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냄새, 아이와의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위한 꼭 하나, 생후 3년 하루 3시간

 

 

엄마 마음은 오늘도 갈팡질팡 한다. 갈까 말까 망설이고, 할까 말까 망설인다. <엄마냄새>는 진로와 적성이 육아가 아니라서, 출산 후 쌓이는 걸 본 적이 없는 통장 잔고 때문에 고민이라서, 곧 일을 나가야 하는데 어떻게 할까가 걱정이라서 등등 고민을 안은 모든 엄마들을 위한 책이다.

 

 

 

영국의 아동 심리학자 스티브 비덜프

'우리는 인생의 몇 년을 어린 아이들에게 주어도 될 만큼 우리 인생은 충분히 길다'

 

육아하면서 책을 좀 읽어보자 했지만, 이는 내 힘으로 유학이라는 것을 가보겠다는 판타지와 제법 비슷한 급의 다짐이었음을 알았다. 운동은 고사하고, 책 몇자 읽기도 빠듯한 주제에 대학원 복학을 잠깐 고민하기도 했었다. 그냥 뭔가를 하고 싶어서다. 그러다 마음을 다 잡았을 쯤, 시간을 쪼개 <엄마냄새>를 읽다가 '우리 인생 몇 년은 아이에게 줘도 충분히 길다'는 이 말이 모처럼 위로가 되더라.

 

 

 

<엄마냄새>라는 제목처럼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엄마가 아이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한다. 기승전결이 모두 엄마로 되어 있다.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라면 '아이와 보내는 시간'에 대해 가장 먼저 고민해 보라는 말, 결국은 나와 아이를 위해 꼭 필요한 말이다. 책에서 여러 사례들을 통해 알려주고 있기도 하지만 엄마와의 끈끈한 애착관계가 아이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누구보다도 잘 안다. 엄마와의 관계가 소원한 나,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걸쳐 닥쳐온 여러 사건들로 엄마와 심리적, 물리적으로 떨어져 지낸 시간이 제법 된다. 아주 서먹서먹한 정도는 아니라 하더라도 서로 조금 먼 느낌이 있다는 걸 아는 두 모녀가 엄마와 나의 관계다.   

 

 

 

 

그럼에도 이만큼이나 지낼 수 있는 이유는 나에게 생후 3년 하루 3시간 이상의 엄마냄새가 있었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양육의 333 법칙을 이렇게 말한다.

 

하루 3시간 이상 아이와 같이 있어주어야 하고,

발달의 결정적 시기에 해당하는 3세 이전에는 반드시 그래야하며,

피치 못할 사정으로 떨어져 있다 해도 3일 밤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

 

임신 사실을 알기 직전에 합격 소식을 들었고, 지금은 (자발적) 장기 휴학생이 되었다. 휴학기간이 길어지면 타의로 자퇴처리가 되겠지만, 아직까지는 첫째 아이가 60개월 정도 (꽉 채운 다섯살) 되었을 때 재입학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여전히 엄마로 잘 지내고 있다. 첫째 아이 기준이라 애매하지만, 그 사이 둘째가 태어난다는 것을 가정해 생각해 봤을 때도 앞으로 두 아이의 삶을 충분히 함께 할 만큼의 일정을 계획하기로 한다. (물론 항상 욕심이 앞서겠지만)  

 

 

 

저자는 엄마 품에 아이가 최소한 세시간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얼마전 육아를 세시간 미만으로 하는 엄마가 행복하다는 인터넷 기사를 봤다.

 

양육 세시간 미만 가장 행복하다는 인터넷 기사

 

아이 보는 게 생각처럼 녹록치 않다. 세시간 미만으로 보면 참 좋겠지만, 엄마들이 힘들어 하는 건 아이를 세시간 이상 봐야하는 자체는 아니다. (물론 위 기사에 나온 기사는 표본이 부실해 보이는 것이 사실)아이 보는 일 외에 가사노동과 함께 아이를 위해 이것저것 할 일들이 많은데 솔직히 말하자면 다른 노동은 하지 않고 아이만 볼 수 있는 환경이라면 더 없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집에서 아이와 함께 하는 사람들도 이런 생각인데, 워킹맘의 세시간 지키기는 더욱 어렵다. 집안 일을 다른 사람을 통해 맡길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면 더욱 그럴테다. 아이 밥 세끼만 챙기더라도 최소 한 시간은 꼭 필요하더라. 그런데 보통 퇴근 후 집에 아무리 일찍 도착해도 저녁 일곱시인걸 생각한다면 아이와 충분히 놀아 줄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엄마냄새를 대체할 다른 어떤 것도 없으니 모두다 찰떡 같이 세시간을 지켜야 한다. 워킹맘도 전업맘도 하루 세시간은 집중해서 진득하게 아이와 붙어있어 보자.

 

 

 

처음에는 <엄마냄새>라는 따뜻한 제목 때문에 에세이인 줄 알고 지나친 책이다. 그러다 찾아 읽게 된 이유는 꼭 필요한 내용을 차곡차곡 담고 있을 것 같아서다. 뇌 과학과 심리학이론에 토대를 둔 현실적인 양육이론을 고안, 정신과에 내원한 아이들과 부모를 통한 치료경험, 작가의 양육의 경험을 담아 한 권의 책으로 완성했다는 소개에 '엄마'로 사는 삶에 대해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만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는 동네는 출산률이 높은 동네라 오늘도 여전히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면 그렇게 책을 사라며 붙잡는다. 아이 뇌가 어떻고 지금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어떤 책을 보여줘야 한다, 어떤 교구가 있다, 엄마 마음이 어떤지 봐주겠다 그러면 엄마가 아이를 볼 때 수월하다는 말들로 접근한다. 그런데 중요한 건 아이에게 무엇을 보여줘서 똑똑하게 하고 피질을 두껍게 만들고 이런 게 중요한게 아니란다. 아이와 함께 체온을 나누고 눈을 바라보고 함께 웃어 주는 일이 중요하다.

 

 

 

 

완전 독박은 아니지만 굳이 분류를 하자면 독박육아군에 속하는 편이다. 아이가 6개월 에서 8개월 사이에 남편이 최고로 바빠 주중에도 주말에도 엄마와 둘이 집과 집 앞을 다니는 것이 전부였다. 괜스레 뭔가를 더 보여주고 싶은데 못 보여준다는 생각에 머쓱한 적도 많았다. 미안한 것 까지는 아니고 그냥 아쉬운 마음이랄까. (내가 나가고 싶은 거였나)

 

그러나 이런 생각으로 시무룩한 엄마들에게는 참말 듣기 좋은 말도 있다. 평소와 같은 평범한 환경, 주변 환경 안에서 잘 놀기만 해도 아이 뇌는 팡팡 자라난단다. 그러니 아이에게 새로운 것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너무 시무룩해 할 필요는 없다.

 

 

조기 유학은 뇌 발달의 기제에 역행하니 비효율적이고,

여기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유발해 매우 위험하기까지 하다. P 183

 

책에서는 조기유학을 불필요한 것으로 말한다. 물론 가족이 모두 갈 수 있다면 찬성. 그러나 엄마, 아빠 없이 혹은 한 쪽 부모라도 가지 못하는 조기유학은 절대 갈 필요가 없는 것이라 말한다. 역시 그렇게 생각하던 중이라 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책을 봤다.

 

 

 

 

책의 기승전결은 모두 '엄마'다. 그래서 '힘들어도 돌아가도 엄마가 답'이라는 마지막 장의 제목이 놀라울 건 없다.

 

모두 알고 있겠지만, 3세 이전에 아이의 세계는 엄마다. 아이와 애착관계가 걱정이라면 지금부터라도 하루 세시간 꼭 아이와 붙어있는 것이 시작이 될 수 있다. 책을 읽어주고, 같이 노래를 불러주고, 까꿍놀이를 하고, 잡기 놀이도 하고, 너무 힘들 때는 그냥 아이를 따라다니기만 해도 된다.

 

 

 

대상영속성은 10개월 쯤에 시작되어 3세 정도에 형성된다고 알려져 있다. 자기 대상이 일정기간 동안 같아야 한다는 것은 정서와 인성 뿐 아니라 대상영속성, 즉 사고의 발달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P 103,104

 

생후 3년을 모든 학자가 매번 강조하는 이유다.

 

돈 버느라 아이에게 좋은 장난감 사주고, 아이 봐주시는 선생님께 좋은 것 해드리는 게 아니라 (회사 나가서 아이 장난감 사주고, 선생님께 좋은 것 해드리면 가끔은 안 버는 것만 못할 때도 있다는 주변 엄마들의 말을 들었다. 현실적으로 당장 벌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돈이 좀 모자라도 아이와 소중한 3년을 보내 보는 것은 어떨지.  

 

 

 

+ 아이에게 엄마보다 좋은 게 없다고 하니, 엄마들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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