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원 13박 14일, 모유수유와 밤중수유 그리고 황달

 

 

조리원을 곧 떠난다. 오전 퇴실이라 주말 오후에 미리 나가려 한다. 조리원에 있는 동안 티끌이는 소담이가 되었다. 오늘 아기 몸무게는 3.92 쭉쭉 먹고 무럭무럭 자랐다. 아기는 황달 수치가 높은 것 빼고는 무탈하다.

 

산부인과와 연계된 조리원을 선택해서 좋은 점은 소아과 의사가 매주 두 번씩 아이들을 봐 주러 온다는 점. 아기 눈 흰자가 노란색이라서 걱정이되서 물었더니 병원에 와보라했다. 황달수치가 무려 13.7이다. 걱정되는 내 맘과 달리 소아과 선생님은 침착하게 모유수유를 하던 것처럼 이어가라고 말했다. 완모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바심이 앞서서 병원에서 돌아온 날부터 혼합수유를 시작했다. 모유만 먹는 경우 황달이 지속될 수 있다는 말을 들어서다. 혼합수유를 하되 모유보다 분유 위주로 먹였다. 태어난지 1개월도 되지 않은 아기에게 황달검사를 여러번 시키고 싶지 않다. 의사 선생님은 분명 발 끝에서 톡 하고 찔러 피를 낸다는 식으로 이야기 했다. 그런데 거짓말, 거짓말이라니 ( ...) 아기가 너무 울어대서 검사하는 방을 빼꼼하고 봤더니 톡 정도는 절대 아니다. 피를 적어도 '주욱' 정도는 뽑는 것 같더라. 게다가 아기들은 혈관이 약하고 잘 안보이고 어쩌구 해서 여러번 찌르게 됐다나 뭐라나 하는게 검사를 진행한 간호사의 설명.  

 

황달 수치가 5가 나오면 얼굴이 노랗단다. 10 이상이 되면 몸까지 노랗게 된다. 15부터는 심각한 수준으로 손 발까지 노랗다고 한다. 의사 선상님의 친절한 설명은 감사하나 엄마는 마음이 급해서 분유도 먹이기 시작했다. 신생아 때 산부인과에서는 13 이상이면 입원한다고 했었는데, 우리 아기는 어느덧 13.7 아닌가.

 

 

벌써 3일 전 일이다. 검사를 마치고 돌아온 날 부터 밤 중에도 낮에도 분유 위주로 먹이다 보니 갑자기 조리원 생활이 편안해지기 시작한다. 병원에서도 다른 산모들에 비해 젖이 빨리 돌아 밤중수유를 빼먹지 않고 했었고, 조리원 와서도 첫 날부터 약 열흘동안은 꾸준히 밤중수유를 위해 수유실로 출동했었다. 지칠대로 지쳤다고 생각했는데 집에가서는 더 힘들겠지라는 생각에 어떻게든 해보려 했다. 게다가 산부인과에서 초반부터 잘 관리하지 않으면 젖몸살로 고생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에 겁을 잔뜩 먹고 어그적 거리며 수유를 열심히 갔더랬다.

 

새벽수유를 그토록 열심히 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란 나의 모성이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나는 젖몸살이라는 것이 무서운 겁 많은 여자사람에 불과했다. 그랬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기와 자주 보고 자주 물렸더니 자꾸 정이 들었다. 아이와 형성되는 애착으로 비로소 심리적으로 엄마가 될 준비가 된다고 했던가. 어쨌든 그러했다. 

 

그렇게 밤중수유를 다니던 나에게 유축을 해두고 자는 합법적인 휴식시간이 주어진 지난 3일 밤은 모처럼 찾아온 꿀잠의 시간이었다. "이것이 바로 조리원 생활이로구나" 했다. 나홀로 새벽수유는 길고 조금은 외로웠다. 집에 가서는 다르겠지만 수유실은 밤이면 추웠고 적막한 공간을 좋아하는 노래로 채우곤 했다. 아기와 둘이서 내 귀에 좋은 노래를 들으며 지냈다.

 

병원에서 듣는 모유수유 강의 때, 아기 낳는 것 보다 모유수유가 더 힘들다며 몇 번이나 강조하던데 낳는 것도 먹이는 것도 쉬운 일이 없음을 몸소 체험한다. 다들 이렇게 엄마가 되나보다.

 

2주 전,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엄마들은 10명정도 무리지어 수유도 하고 식사도 하고 했었다. 이제 하나 둘씩 본인이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가고 친한 무리 넷 정도가 남았다. 여자들에게는 임신과 출산 무용담이 남자들의 군대 다녀온 얘기만큼 이라더라. 그도 그럴것이 조리원에서 생활하는 동안 여러사람의 출산 경험담을 끊임없이 들었다. 방금 애 낳고 들어온 패기 넘치는 아줌마들이 모이니 아주 시끌시끌 했다. 있는 동안 산부인과 병원비에 대해서도 알게되고 (동네에서 가격대비 제일 괜찮은 병원을 서로 비교해 본다) 아기 키울 때 필요한 정보들도 주워 듣고 나간다. 집으로 돌아가면 임신기간과 같은 적막함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2주 동안 사람들 많은 곳에서 떠들고 충전하고 잘 쉬다 가니 당분간은 아기와 함께 잘 지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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