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둘째가 온다. 둘째라 해서 미안하지만 첫째에게도 첫째라는 말은 좀 미안하다. 곰곰히 생각해 봤다. 첫째, 둘째는 편의상 붙였다 생각하기로 한다. 먼저 만났으니 첫째, 나중 만났으니 둘째다.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할 때, 아이들이 내 키만큼 자라더라도 첫째, 둘째라는 말의 의미보다 아이의 자체로 대해주고 불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돌쟁이의 공 잡기 왼손은 거들 뿐.jpg 출생순서에 따라 첫째, 둘째라 부르는 게 잘못된 일은 아니다만 어려서부터 '언니라서, 형이라서' 양보하라거나 형이니까 더 잘해야지라는 말은 두 형제 사이를 가로막는 말이면서 동시에 아이의 자존감을 깎아먹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동생에게는 형보다 못 하다, 형보다 잘 한다, 형처럼 해라 등 형을 기준으로 아이에게 말을 하게..
임신 중 우울증, 나만 그런게 아니더라구요 지금도 임신기간을 떠올려보면 현기증이 먼저 난다. 입덧이 너무 심해서 먹고 토하고, 하루 종일 누워 있었다. 임신기간 10개월 중 반 정도는 거의 무슨 정신인지도 모르게 살다보니 태교의 ㅌ 근처도 가보지 못했다. 임신 중에 엄마들이 태교를 어떻게 한다더라 이야기를 들어보면 놀랠 놀자다. 영어비디오, 태교 음악, 좋은 책 읽기는 물론 아기를 위해 본인은 별 취미 없지만 일부러 바느질을 배우러 다니다가 태교는 커녕 짜증만 났다는 주변 이야기들도 들어봤다. 임신 중인 친구가 놀러와서 아기가 밝고 건강하게 까르르 거리며 낮 동안 몇 번 울지도 않고 노는 걸 보고, 태교를 무엇으로 했냐고 물었다. 우리 아기는 태중에서 부터 각종 예능을 섭렵했다. 임신 초기에는 입덧으로 ..
돌잔치를 마친 남편의 한 마디, "남은 건 성장동영상 밖에 없네" 그리고 다음은 남편은 두 마디, "이거 안 했으면 분위기 이상할 뻔 했어." 뭐 이 정도 두 줄이면 모든 평이 요약되는 거지. 역시 모든 엄마가 준비하면서 무릎을 쳤다가 머리를 쥐어짰다가를 반복하는 것처럼 나 역시 그랬다. 역시는 역시. 처음에는 뭘 요란을 떠냐며 아무것도 안한다고 했다가 그래도 좀 서운한데 싶어 이거 알아보고 저거 알아보다보니 그냥 말 그대로 돌잔치가 되어 버렸다. 아무것도 안하기로 했다가 또 하기로 했다가를 반복했지만, 그럼에도 '성장동영상'이라는 걸 해야겠다는 생각은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한 번의 위기가 찾아왔는데 이것저것 준비하다보니 통장 잔고가 탈탈 털려서 중간에 한 번 하지 말까도 했었다. 정말 다행히..
임산부에게 유용한 어플이다. 플레이 스토어에서 '베이비 센터'로 검색하면 무료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다운로드 한 뒤 어플을 실행하면 예정일을 입력하게 된다. 예정일을 입력하면 오늘을 기준으로 임신 몇 주인지 출산일까지는 몇 일이 남았는지 알려주는 기능이 있다. 평소 어플을 실행하면 달력으로 오늘은 임신 몇 주에 해당하는지 안내해주고, 체크리스트 탭을 누르면 주수에 맞춰 미리 준비할 사항들을 알려준다. 이런 저런 핑계로 제대로 실행에 옮겨 본 적은 없지만 수분이 부족할 때니 물을 마시러던가, 섬유질을 풍부하게 섭취하라는 조언 같은 것들은 제법 도움이 된다. 처음에 사용할 때는 몰랐는데 사용하다보니 아기가 태어나고 생후 3주까지의 일들이 안내되어 있어 뭔가 든든하다는 기분을 주는 어플. 한 주가 시작될 때 ..
Photo say. 2015년 4월 12일 분당 탄천 공원 어디 쯤, 티순이 만날 날을 기다리며 어릴적, 엄마가 되길 희망했느냐 하면 아니었다. 결혼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다가 결혼 후에는 엄마가 된다면 이라는 생각을 제법 하게 된다. 임신 사실을 알게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폭풍 입덧이 시작되었다. 매일 같이 토하고 먹기를 반복했다. 계속해서 토하다보니 무슨 보상 심리인지 더 먹게 되었다. 임신 후기로 들어선 지금 늘어난 몸무게를 세보니 몸무게의 대부분은 입덧이 가장 심했던 그 때 모두 찌운 것이더라. 그 때는 그랬다. 먹고 토하고를 반복하고 울렁거림과 불편함으로 누워 있거나 텔레비전 앞을 지키며 아무거나 입에 넣었다. 가끔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에 집에서 할 수 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