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제일 어렵다, 우울증 그리고 여자

 

 

<나는 내가 제일 어렵다> 독일의 심리학자 '우르술라 누버'의 책이다. 책 제목을 매우 성공적으로 지었기 때문에 인기가 있다고 여겨지는 책이라는 생각이 앞선다. 책 속에 내용이 없다거나 읽을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재미가 없다. 책을 읽는 이유가 상당 부분 재미를 추구하는 독자라면, 읽기 전에 한번 더 고려해봐야 할 책이다.

 

서론이 굉장히 길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초반 30%(전자책으로 읽었기 때문에 %로 표시)가 지나갈 때까지 여자는 더욱 우울할 수 밖에 없는데 그것은 '여자에게만 해당하는 일련의 스트레스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라는 내용을 담는다. 그런데 이 30%에는 구체적인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내용은 없고 '그런게 있다, 있다가 말해줄텐데 그런게 있어'라는 식으로 끌고간다. 책이 충분히 흥미를 주지 못하는 이유는 번역의 영향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다른 이유를 들자면 너무 많은 예시와 그에 대한 논문 인용, 학자들의 이론, 영화와 책들이 온통 담겨졌기 때문이겠다. 인용하거나 끼워 넣기로 저자의 생각보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 더욱 많은 책이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다양한 학자들의 연구 내용을 접할 수 있어 심리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학도들에게는 한 번쯤은 읽어봄직만 한 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당신의 마음이 우울하다면 꼭 읽기를 권한다. 책은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감정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더욱이 <나는 내가 제일 어렵다>는 '우울증'을 다루기 때문에 삶에 있어서 안정되기를 원하나 그렇지 못하고, 친밀감을 원하지만 채워지지 않는 '여자'에게 약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심리상담사 겸 부부치료 전문가로 뮌헨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책에는 그녀가 방송활동을 하며, 심리상담을 하면서 만난 사례들이 담겨져 있다. 책은  우울증은 나에게 보내는 심각한 경고신호이기 때문에 우울증이라 하는 일종의 증상이 내게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지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전하고 있다.

 

 

책은 여자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발달심리학을 토대로 여자와 남자가 다른 자아로 성장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데, 여자는 '관계적 자아'로 남자는 '자율적 자아'로 성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성의 우울을 여성이 감정조절을 못하기 때문이라거나, 독립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라거나, 호르몬 때문이나 혹은 여성 특유의 성질과 습관 때문이라고 단정짓지 않는다. 어느 한가지 이유 때문에 우울해지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인 이유로 우울해 질 수 있지만 결론은 '우울'을 마주하는 것은 스스로의 몫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마주하는 것은 스스로하되, 반드시 우울증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말고 주변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청하라는 것이 핵심이다. 배우자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거나, 부모님으로 부터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동성친구에게서 안정을 얻는 것도 방법이라고 일러준다. 더불어 친구들을 자주 만나기 어려운 경우에는 주기적으로 상담을 받는것도 추천해준다.

 

 

책 속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간혹 다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우르술라 누버'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우리'라는 표현을 종종 쓰더라. 그녀가 말하는 '우리'는 관계에서 힘을 얻으며 관계를 통해 안정감을 얻기 때문에 그런 '우리'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스스로에게 조금 더 친절하게 대할 필요가 있는 '우리'다.

 

<나는 내가 제일 어렵다>를 읽으며, 유럽은 조금 다르지 않을까 했지만 여전히 복지가 잘 되어 있다하는 유럽도 여성은 상대적 약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일면 보았다. 우리나라 엄마들은 슈퍼우먼이어야 했고, 할머니도 할머니의 엄마도 모두들 그녀들의 일과는 엄청 무거웠다. 그런데, 이 문제는 여전히 세계적인 문제다.

 

하나 덧붙이자면, 부부애착이 여자의 건강에 있어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연구와 예시들을 통해 잘 보여주기도 하므로 남자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책에서는 남자가 '자율적 자아'를 형성해 성인이 되었다고 해도 '감정'적으로 반드시 채워져야 함을 말하는데, 그런 면에서 책은 여자에게도 남자에게도 모두 필요한 책이다.  

 

마음이 보내는 신호, 우울과 무기력이 있는 당신에게 <나는 내가 제일 어렵다>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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