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피랑 두두랑, 20개월 딸은 추피 홀릭, 두돌 아기 생활동화 추천

 

한동안 입덧하는 덕에 뽀로로가 아이를 키우고 엄마는 토하거나 누워 있거나 기어다니는 일상이 지속됐다. 돌 전후까지 어느정도 미디어 노출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보여주더라도 시간을 지켜 보여주는 것을 일관되게 이어오는 것을 목표로 했었는데 노력이 와르르 무너지는 나날이었다. 이걸 어쩌나 하면서도 제법 많은 시간 아이에게 텔레비전을 보여줘서 그랬는지 혼자서 책을 뒤적이며 놀기도 하던 아이가 조금 심심하다 싶으면 뽀로로를 외치는 날도 종종 있었다.

 

 

 

그래도 최근에 뽀로로와 만나는 시간을 제법 줄여서 그런지 아이는 다시 책을 조금씩 읽기 시작한다. 딸은 이제 20개월로 텔레비전을 많이 보여주는 것도 문제였을 수 있지만 한참 몸을 움직이며 기쁨을 느끼는 시기라서 그런 이유도 있나보다. 일부러 책을 재미지다며 (엄마가 먼저 재미있다며 리액션, 짝짝짝) 들이밀어도 돌잡이 시리즈 한권 정도 보고는 다른 곳으로 가는 날이 많았다. 주로 오르내리기를 좋아하며 요즘은 19개월 끝무렵부터 시작된 앞구르기로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딸이 요즘 추피를 본다. (어쩌면 매일 똑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뽀로로가 지겨워 졌을지도 모른다) 책장에서 추피랑 두두랑 책을 몇 권 들고 와서 자기 의자에 앉아 "엄마"하고 부르고 한 권은 자기가 보고 다른 한 권은 나를 준다. 책을 아이 쪽으로 향하게 세워서 펼쳐 읽어주면 엄마가 읽어주는 내용과 그림을 보면서 자기도 다른 추피 책을 펴 둡두두바바밥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읽는 척을 한다.

 

 

<추피랑 두두랑 함께하는 바른 생활 이야기>는 프랑스 작가의 생활동화, 추피라는 캐릭터가 주인공, 두두는 추피가 아끼는 인형이다. 애착인형 정도로 볼 수 있다. 총 58권이며 스티커북도 한 권 포함되어 있다. 가격은 최저가를 잘 검색해서 찾으면 5만원대로 권수 대비 저렴한 편이다. 중고가로는 3만원에서 4만원 사이에 거래되며 상태가 좋은 경우 3만 5천원 정도 생각해두면 그럭저럭 괜찮다. 중고로 사려다 아이가 스티커를 워낙 좋아해 스티커북 미사용 책은 찾기 어려울 것 같아 새 책을 샀다. 인터넷 최저가로 검색해서 구매. 카드 청구할인을 받아 5만 3천원 정도에 구입했다. 새 책으로 사더라도 크게 부담없는 가격이다. 입덧이 끝날 쯤 해서 함께 구입했던 전집들을 잘 펴보지도 않는 것에 비하면 '추피랑 두두랑'은 효자다.

 

 

 

처음에는 그다지 관심 없었다. 추피가 동물원에 간 책만 열 번 넘게 읽더니 쳐다도 안보더라. 그러다 지난 주 아이가 감기가 심해져 밖에 나가지를 못하고 집에만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추피 책에 관심을 좀 갖는 것 같더라. 그래서 <추피가 아파요>를 읽어줬더니 뭔가 자신의 상황과 책의 상황이 일치해 몹시 공감이 됐는지 그 뒤로 좀 심심하거나 엄마가 자기와 안 놀아주는 것 같다 싶으면 추피책을 몇권 들고 졸졸 따라와 여지없이 "엄마"를 부른다.

 

 

 

 

딸은 병원에 가서 목구멍을 보여야 하는 그 순간을 무지 싫어한다. 청진기  까지는 울지 않고 잘 기다리지만, 목구멍 보여주기 부터는 대성통곡을 한다. 좋은 느낌을 줄 리가 없는 목구멍 보이기인 것은 사실이다. (이렇게라도 목구멍 보이기를 조금 더 친숙하게 할 수 있다면야) 추피가 "아아아아"한다고 하면서 같이 해보자 하면 아이도 '아아아아' 하면서 재미있어 한다. 추피랑 두두랑은 엄마도 재미있는 책이다. 우리나라와 문화와 사회분위기, 시스템이 달라 별 일은 아니지만 신선하게 느껴지는 내용도 종종 있따. <추피가 아파요>에는 추피가 아프니까 전화를 했더니 의사 선생님이 오시는 내용이 책에 담겨 있다.

 

 

 

생활동화 하나 들여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추피랑 두두랑도 추천할 만 하다. 글줄이 제법 있는 편이지만 유아의 실생활을 표현, 아이의 말, 엄마의 말을 표현한 글이라 문장이 길게 느껴지진 않는다. 책을 그럭저럭 보는 아이라면 추피 정도 글줄은 무난할 듯 하다. 두돌 전후 해서 들이는 생활동화로 곰곰이, 추피가 있고 3세에서 5세 사이는 <도토리 인성동화>, 4세에서 6세 사이는 <안녕 마음아> 중에서 고민하는 듯 하다.   

 

 

 

추피랑 두두랑의 장점은 에피소드가 제법 다양해 여러가지 상황들을 간접체험해 볼 수 있다는 점과 더불어 생활습관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알려준다는 것. 생활습관에 대한 부분이야 모든 생활동화가 담고 있는 부분이겠지만 꽤 다양한 에피소드들은 엄마도 아이도 즐겁게 볼 수 있는 부분인 듯 하다. 할로윈 파티를 하는 추피, 이불로 집을 만드는 추피, 추피 가족의 휴가 여행, 비 오는 게 좋은 추피, 놀이공원에 가게 된 추피 등 아이가 앞으로 겪을 소소한 생활의 일부부터 크고 작은 이벤트 까지 미리 생각해보거나 자신이 겪은 일상과 비교해 보기 좋게 다양하게 마련된 기분이다.

 

추피랑 두두랑을 보면서 굉장히 긍정적으로 다가오는 한 가지는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최소화 했다는 점이다. 아직 전권을 다 보지 않았고, 물론 남녀가 가사에 참여하게 되는 역할이 다른 것은 만국이 비슷할 수 있겠으나 책에서는 추피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엄마는 추피가 부를 때면 가끔 일을 하느라 바쁘기도 하다.

 

 

 

추피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두돌 전후해서 마음에 쏙 드는 전집이 없기 때문도 있었고 잘 보는 아이들이 제법 있는 듯 한데, 중간 정도만 잘 봐준다 해도 가성비는 이미 보장되어 있다는 생각에서다. 게다가 올해 1월 부터 만인의 연인이라는 호비를 할지 말지를 수 없이 고민하다가 아이가 어린이집도 가고 하니 하지 말까 쪽으로 기울기도 해서 겸사겸사 생활동화 하나 쯤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추피랑 두두를 선택한다. (어제 중고나라에서 호비 3개월 양도 받았... 소근소근)

 

아무래도 아이들이 유아이기 때문에 책을 구입하는 구매자는 엄마로 결국은 엄마 취향대로 책을 사게 되는 것이긴 하지만 일단 사두고 아이가 좋아하면 엄마들은 흥이 난다. 추피를 처음 봤을 때 그렇게 예쁘지도 사랑스럽지도 않은 캐릭터에 채색은 비비드하고, 아이들이 좋아할 수 있겠으나 그림 스타일은 캐드로 그려놓은 것과 같은 느낌이라 (검은색 선으로 그냥 그려야 해서 형체와 모양을 표현하여 그린 느낌적인 느낌) 마음에 쏙 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매우 흥겹다. 요즘은 집에 있는 프뢰벨 영아다중, 돌잡이 시리즈, 아람 자연관찰, 바나나 세계창작 모두 곁도 주지 않고 오로지 추피다.

 

 

 

냄비에 앉아 책을 좀 읽을 줄 아는 지적인 20개월.jpg

 

 

 

 

추피랑 두두랑은 스티커를 붙일 수 있는 책으로 나온 버전과 일반 글줄로 이루어진 버전으로 나눠져 있다.

 

 

스티커를 붙여가며 읽는 책 표지에는 위 그림처럼 미리 낱말들과 그림을 함께 실어놓은 페이지를 붙여뒀다. 글을 읽다가 그림이 나오면 아이와 그림 이름을 맞추고 스티커북에서 해당 그림을 찾아 붙여 넣는 식이다. 스티커도 표지 뒤에 있는 구성과 똑같이 그림 밑에 글씨가 적혀있는 게 전부라 굳이 스티커 활동이 필요하지 않다면 구입은 중고로 해도 좋을 듯 하다.

 

 

 

같은 시기에 중고로 구입했음에도 추피의 5배, 6배 가격을 들여 사게 된 아람 바나나 세계창작과 자연관찰책은 언제 쯤 재미를 붙이려는지 싶다. (물론 언젠가는 보겠지라고 생각하며 별 신경 안쓰고 진열 중이긴 하지만) 가끔은 나중에 중고나라에 '상태 좋은 A급'이라는 단어를 붙여 책을 되팔게 될까봐 괜한 걱정도 든다. 

 

어쨌든 그런 의미에서 생각해볼 것도 없이 "추피랑 두두랑" 아주 칭찬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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