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돌 미만 아기와 여행한다면 고민해볼 것들, 유모차 가능 여행지, 아기여행 준비물과 이유식
- 육아를 위한 레시피/엄마사람으로 산다는 것
- 2016. 10. 15. 07:30
지난 주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무척 오랜만에 가게 되는데, 어찌어찌 하다보니 시어른들과 동행하게 되었다. 시어른들과 함께 가는 게 마냥 편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긴 했지만 복병은 다른 데 있었다. 태풍 차바를 만나게 된 날씨와 식사를 해결할 곳이 없음이었다. 오히려 아버님 어머님도 고생을 워낙하셔서 이게 누구를 위한 여행이랄지 싶었다. 어떻게든 해서 여행을 다녀오긴 했지만, 엄청난 피로가 누적되어 돌아온 것은 물론 일반적인 여행이라기 보다 글세 극기훈련 가서 빡세게 육아하고 돌아 온 기분이다.
남편이 신입사원이라 아기가 돌이 되도록 아직 휴가를 써 본 일이 없어 여행이라는 명목으로 어디를 멀리 가본 것은 출산 후 처음, (처음인데 왜 때문에 이렇게 되었을까 다시 생각해봐도 썩 좋지는 않은) 소담이는 탄생 이후 처음이다. 처음 가기 때문에 모르는 것도 많고, 생각 못한 상황을 만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무사히 훈련( ...?)을 마치고 돌아 온 기념으로 두돌 미만 아이와 함께 여행을 계획 중인 부모라면 미리 생각해 볼 것들을 정리한다.
아기 옷과 아이 물건들, 아기 여행 준비물
떠나기 전에는 제주도라 해도 추울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 말은 70% 이상 옳은 말이었다. 태풍이 오지 않았다면 계속 여름 같은 날씨였을 것 같은데, 어쩌다 태풍이 왔다. 일월화수요일을 제주에서 보내기로 했는데 도착해서는 너무 더운 날씨에 반팔은 상하의 한 벌, 나머지는 모두 긴팔을 챙겨와서 좀 걱정했다. 도착해서는 걱정이었으나 화요일에 태풍 차바의 방문으로 긴 옷은 아주 요긴하게 쓰인다.
아기 옷은 어른 옷보다 넉넉하게 준비해 가는 것이 좋고, 환절기에 여행을 할 경우에는 어떤 날씨를 만나게 될 지 모르기 때문에 다양하게 준비해 갈 필요가 있다. 가는 날까지 짐싸고, 이유식을 해 가느라 바빠 사진이 없음은 아쉽다. 일정은 3박 4일이지만, 일요일은 저녁 다 되서 도착했고, 수요일 오전은 스케줄 없이 보내니 2박 일정이라 생각하면 된다.
네이버에 육아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어요. 놀러오세요.
여행시 아기 여행짐 목록
내복 3벌, 외출복 3벌 (3박이니 3벌씩, 일정이 짧으니 2박으로 생각했을 때도 넉넉하게), 가디건 1(가디건은 얇은 가디건을 입고 가고 두툼한 가디건 하나를 따로 챙겼다)양말3, 모자1, 칫솔, 손톱깍기, 썬크림
귀체온계, 해열제, 콧물약, 간단한 장난감
평소 좋아하는 인형 (인형 같은 경우 여행을 처음 떠나 자다 깨서 낯설어 하는 아이에게 꼭 좋은 아이템, 첫 날은 인형 도움을 좀 받았다)
힙시트, 유모차 (힙시트 같은 경우 잘 걷더라도 아이를 데리고 다닐 때 아주 유용하다)기저귀 30 (아기마다 다르지만 일부러 넉넉하게 가져가서 많이 남겨 왔다)
기저귀천5 (기저귀천은 여러가지 용도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 넉넉하게 준비)
아기 목욕수건1아기 쌀과자 (쌀과자는 생각보다 더욱 넉넉히 가져갔지만, 생각보다 더욱 잘 먹어서 거의 다 먹고 돌아왔다)
이유식
아이가 먹을 음식, 이유식을 비롯한 간식
짐 보다 더 급했던 건 아이가 먹을 것들이었다. 소담이가 이가 나는 중이어서 잘 안먹다가 그 뒤로 또 잘 먹다가 목감기가 살짝 와서 또 안 먹다가 그 뒤로 또 잘 먹다가 오락가락 하는 중이어서 내 마음도 함께 오락가락 하던 한 주였다. 아무래도 챙길 것도 많은데 체력은 한계가 있으니 아이 먹을 것을 사갈까 했는데, 하도 이랬다 저랬다 하니 정하지를 못하다가 다시 밥을 잘 먹게 된 그 순간 결정을 했다. 사 먹여 본 밥이라고는 동네 죽집에서 파는 아기 이유식을 먹여본 게 전부다. 여행을 가니 시판 이유식을 3일치나 사갔다가 괜히 안 먹으면 멀리까지 가서 애는 먹을 것이 없어 고생하고, 엄마는 쓴 돈을 아까워 하는 일이 생길까 염려되어 4일치 총 12끼 분량을 만들고, 간식까지 모두 준비해가기로 결정했다. 만드느라 토요일 종일을 고생했지만, 처음 먹여보는 시판 이유식을 과연 우리 애가 잘 먹을까 먹지 않을까로 고민하는 정신적 고통 보다야 나은 선택이었다는 생각.
간식 요거트, 치즈, 멜론, 거봉, 단호박이유식 소고기무참깨진밥, 애호박콩진밥, 닭고기고구마부추밥
나흘 동안 아침, 점심, 저녁을 돌아가며 다른 밥을 줄 예정이었고, 밥은 모두 완성 이후 식혀서 일요일 식사를 제외하고 모유 저장팩에 넣어 얼렸다. 소형 아이스박스 안에 냉동팩과 함께 얼린 밥을 넣고, 과일과 유제품, 단호박까지 넣으니 서울 기준으로는 제법 선선한 가을 날씨에 상할 염려가 전혀 없어 안심이었다. 물론 사진은 없다. 가는 당일 징징대는 애를 들었다 놨다하고, 계속 음식하고, 짐 싸느라 이미 다녀 온 기분이었지. 블로그에 주절거리고 싶어 뇌 저쪽 구석에서 사진을 찍어라고 외쳐댔지만 아쉽게도 실행에 옮길 여력이 되지 않았다.
하루 동안 이유식 세 가지를 준비하고, 단호박을 익히고, 거봉을 손질하고, 멜론을 자르고 너무 바빠서 정신은 없었지만, 가서는 먹이는 문제에 있어 스트레스가 전혀 없어서 무척 좋았다. 몸이 고달프더라도 아이가 워낙 잘 먹는 편이라면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긴 하다. 돌 이후 아이들의 경우 어른 음식을 먹이기도 하기 때문에 가서 현지 음식을 먹이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엄마들 스타일이기도 하고, 아이의 성향에 따라 워낙 안먹는 아이들은 일찍부터 어른들과 비슷한 정도로 간을 한 음식을 접하게 되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우리의 바이블 이유식 책들에는 모두 두돌까지는 간을 매우 약하게 또는 하지 말 것을 권하지만, 사람 일이 교과서 처럼 될 리가 없다는 건 다들 알고 있는 사실) 그래서 돌 이후 아이들은 7개월에서 11개월 전후 아이들에 비해 수월할 수도 있다. 여행 가서 만나는 음식들을 먹는게 가능하기 때문. 그런데 만약, 간이 많이 되어 있는 음식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라서 싱거운 음식이 함께 나오는 곳을 꼭 찾아야 하는 상황이 매번 반복된다면 아무것도 준비해 가지 않았을 때 문제가 될 수 있겠더라.
제주도가 워낙 인기있는 관광지가 되어서 준비성이 부족했던 우리 일행은 어쩌다보니 아무데나 '들어갈 수 있는' 식당들을 찾아 다니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더욱 아이가 먹을만한 음식을 선정하기는 어려웠다. 만약에 챙겨가기 어려웠다면 시댁에 프로 불편러 인증하고 돌아왔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떙땡은 어떠니? 이러면 반찬은 뭐 나와요? 이러고, 땡땡땡은 어떠니? 물으면 그 음식은 너무 짠 것 같아요, 기름기가 너무 많아요(아기도 같이 먹어야 하니까요)라며 10명 가까이 되는 그 일행을 모두 배고픔과 불편함의 늪으로 몰아갈 뻔.
날씨와 상황에 따른 여행 스케줄
별 생각 없다가 도착하고 날씨가 궂어지니 여러번 생각하게 된 게 여행 스케줄이다. 다른 많은 일행이 있다보니 (서로 다른 의견이 있어) 처음에 가기로 정해 둔 내용과는 다르게 움직이기도 했다. 아이들 데리고 다니기에는 좀 강행군일 것으로 예상 되는 곳(한림공원)에서는 아기가 자길래(안자면 그래도 입장은 했을 듯) 우리 막내들은 주차장에서 있었다.
올 해 놀러 간 제주의 10월 날씨는 극과 극이었다. 첫 날은 여름날씨, 심지어 둘째 날은 10월인데 협재해변에 해수욕을 하는 인파들이 북적이는 것도 봤다. 덕분에 우리들도 발 정도는 담궜다.
계획으로는 여행 자체를 다니는 건 월요일, 화요일만 하기로 예정해놔서 유모차가 다니기 좋은 곳 위주로 가기로 계획 되어 있었다. 그러나 어쩌다 보니 (이번 여행의 묘미는 어쩌다)
월요일 아침 겸 점심 먹으러 헤매다 들른 서촌(서울촌놈)이라는 돈까스와 쫄면 집, 한림공원, 협재해변, 테지움(테디베어 사파리)화요일 에코랜드, 태풍이 와서 숙소 (예정된 계획은 섭지코지, 에코랜드, 숙소)
어쩌다 다닌 곳이라고는 음식점과 숙소 뿐인 기분. 월요일 오전에는 식당을 찾아다니는 일로 시간을 너무 많이 보냈고, 화요일은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서 별 일을 하지 못했다. 한림공원은 무척 넓고, 한 번 입장하면 나오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에 아이를 데리고 간다면 이 부분을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 입장 하지는 않았지만 한림공원 안에서 유모차는 동굴을 제외한 곳은 다닐 수 있단다.
홈페이지 링크 (테디베어 사파리 제주 teseum.net/teseum_jeju/)
월요일 저녁은 어딜가지 고민하다가 결국 제주 테지움에 방문.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쿠폰을 사진으로 찍어가거나 출력해가면 할인해준다. 20% 할인이라 괜찮은 편. 소셜에도 할인된 가격으로 입장권을 팔고 있으니 애들 있고, 갈 데가 마땅찮아 고민이라면 추천한다. (테지움도 유모차 오케이)
한림공원에서는 주차장서 두시간 넘게 자다가 여기와서 신났기 때문. 돌 전후 아기들은 좋아하는 듯 하고, 물론 두 돌이 훌쩍 넘은 아이들은 그냥 그렇게 본다. 사진 속 소담이는 신이 났는데, 형님네 아기는 33개월 쯤이라 그럭저럭 재미나게 본 듯 하다. 참고, 33개월 아기의 동생은 7개월 아기인데 이 아기는 무서워했다. 테디베어 사파리는 소담이 때문에 온 걸로.
전시장이 넓지 않아 그렇구나라고 생각하며 살피는 어른의 경우 한시간이면 충분히 볼 수 있고, 보는 게 귀찮은 사람이라면 30분 안에도 충분히 다녀갈 수 있다. 만지고, 가까이 가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테디베어 박물관 보다 테지움을 추천한다.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테마들이 많았는데 동화를 패러디 하거나 다양한 동물들을 인형으로 만들어 전시해 한 번쯤은 볼 만하다.
둘째 날은 숙소와는 반대편인 제주 동부를 다녀보기로 했었지. 물론 결론은 동부를 다녔다기 보다 차 안에서 시간을 써 버린 게 되었지만.
이 날의 예상 스케줄은 섭지코지와 에코랜드. 섭지코지도 많이 걸어야 하긴 하지만 유모차 여행이 가능하다 하여 섭지코지를 좀 다니고 그 주변에 있는 에코랜드를 가기로 했다. 에코랜드는 기차를 타고 다닐 수 있다고 하여 금방 다니려나 했었다. 그런데, 어른들도 자세히 보고 걷고 놀다 오려면 4시간은 걸린다는 말에 하나만 다녀도 아이들이 있으니 충분할 것도 같았다. 오전에는 기차를 운행하지만 오후에는 태풍이 예상되어 운행하지 않는다 하여 얼른 가게되었다. 섭지코지도 기상이 악화될 경우에는 어차피 관광은 불가하다고 한다.
역들에 내려서 여기저기 가볼만 하다고 하는데 우리 일행은 3번 역에만 내려 아이들 포토타임을 갖는 둥 마는 둥 하고 기차를 타고 밖으로 나왔다. 안개가 짖게 깔리고 바람이 세게 불기 시작해서다. 피크닉 가든 역에는 키즈존이 있어 아이들이 좋아할만 한 설치물들을 만들어뒀다. 작은 마을 처럼 구성해 뒀는데, 물론 사진은 없다. 사진 없이 말로만 열심히 떼우는 블로그라 좀 아쉽지만, 변명1은 애가 매우 걸어다니고 그 곳에는 언니 오빠들이 뛰어 놀아서 사진 찍기가 쉬운 일은 아니더라. 변명2는 비가 오려해서 마음이 급했다. 사족1은 여기서 가족 사진, 단체사진을 찍었는데 그냥 못생기게 나왔다. 좋은정보1은 에코랜드도 유모차가 다니기 좋더라. 여행 계획 자체를 유모차가 다닐 수 있는 곳으로 계획하긴 했다.
예정은 3번 역과 4번 역에 내려서 산책도 하고 좋은 공기도 마실 그런 생각이었으나 태풍의 착륙으로 기차를 타고 도는 것으로 마무리. 기차만 타고 돌아도 볼 거리가 많고 엄청난 자연을 구경할 수 있다. 여기가 곶자왈 숲이라 하는데 재방문의사 120%, 좋았다. 다른 것도 좋지만 기차도 좋았다. 제주도에 다녀온 뒤로 아이는 빵빵 외에 기차와 비행기를 잘 알게 되었고, 칙칙폭폭 기차 놀이도 전보다 배는 좋아한다. 심심할 때면 붙였다 떼었다 장난감에서는 꼭 기차와 비행기를 떼서 갖고 온다. 백 번 듣는게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는데 직접 타봤으니, 경험이 최고 좋은 교육은 교육이다.
여행 일정은 여기까지, 두돌 미만 아이와 함께 여행을 한다면 날씨가 좋을 때 여행코스와 기상이 악화됐을 때 여행코스를 따로 생각해 가는 것도 팁이다. (이런 고생 끝에야 얻은 결론) 어른들끼리 다니면 여행도 왔고 좋은 곳에 왔으니 아무렇게나 다녀도 큰 문제는 없지만 애 데리고 차 안에서 과자를 무한으로 주면서 이런저런 고생들을 해보니 아기가 있으면 아무래도 철저하게 계획을 해 두는게 몸이 덜 피곤한 비결이겠더라.
네이버에 육아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어요. 살금살금 운영하던 블로그입니다.
https://blog.naver.com/soulfood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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