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수유 끊기, 낮수유 밤수유 떼기, 사실 뾰족한 수는 없어요

 

 

낮수유를 끊었다. 6개월 부터는 밤수유를 끊겠다며 아이를 울렸다. 어렵게 끊었다. 우리 아기는 8개월 때부터 이미 이가 8개 났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치아우식증이 염려되서 미리부터 밤수유 횟수를 줄이려 한 것도 있다. 밤수유를 끊으면서 겉으로는 괜찮은 척 했지만 속으로는 쩔쩔 맸다. 밤수유를 끊어야겠다 마음을 먹게 된 건 두시간, 네시간 마다 아이가 젖을 찾으며 먹겠다고 해서다. 다행히 이유식을 잘 먹어줘서 수월하게 마음을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낮수유를 끊었더니 밤에 젖을 찾는 것 같은 부작용도 있다. 그러나 찾는 것 같을 뿐이지 습관을 들여놓은 탓에 본인이 먹을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때에 잠에서 깨도 울지는 않는다. 문제는 낮수유를 끊으면서 아기가 낮잠을 한 번만 자게 되고, 밤 잠을 빨리 자려고 해서 결국 원래는 오전에 일어나서 한 번, 오후에 잠 들기 전에 한 번 주려던 게 계획처럼 되지는 못했다. (낮수유 끊고 2회를 줘야지 했던게 3회를 주는 날도 생기게 된다) 아기가 밤잠을 일찍 자버리니 새벽 다섯시에 주던 수유가 한 두시간 앞당겨졌다. 그래서 다시 밤수유를 하는 기분이다.

 

 

 

이유식을 잘 먹는다면 모유를 굳이 끊을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출산 후 생긴 두드러기가 수유량이 늘어날 때마다 심각해지는 문제도 그렇고, 이제 10개월도 되었고 해서 13개월 쯤에는 단유를 할 계획이라 큰 맘 먹고 실행했다.

 

젖 먹는 아기의 볼이 귀엽고, 이제는 좀 컸다고 손으로 엄마 얼굴도 톡톡 건드려가며 장난치는 것도 즐거워서 참 아쉬웠다. 아쉽지만 그렇게 하기로 했다. 이래도 괜찮나 싶어 인터넷에서 수도 없이 후기를 찾아 읽었다.

 

아는 엄마 중에 아기가 이유식을 잘 먹어 오전에 한 번, 자기 전에 한 번 준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래서 전부터 나도 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친정엄마는 하려면 한꺼번에 하지 왜 낮 따로 밤 따로 끊으려 하냐고 아이 성격 버린다며 우려했다. 모유수유도 어렵지만 젖떼기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렵구나.

 

 

낮수유 떼기 3주간의 기록

 

무서운 1주차

6월 6일 휴일이라 남편의 도움으로 낮잠을 두 번 잤다. 아빠가 재워주니 그럭저럭 잔다. 무난하게 지나가서 다행이라 생각이 든다. 수유 끊을 때 아빠들이 많이 도와줘야 한단다.

6월 7일 왜 안주지 생각하는 것 같다. 업어재우고 안아재우고 눕혀주고 감정이 폭발할 때마다 맛있는 것들로 회유하기를 반복했다. 재우다가 잠 안온다고 난리치면 달래서 거실로 나와 바나나, 사과, 오렌지, 수박 등 과일들로 배를 채워주고 다시 방으로 들어와 토닥여줬더니 낮잠을 잤다. 오전 낮잠은 그럭저럭 자고, 오후 낮잠은 업어서 재웠다.

6월 8일 어제와 같은 방법이지만 폭발했다. 오전 낮잠은 이전과 같은 방법으로 맛있는 것들을 먹여 재울 수 있었지만 역시 오후가 어려웠다. 업어도, 눕혀줘도 뭘해줘도 난리라서 결국 두 번째 낮잠 재우기는 실패했다. 이 날부터 저녁잠을 빨리 자기 시작했다. 당연 낮잠 두 번 자던걸 오전에 한 번 한시간 정도 자니 졸릴 수 밖에 없다.

6월 9일-6월 12일 낮수유 끊은지 3일이 지나니 잊혀져 가는지 점점 그럭저럭 지내기 시작한다. 워낙 이유식을 잘 먹던 아이라 오히려 낮수유 끊고 허전하지 말라고 간식을 열심히 줬더니 밥을 덜 먹기도 했다. 주말에는 나갈 데가 없으면 마트라도 돌아다녔다. 아이가 집에만 있으면 더 생각날 수 있다고 한다. 엄마들 중에 수유 끊을 때, 일부러 하루 종일 데리고 돌아다니는 방법을 쓰는 엄마도 있다해서 일주일 동안 어디든 가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그리고 2주차

패턴을 잡아가고 비교적 수월하다.

수유 끊기 힘든 이유를 수유를 줄여가면서 격하게 공감하고 있다. 아는 언니네 친구는 아이 표정을 보면 너무 슬프고, 수유 끊고 한참이 지나도 가끔 그 표정이 생각난다더라. 그런데, 끊어보니 알겠더라. 육아 카페들 돌아다니다 보니 정말 너무 울어대서 매번 실패하는 이야기들도 좀 있더라. 애도 울고, 엄마도 운다는 얘기가 이 얘기.

 

소담한 소담아기도 세상을 잃은 것 처럼 울어대서 나도 너무 슬펐다. 그러다가도 하루 종일 울어대는 날에는 나도 같이 우는 척을 해보기도 하고, 어느 날은 아이에게 조용히 하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그 정도로 힘들었다. 조용히 하라고 다그치고 더 우는 아기를 안고, '엄마가 미안하다 하루 종일 울어대니 엄마도 지쳐서 그랬다'며 사과를 하며 눈물이 핑 돈다. 먹일 수 있다면 두 돌까지도 좋겠지만, 사실 그렇게 먹일 자신이 없어 얼른 얼른 단계를 밟아가는 중이다. 두 돌까지 먹이는 엄마들 대단하다. 그럼에도 딱 1주일이면 어느정도 자리가 잡히긴 한다.

 

굳히기 3주차

라고 했지만, 이제 3주차. 자리가 잡히긴 했는데 3주 쯤 되니 생각나서 운다기보다 잠투정이 생겼다. (라고 쓰고 가끔 최상급 진상을 부린다고 읽는다) 6월 한 달이 어떻게 지나간지도 모르게 지나간 느낌이다. 3주차가 되니, 다시 폭발을 하기도 했는데 기억에 1주차 3일 때 엄청나게 야단이 났던터라 힘들어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그냥 지나간 기분도 든다.

 

정말 뾰족한 수가 없다. 출산한 이야기 다음으로 이야기 꽃을 피울 수 있는 주제가 모유수유인데, 엄마들마다 갖고 있는 단유한 이야기도 아주 절절하다. 가슴에 곰돌이 눈코입 그린 이야기, 달력에 쭈쭈와의 이별 디데이를 표시하거나, 가슴에 밴드 붙이기, 압박 붕대 등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면 아이에게는 아주 충격적일 수 있는 방법들이 사용되기도 한다.

 

아마 밤수유 끊기 전에 달력에 이별 디데이 표시하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아이가 요즘은 말귀를 제법 알아듣는데, 아마 낮수유 끊을 때 하던 이야기도 대충 짐작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나의 추측.

 

"햇님 있을 때는 쭈쭈 빠빠이 하는거야. 밤에 코 잘 때 한 번, 아침에 일어나서 한 번 먹기야. 이렇게 점점 언니가 되는거야."

 

라고 주절주절 듣든 아니든 계속 주절주절 말했었다. 다행히 아기가 잘 적응 중이라 믿고 있다. (믿고싶을지도)

 

 

 

낮수유를 끊고 우리에게 찾아온 변화들

 

낮수유 끊고 찾아온 변화 (아이)

소담한 소담아기는 낮수유를 하면서 잠을 청하고, 낮잠자고 일어나서도 꼭 젖을 찾던 아기다. 낮수유 끊기 전 낮잠자고 일어나서 젖먹기를 먼저 줄이기는 했었는데, 낮잠을 자면서 먹는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 그냥 주다가 이번에 젖 없이도 잠들기를 제대로 배우게 된다. 눈을 슬쩍 감겨주며, "소담이 없다!" 아기가 다시 눈을 슬금 뜨면 "까꿍!"해주고 같이 웃으면서 졸린 상태에서 여러번 반복하면 스르르 쉽게 잠이 든다. 3주째되니 오전 낮잠은 졸린 것 같으면 방에 데리고 들어가 눕히고 토닥이면 잠이 드는 날이 있기도 했다.

 

 

문제는 낮잠은 한 번만 자려한다는데 있다. 다른 엄마들은 아이가 빨리자니 자유시간이 빨리오지 않느냐하지만, 자유시간이 빨리 올 뿐이다. 게다가 낮잠을 제대로 채우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보채고 짜증내는 아기를 오후 세시부터 급하게 간식 챙기고, 목욕 씻기고, 저녁까지 먹이면 완전한 체력방전은 예정된 일. 그리고 아기가 빨리자고 빠르면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니 나도 빨리 자야한다. 자유시간 총량의 법칙이 있는건지 ( ..) 여튼 빨리자거나 늦게자거나 같다. 그래서 솔직히 예전처럼 8시나 9시에 자는게 낫나 싶기도 하다. 두 번째 낮잠을 안자게 되면서 빠르면 오후 다섯시면 꿈나라. 어제는 밥 먹다가 그냥 자버려서 ( ..) 앞으로 이를 어쩌나 싶다.

 

아이들은 수시로 바뀐다고 하니 잘 지켜보는 수 밖에 없겠다. 돌이 되서 힘이 좀 더 생기면 밤 잠을 맞이하는 시기가 좀 뒤로 미뤄질 수도 있으니 기다려봐야지.

 

 

낮수유 끊고 찾아온 변화 (엄마)

1주차에는 젖 양이 억수로 불어서 여러가지로 틈틈이 짜주고 수유패드도 갈아주고 바빴다. 젖 양이 원래 많았던 터라 낮수와 밤수를 따로 끊자는 생각도 있어서 잘 관리를 해서 지나가나 싶었는데, 3주차에 젖몸살이 왔다. 그래도 약하게 와서 하루 끙끙 하다가 말았다.

 

낮수유 먼저 끊은 엄마들이 말하는 편하다는 말이 뭔지를 알게 된다. 낮에 워낙 먹는 아이라 간식도 챙겨주고 틈날 때면 물고 있으려 하는 아이를 이고 지고 먹이고 재우고 육체적으로 지치기도 했는데, 이제는 간식 때 챙겨주고 이유식 챙겨주고 그냥 신나게 놀아주고 안아주고 하하호호깔깔히히 하면 되니까 이런 점은 편하다. 밖에 나가서도 굳이 수유실 안 찾아다녀도 되니 좋더라.

 

 

낮수유 끊고 찾아온 변화 (아빠)

요즘 너무나도 신기하게 3주째 야근 중이라 큰 변화는 없다. 야근으로 온 변화가 있으려나 싶다. 그냥 아이가 엄마를 찾으면 아기랑 같이 신나게 기어서 조금만 더 자면 안되냐 하는 엄마에게 온다.

 

변화는 없지만, 혹여 있다면 주말에 아이 낮잠 시간에 아기를 재워줄 수 있는 정도. 그런데 그것도 주말 출근 2주차라 ( ...) 또르르.

 

 

 

 

젖 떼기로 고민하시는 엄마들 모두 화이팅입니다. 카페들 후기 읽으며 돌아다니다 보니 젖은 엄마의 집착이라는 어느 엄마의 글이 있어 그래도 마음 굳게 먹고 낮수유를 뗄 수 있었어요. 떼기로 마음 먹었으면 다시 되돌리지 말고 쭉 이어가는게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좋을 것 같아요. 어느 때는 울린게 아까워서 계속 할 수 밖에 없고(이렇게 울 때면 마음이 찢어지죠, 맴찢), 불었던 젖이 다시 안정을 찾는 과정도 엄마에게는 고통이라서 계속 할 수 밖에 없기도 하더라구요.

 

한 번쯤은 아이가 너무 많이 울고해서 아픈가 싶기도 해서 열이 나나 재보기도 하고 긴장하고 있기도 했어요.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과 떨어지려니 생애 최초로 일어나는 이별의 사건이 얼마나 슬프겠어요. 아주 무섭게 울어요. 큰 일 난 것처럼 울어요. 세상 잃은 것 같은 표정으로 울어요. 아이가 너무 울어대서 지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척 짠했어요. 정말 옆에서 꼭 안아주고, 잘 놀아주고, 맛있는 것 주는 것 밖에 방법이 없더라구요.

 

 

아기도 엄마도 젖과의 이별에 성공하길 응원하며 힘내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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