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회담, 에네스 카야 하차 프로그램의 신뢰회복 가능할까

 

 

기미가요 논란 이후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다시 큰 위기다. 시청률의 문제는 두번째다. 문제는 신뢰를 잃은 것에서 온다. jtbc <비정상회담>은 지난 10월 27일 방송 중에 기미가요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해 프로그램의 존폐여부 까지 들먹이는 등의 위기를 겪었다. 필자도 좀 별로다 싶어 그 이후 프로그램을 무성의하게 봤다. 본방을 지키는 편이었는데 재방이나 무료 VOD 서비스로 시청을 했다. 그래도 애착을 갖고 있는 몇개 안되는 프로그램이라 그저 시간날 때 틈틈이 시청했다. 그 이후 다시 안정을 찾는가 싶었는데, 지난 주 출연자 에네스 카야가 총각 행세를 했다는 여성들의 제보로 다시 하락세를 맞는다. 동일 시간에 이슈가 될 수 있는 정치적 사안을 살펴보니 청와대 문건 유출과 관련된 큰 이슈가 있었다. 정치적 이슈와 집중될 이목을 반으로 나누기 위한 목적으로 에네스 카야의 행적이 이용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시기의 문제였을 뿐 언젠가는 드러날 일이었다. 인터넷 뉴스는 물론이고 연예를 기반으로 하는 블로거들은 일제히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시작했다. 터키로 돌아갔다는 등의 추측성 기사들도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필자는 에네스 카야 본인이 직접 나타나 어떤 해명을 하기를 기다렸다.

 

사과문은 평소 그의 언행과는 다르게 뭉뚱그린 느낌이다.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들은 에네스가 총각행세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는 결혼 전의 일을 언급할 뿐 결혼 이후에 처신했던 행동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사과문으로는 사실의 진위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12월 1일 <비정상회담>은 차별에 대한 주제로 타 예능 프로그램이 다룰 수 없는 범위의 영역을 자유롭게, 그러나 지루하지 않게 다뤘다. 우리나라가 유독 강조하는 것이 '한민족'이라는 단어다. 게다가 '단일민족'이라는 것을 어려서 부터 듣고 자라다보니 차별이 사회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고, 차별은 불합리한 것이기 때문에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는 걸 생각하지 못한다. 아닌 것 같지만 극심한 사례는 많다. 인종에 대해 접근하는 자세가 그렇다. '단일민족'이라는 이름으로 뭉치는 듯 하나 백인우월주의가 통용되는 이상한 나라가 한국이다. 영어학원에서 강사를 뽑을 때도 백인을 우선적으로 뽑으려 한다는 기사를 읽고 뒷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학원은 수업 경력이나 강사의 학력수준에 앞서 '백인'인지를 먼저 물었다", "이민 2세대들은 '동양인 외모' 때문에 보수를 더 많이 받는 고급반 수업을 맡을 수 없었다"는 기사 내용이다. 다큐에서 '차별'이라는 주제를 다루면 채널을 오래 고정하지 못할 사람이 많지만 예능에서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도 했다.

 

해당 회차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도 회를 거듭할수록 분명한 것도 칭찬할 부분이다. '차별'을 주제로하는 지난 회차에서 전하는 메세지는 "차별이 있음을 인정하고, 올바르게 교육하는 것이 지금 세대가 가진 목표다. 다음 세대에는 차별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할 것"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에네스 카야가 편집 된 이번주 <비정상회담>은 12월 8일 방송되었다. 인터넷 뉴스들은 시청률 대폭하락이라며 보도했다. 이번 주제는 '안전'이었다. 각국의 범죄율과 범죄의 종류, 예방차원에서인지 처벌차원인지를 논의하는 CCTV에 대한 부분에서 마지막은 사형제도와 인권에 대한 문제까지 주제 자체는 EBS 수준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평가할 때 매우 유익한 방송이었다.

 

ⓒ QTV

 

에네스의 빈자리가 느껴진 것도 사실이긴 하나 워낙 깔끔한 편집 탓에 잘 진행된 느낌이었다. 인권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보수적인 입장이든 조금 더 개방적인 입장이든 모두 "인권은 소중하다"는 전제하에 진행되는 주제이기 때문에 프로그램 내에서 갈등관계를 형성하는 구도가 없어도 주제를 감동으로 이끄는 방향으로 간다면 큰 문제는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의 빈자리가 느껴지는 이유는 한국어 실력이 타 출연자에 비해 뛰어나기 때문에 발언권을 많이 갖기도 하고 반대를 할 때는 칼 같이 자르고 들어가는 불같은 면이 있기 때문이다. 워낙 비중있는 역할을 하고 있었고, 게다가 대부분의 의사표현에 있어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했기 때문에 다른 출연자들과 은근한 긴장감을 형성하기도 하는게 극적 분위기를 고조시켜 시청자들을 더 몰입하게 한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 QTV

 

보수적이고 진중한 이미지, 스타는 모름지기 이미지로 산다. 그의 이미지는 프로그램에도 득이되고 본인을 띄우는 매력요소로 작용했다. 특히 이성교제, 성과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는 입장 또한 개인적으로는 조용히 응원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팬들은 그에게 '곽막희'씨 라는 그에게 꼭 알맞고 위트있는 한글 이름도 지어주었다. 

 

사족이지만 그의 터키말 나들이도 즐거웠다. "침을 위로 뱉으면 콧수염에 걸리고 아래로 뱉으면 턱수염에 걸린다." "아버지 한 명이 자식 아홉명을 돌봤어도 자식 아홉 명이 아버지 한 명을 돌보지 못한다." "미혼자가 이혼하기 쉽다." 그가 내놓은 주옥같은 터키 속담이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꽉 막혔어도 그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았다. 사건 이후는 상황이 달라졌다. 그는 방송에서 보여준 이미지와는 다른 삶을 살았다. 더욱이 그가 이성교제에 있어서 정도를 지키는 입장, 가부장적이지만 가족을 지킬 줄 아는 남자인 모습을 보인 그 부분에서 한 없이 무너졌다.

 

그가 <비정상회담>으로 돌아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비정상회담>도 이번 일로 또 한번 신뢰를 잃었다. 그리고 프로그램은 이번 일로 중년층 이상의 시청자도 잃었을 것이다. 

 

<비정상회담> 제작진 측은 무엇보다 신뢰회복에 중점을 둬야할 것이다. 대중은 팍팍한 삶과 고단한 일상, 2014년 끊이지 않는 크고 작은 사건들로 어쩌면 예능에서 조차 신뢰할 대상을 찾았을지도 모른다. 제작진에게 있어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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