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에게 처음 선물하는 그림책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달님 안녕, 사과가 쿵, 괜찮아)

아기가 50일 쯤 되고 눈을 마주치게 되고, 뭔가 옹알옹알 하는 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이제 아기와 적극적으로 놀아줘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뭘 하고 놀아줄까 하다가 가장 정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상황과 방법에 따라 동적인 놀이가 가능한 그림책이 먼저 떠올랐다. 임신 중 텔레비전 앞에 앉아 아이 낳으면 책 읽어주는 부모가 되어되겠다 다짐했다는 건 비밀. (우리 딸내미는 런닝맨과 무한도전으로 태교되었다)

 

인터넷에 수소문하니 굳이 너무 이른 때에 전집을 사줄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고 하여 (사실은 전집 살 형편도 못되지만) 단행본으로 모아 보기로 한다. 계속 사다보면 어느새 전집이 나을 것 같다고 느끼는 때가 있을 것 같으니 전집은 그 때 고민하기로 하고, 요맘때 아기들 엄마는 어떤 책을 보는지 살펴보고 네 권을 골랐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과가 쿵>, <괜찮아>, <달님 안녕>이다. 책은 아기가 태어나고 70일이 지나서 구입해 아기가 세상에 나온지 77일 되었을 때 처음 읽어주게 된다.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다보니 헝겊책을 사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헝겊책은 뭐가 좋을지 선뜻 결정을 못해 더 알아봐야겠다며 아직도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예전에 다른 아기에게 선물로 사준 "어디 숨었지?"였나 그게 좋던데)

 

예상대로 아기는 책에 처음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77일 사과가 쿵

81일 달님 안녕,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86일 괜찮아

 

를 읽어줬다. 아이가 많은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순으로 읽어줬다. <달님 안녕>은 생각 외로 인기가 없었다. 아이가 낮잠도 푹 자고, 밤 잠도 일찍 자주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을 반영한 예상 인기순위던가. (아기들마다 취향이 달라서 조리원에서 알게된 엄마 아들은 <달님 안녕>을 제일 좋아한단다)

 

앞으로 구입 예정인 책은 100일 쯤 자장가 사운드 북, 8개월 쯤 애플비 <도리도리 짝짝꿍> 또는 최숙희 작가의 <곤지곤지 잼잼>을 사줘야지 하고 있다. 정신들고 보니 어느덧 100일이 훌쩍 지나버렸다. 아기랑 몸으로 놀아주기, 눈 마주치기도 놀아주기라 생각하고 시간을 보내다보니 사운드 북 사야하는 것도 잊었네. 치발기나 딸랑이를 쥐어주고, 소리나는 것들은 틀어주고 하는데 요즘은 뒤집기 하느라 바빠서 달리 장난감이 필요없다.

 

그림책을 아기에게 읽어주며, 예쁜 그림책과 같은 마음으로 아이를 양육한다면 참 좋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림책 <달님 안녕>, 하야시 아키코 

 

 

그림책, 동화책을 알아보면서 일본 작가, 유럽권 작가들에 비해 우리나라 작가들의 활동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형인 지적 재산권의 가치가 격하되어 있는 나라다 보니 아무래도 그럴 수 밖에. <달님 안녕>은 너무 빨리 사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달님이 숨어있다가 나타나서 인사를 하는 내용. 딸은 별 흥미를 못 느낀다. 아무래도 있다 없다의 개념, 물건이나 사물이 보이지 않더라도 다른 곳에 있다는 대상영속성에 대한 개념이 생긴다면 흥미를 느끼지 않을까라고 생각되는 책. 달님의 출연으로 침대 머리 맡에서 읽어주기에도 좋다.

 

 

그림책 <사과가 쿵>, 다다 히로시

 

 

사놓고 보니 이것도 일본 작가. 아이다운 생각, 아기 입장에서는 충분히 있을 법한 내용을 짧게 담았다. 빨간 사과가 눈길을 끌다보니 70일 쯤에는 제일 좋아하던 책이다. 그림 자체가 복잡하지 않고, 선과 색의 경계도 명확한 편이라 아기들이 좋아하려나 싶다.

 

 

그림책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버나뎃 로제티 슈스탁

 

 

읽어줄 때는 단순한 그림체에서 복잡한 그림 순서로 읽어주려 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제일 좋아하는 그림책이 된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책을 읽어주며 보니 생후 100일이 안된 아이들은 책의 내용이나 그림이 중요하다기 보다 엄마와의상호작용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듯 하다. 사과가 쿵을 읽을 때는 펼쳐 놓은 책 보다 내 표정을 보며 웃고,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도 마찬가지로 읽어주며 쓰다듬어 주고 웃어주고 할 때 같이 웃으며 좋아한다. 그림은 관찰의 대상이다. 책을 넘겨주면서 그림을 보여주면 "이게 뭐지?"라는 표정으로 쳐다보곤 한다.

 

요즘 읽어주는 그림책처럼 한결 같다면 이만하면 '충분히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잘 될지 모르겠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는 아이가 시끄럽거나 조용하거나, 심술을 부리고 짜증을 내거나, 사랑스럽거나 밉거나 언제나 사랑한다는 내용. 그림체 자체도 사랑스럽고, 내용도 사랑스럽다. 딸은 네 권의 책 중에서 이 책을 제일 좋아한다. (아기는 지금 120일을 살아왔다)

 

 

그림책 <괜찮아>, 최숙희

 

 

'아빠, 엄마는 너의 존재만으로도 널 사랑한단다. 키가 크지 않아도, 공부를 좀 못해도, 달리기에서 제일 늦게 들어와도 괜찮아. 사랑한다 딸아, 아들아.'

 

아이가 태어났을 때 갖고있는 모든 부모들의 마음이다. 손가락, 발가락, 눈코입이 온전하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아이를 낳고 잠 잘자고, 똥만 잘 싸도 잘한다 잘한다 하며 좋아한다. 그러다가 아이가 학교(유치원)에 들어가면 무한 경쟁의 레이스로 몰아가는 우리의 현실이 슬프다. 나도 그렇게 자라왔고, 우리나라 대부분의 아이들이 지금 그렇게 자라고 있다. 그림도 예쁘지만 코 끝이 찡해진다. 다른 엄마 아빠들도 읽었으면 한다.

 

세상은 경쟁 시키고, 아이들을 줄 세울 수 있다. 편리에 의해서, 집단 안에서 합격의 당락을 결정하기 위해. 그러나 부모인 우리들은 아이들을 줄 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가 밖에서 지치는 일이 있더라도 언제나 쉴 수 있는 따뜻한 집이 되주는 엄마, 아빠가 되길. 옆 집 아이와 얼굴도 모르는 엄친아, 엄친딸과 아이를 비교하지 않길. 내 아이처럼 웃는 아이는 이 세상에 한 명 뿐이다.

 

 

 

덧1, <괜찮아>를 나도 아이도 좋아한다. 안타깝게도 최숙희 작가는 최근 표절을 시인했다.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준 그림책이라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덧2, 포스팅을 마무리 하기 전 헝겊책을 주문했다. 평소 읽고 싶던 책도 두 권이나 같이 주문했다. 애플비 <무당벌레는 내친구>, 까꿍놀이 시리즈 중 <음매 누구게>다. 다른 브랜드 코야 헝겊책은 헝겊책 자체에 테이핑 처리된 부분이 있어서 사지 않기로 했다.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