모르고 있었던 부분들을 짚어볼 수 있다는 점, 현 정부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조금은 미리보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책은 한국 경제에 대한 전반적인 큰 그림을 볼 수 있는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새로운 시각과 비전 제시는 없다. 서울이 바뀌어야 대한민국이 바뀐다는 챕터의 내용 또한 그러하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방문하고 싶은 도시에 대해 로마와 같은 유적, 유물이 있는 곳,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와 같은 랜드 마크 성격의 건물이 있는 도시, 파리와 같은 예술과 문화면의 볼거리가 있는 곳 등 도시의 매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아래 부분에는 "나의 눈에 비친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에는 파리의 베르사이유 궁전이나 런던의 대영박물관 같은 화려한 궁전, 거대한 박물관이 없다.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나 파리의 에펠탑, 두바이의 버즈알 아랍호텔과 같은 세계적인 명물도 없다."고 적었다. 

 

철저하게 개발자의 시선으로 도시를 바라보고 있다. 서울은 개발위주의 정책의 결과로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고즈넉한 걷고 싶고 아름다운 곳 서울의 옛모습은 지금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다. 높은 건물들로 시야는 막히고, 서울이라는 정체성도 그닥 없는 도시가 서울이다. (도쿄에 갔더니 도쿄나 서울이나) 우리나라의 문제는 어디를 가도 똑같다고 느껴지는 도시의 모습이다. 저자는 한강변이나 노들섬에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와 같은 명품건물을 짓는다면 등의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랜드마크를 만드는 일보다 중요한 건 개발 위주가 아니라 역사를 재생하고 복원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건축가들에게 주는 일이다. (건축을 공부하다보면 우리나라만큼 건물을 짓고 파는 일에만 급급한 나라도 찾기 힘들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상을 중국도 받고 일본도 받았는데, 오죽했으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못 받았을까) 또한 정치인들의 치적을 내세우기 위해 어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임기 안에 무조건 마무리 지으려고 하는 빨리 빨리 정신은 이제 좀 넣어둬야 할 때다. 꾸준한 프로세스를 갖고 정체성을 가진 도시를 만들기 위해 그 다음 정권에게 인수인계해주고 협업하는 방식으로 가야지 이건 내가 했다고 알리기 위해 도시에 대한 접근 자체를 무리하게 진행시키는 일은 서울을 더욱 저품질 도시로 만드는 수고만 계속 할 뿐이다. 정치, 경제, 사회문화, 도시계획까지 우리나라는 장기적인 계획이 없다.

 

글을 쓰고 보니 책을 읽는다면 생각해봐야 할 문제들에 대해서만 빼곡한 듯 하다. 그렇지만 책은 우리나라가 꾸준히 온 길, 앞으로 생각해 볼 것들에 대해서 너무 어렵지 않게 제시해 주기 때문에 볼 만하다. 또한 부동산 정책, 금융 취업, 불법 사금융, 100세 시대 등 사회와 경제, 정치에 걸쳐 전반적인 문제들을 폭넓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평소 신문과 거리가 멀고 더군다나 정치, 경제면이 지루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러나, 각자의 정치적인 식견과 사회를 바라보는 가치관을 갖고 읽지 않으면 조금은 위험할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이 책만 그런 것은 아니니 너무 속단하거나 실망하지는 말자, 언제나 그렇듯 분별과 깨달음은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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