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월 눈물나는 어린이집 적응기, 어린이집 적응기간

 

 

 

 

 

딸이 3월 부터 어린이집에 가기 시작했다. 이번 달 들어서면서 아이도 19개월이 됐다.

 

어린이집 보내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 보내는 시기와 어디로 보낼지는 아이가 11개월 쯤 정했다. 어린이집을 가는 시기는 둘째 임신을 결정할 쯤으로 생각해서 정했고, 어디를 보낼 것인가의 문제는 어릴 때는 가까운 곳이 좋다길래 집 앞에 있는 가정 어린이집을 보내기로 생각해 뒀었다.

 

그래도 두돌 까지는 데리고 있어야지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럼에도 입학 시즌에 맞춰서 보내게 되면 아이들이 다 같이 적응하는 기간이라 친구 사귀기가 수월하다는 말이 있어서 올해 3월에 보내기로 정해뒀다. (한편으로는 뭘 조금이라도 할라치면 나를 불러대거나 아주 조용할 때면 대박 사고를 치는 귀염둥이 딸래미와 함께 있는 시간이 괴롭기도 했더라)

 

 

그렇게 아이는 이번 달 부터 난생 처음 보는 사람들과 낯선 공간에서의 적응을 시작했다. 가정 어린이집에 보내니 장점이라 볼 수 있는 만족할 만한 몇 가지가 있다. 먼저는 어린이집과의 거리에서 오는 심리적 안정감이다. 무슨 일이 생기면 맨발로도 달려 갈 수 있는 거리, 그냥 가깝다는 데서 오는 안정이다. 다음은 어린이집 규모가 작아서 선생님과 아이가 친해지는데 수월하다는 느낌, 동시에 선생님과 엄마의 심리적 거리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처음 어린이집은 가까운것이 좋다는 의견에 무척 동의할 수 밖에 없는 게 어린이집 가기 위해 준비를 하는 과정이 매번 순탄치만은 않다는데 있다. 그냥 나가기 추레해 보여 머리 감기, 아침마다 아이 상태를 기록하는 수첩에 몇자 적기, 식판, 수저, 아이 물통 등을 챙기다보면 정신이 쏙 빠진다. 쏙 빠진 정신으로 아이 옷 입혀서 신발 신기기 까지도 쉽지만은 않다. 나가려는데 큰 일이라도 보면 낭패다. 이렇게 기운과 정신이 모두 혼미해서 먼 길을 가야한다면 먼 길 보다 가까운 길이 수월할게다. 게다가 적응기간에는 안 가려고 버티는 아이를 어떻게든 데리고 가려면 역시 무조건 가까운 게 좋겠다. 일주일 동안은 안가려고 하는 아이를 달래느라 제법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했다.

 

아이는 여전히 나와 헤어질 때면 소리를 내서 울지만 그래도 이제는 어린이집을 꽤 좋아하게 됐다. 3월이 벌써 보름이나 지났지만 다음주 부터 낮잠 재우기를 시도해볼까 싶어 아이는 아직 점심을 먹고 하원을 하는 중이다. 오늘은 어린이집에서 활동이 즐거웠는지 어린이집 문 앞을 오랫동안 서성이는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잠시 후 아이는 "시! 안녕"이라고 말한다. 시옷 발음이 들어가는 대부분의 단어를 거의 '시'라고 말하는데, 딸이 말하는 시는 선생님이다. 선생님이 많이 좋아진 듯 하다.

 

어린이집에 적응시키는 첫 날은 사실 기분이 너무나 싱숭생숭 오락가락 했다. 분명 원장님은 오티때 엄마와 함께 적응하는 시간을 가진다고 했는데, 오티와는 말이 달랐다. 단 5분도 함께 있을 수 없어 매우 혼란스러웠다. 때마침 등본을 떼오기로 되어 있어서 첫 날은 또 몸 상태가 별로라 늦게 간 탓에 아이를 내려놓고 바로 나오게 됐는데 2-30분 놀던 아이는 엄마가 안오자 불안해서 그 쯤 부터 울었단다. 아이 앞에서는 웃으며 돌아서긴 했지만 집에 와서는 마음이 영 안정되지 못해 괜히 애가 찢어 놓은 플랩북을 테이핑하고 앉아 있었다.

 

둘째날은 나도 별로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둘째 임신으로 점점 무거워지는 몸으로 아이에게 매번 텔레비전을 틀어주느니 놀다 오게 하는게 좋다는 마음을 다시 한 번 다잡고 얼른 준비를 했다. 옷을 입히려는데 딸은 도망을 치면서 "아니야, 아니야" 했다. 마음이 좋지 않았지만 옷 입고 나가면서 비타민을 먹자는 말로 꼬셔서 데리고 나왔다. 어린이집 가는 길이 어른 걸음으로 3분도 안 걸리는데 애는 자꾸 딴 길을 향해 직진해 달리고 결국 문 앞에서는 안가려고 머뭇 거렸다. 앞서가는 어느 엄마네 아들은 벌써 주저 앉아 버팅기기를 시전하고 있었다. 오티 때 이야기와는 달리 적응기간에 엄마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는데 불만이 생겨 다른 곳으로 보낼까 한 번 이야기를 좀 해봐야하나 별 생각이 다 들다가도 다른데 보내면 또 다시 아이만 고생할 거라는 생각, 오티 때와는 이야기가 다르지 않냐고 했다가 아이와 나, 원장님과의 관계가 괜히 불편해질까 싶어 그마저도 잠시 접어뒀다. 첫날, 둘째날 모두 맘카페에서 폭풍 검색해서 다른 어린이집은 어떤가를 알아보기도 하고 밥을 먹어도 청소를 해도 심난하긴 마찬가지였다. 댓글들을 읽다보니 어차피 아이들은 엄마 있을 때는 잘 놀다가 엄마가 가면 울기 때문에 첫 날 부터 엄마는 보내고 선생님과만 적응하는 경우도 있다더라. 아이가 다니는 원에서도 그렇게 처음부터 말해줬다면 그런줄 알텐데 오티 때와 말이 달라 큰 혼란이 온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셋째 날은 다시 월요일이라 쉽지 않았다. 어린이집 이야기 해주면 "응", "네"하고 대답 잘 하다가도 정작 어린이집 주변만 가면 다시 가기 싫어하는 모습. 어린이집 일상을 기록하는 수첩에는 넷째 날까지는 놀다가도 간혹 울었다고 적혀 있다.

 

어린이집 등원 후 2주가 지난 지금도 문 앞에서 약간 머뭇 거리기도 하고, 엄마와 안녕하는 시간에는 우는 소리를 내지만 눈에는 눈물이 맺히지 않는 것을 보니 서운함을 표현하는 방법인 듯 하다. 그렇게 내가 떠나면 참말로 신나게 논단다.

 

아이가 얼마나 우는 소리를 내나 궁금해서 최근 몇 일은 아이를 들여보내고 문 밖에 서서 우는 소리를 엿듣기를 하기도 했었는데, 매번 드는 생각은 아이를 이렇게 저렇게 떼 놓고 일을 해야만 하는 워킹맘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언젠가 나도 워킹맘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라 생각해서 완전 놓고 있다.

 

 

 

한껏 뛰어 놀고 유모차를 열심히 밀어줘야 자는 유모차 맛을 좀 아는 19개월 딸

 

 

무려 등원 다섯째 날부터 점심식사를 시작했는데, "오늘은 잘 놀고 맘마 먹으면 엄마가 데릴러 갈게" 했더니, "맘마,맘마"하고 이야기 하더라. 밥을 아주 잘 먹더니 요즘 어린이집 밥에 길들여졌는지 어린이집 밥 시간이 즐거운 모양이다. 선생님은 늘 나를 보면 반갑게 맞아주시며 자신있는 얼굴로 "소담이 밥 다 먹었어요"하신다.

 

 

오늘은 응가도 푸짐하게 해결했다는 말에 얘가 진짜 편해지긴 했나보다 싶었다. 어린이집 다니는 내내 매번 집에서 큰 일을 두 번씩 보더니 오늘은 어린이집에서 해결했으니.

 

그래, 딸 다음주에는 낮잠도 자보자. 엄마가 푹신하다는 이불도 준비해볼게. 너와 함께 못하는 시간이 무척 아쉽긴 하지만 우리의 앞으로를 위해 하루 중 일부를 떨어져 있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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