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천종호 판사님의 소년법정 이야기
- 소울푸드: 리뷰/그리고 책을
- 2015. 4. 3. 15:22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는 위시리스트에 늘 포함되어 있던 책이다. 그러다가 올해 여름, 청소년부 수련회를 다녀와서 부랴부랴 구입했다. 수련회에 천종호 판사님이 오셔서다. 비록 재미 백배가 아니라서 대부분의 아이들이 졸거나 집중 못하고 떠들기는 했지만 (필자도 마찬가지) 그의 사명감은 충분히 전해져서 얼른 일독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집에 구입해두고 가을에는 입시 준비한다며 미루다가 2015년 문턱에 들어서서 읽게 되었다.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는 어른들이 모두 읽어야 한다. 누구보다 부모님들이 먼저 읽어야하고, 선생님들 또한 예외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청소년과 관련된 업무에 종사(청소년 지도사, 청소년 상담사, 사회복지사)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일독을 권한다.
읽는 동안 콧등이 시큰시큰했다. 삶의 불친절함에 곤욕을 겪는 아이들이 결국 선택하게 된 범죄의 결과로 천종호 판사님을 만난다. 책은 벼랑 끝에서 살아낼 용기를 얻은 아이들의 인생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 3부가 소년법정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았다면 4부는 청소년회복센터에 대한 내용을 비중있게 담았다.
책은 부모님의 양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한다. 가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보호 받고, 인간관계를 어떻게 맺는지를 배우는 기본은 무척 중요하다. 그러나, 한해에도 많은 가정이 깨지고 있고 그 안에서 아이들은 상실감과 고독을 경험한다. 부모님이 이혼하더라도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아이들을 사랑으로 충분한 대화로 양육한다면 이보다 좋을 수 없겠지만, 대부분이 그렇지 못하다. 부부의 관계가 깨짐으로 아이들을 방치하게 되거나 함께 살면서도 여러 사연으로 미워하기도 한다.
천종호 판사님은 소년법정이라는 공간에서 법을 집행하는 것에 앞서 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재판은 화해와 용서의 시간을 거쳐서 이루어진다. 아이들은 부모님께 용서를 구할 수 있는 시간을, 부모님은 아이에게 사랑한다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책 안에 있는 모든 사례들의 결말이 행복한 결말은 아니었다. "판사님, 5만원짜리 돈은 오늘 처음 보았어요."라는 어느 소녀의 대화에 스스로 부끄러워졌다. 책을 읽을수록 자신이 없어지기도 했다. 읽을수록 우리나라가 청소년에게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도 여실히 드러났다. 열악한 여건과 환경 가운데 그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수련회 중에 그는 방송에 출연하게 된 이유도 (sbs 학교의 눈물, tvN 리틀빅 히어로) 전적으로 소년법정 이야기를 알려서 사람들이 관심을 두길 바랐기 때문이라 했다. 공부해서 남준 인생을 사는 사람이다.
인문학적 소양과 감성을 적절하게 활용해 아이들의 마음을 돌리는데 활용한다. 시를 읽어보라고 시키기도 하고, 뉘우침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호통을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따뜻한 위로를 전했다. 그의 노력 덕분인지 그를 돕고자 하는 손길들이 모여 우리나라를 조금씩 바꾸고 있다. 가장 밑바닥에서 부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한 사람의 인생이 바뀌고, 멀리 보면 우리나라가 바뀐다는 신념과 사명으로 직업에 임하는 천종호 판사님의 노력이 점차적으로 큰 결실이 되어 돌아오길 응원한다. 대학원 입시 공부를 하면서는 부부상담을 해야겠다, 청소년 상담이다, 가족상담이다 머리속으로 어떤 길을 갈지 생각하느라 혼자 분주했다. 그런데 입시 결과가 나오고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를 읽으니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사명을 감당하는 삶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대안가정의 역할을 하는 청소년회복센터, 학업을 중도에 포기한 청소년들을 위한 국제금융고등학교 창원분교에서 일하는 이들의 인생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며 그들과 비슷한 삶을 그려본 내 자신이 굉장히 작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들은 지금도 자비를 들여가며, 시간과 물질과 정성으로 아이들의 삶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책은 삶에 물음표를 준다. 동시에 흐릿하지만 동기를 부여하고,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한다. 소년법정의 사연과 눈물, 그리고 천종호 판사님, 그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비추어 작은 보폭이지만 앞으로 나가는데 도움을 준다.
"소년과 소년범은 다르지 않습니다"라는 책 속 한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나라를 재생시키는 역할을 하는 누군가가 있어, 아직은 미래가 있다.
덧, 블로거 노마드벨류메이커라는 분이 '천종호판사의 가면 뒤에 드러난 안하무인의 모습'이라는 제목으로 이런저런 사연을 적어 놓았네요. 책을 읽고 리뷰를 작성하기 전 해당 블로그에서 폄하하는 내용을 읽어보고 실제로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수도 있으나 인물에 대한 왜곡, 과장된 부분도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판단은 각자의 몫이니) '어쩌다 ...'라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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