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알약, 에이즈와 사는 연인의 담담한 일상
- 소울푸드: 리뷰/그리고 책을
- 2011. 10. 13. 16:04
동네에서 산책을 하거나 커피마시기를 즐겨하는 그냥 평범한 남자, 어느 만화가의 이야기다. 푸른알약은 그냥 평범한 어느 만화가가 자기 이야기를 그리고 쓴 그림책이다. 책 표지는 너무 강렬하다. 제목은 푸른알약인데, 표지는 온통 붉다. 온통 새빨간 책표지를 강조하고 싶은 마음에 의도적으로 빨간 부분에 중점을 둬서 찍었다. 회푸른 바다위에 떠다니며 출렁이는 물결에 휘청이는 쇼파, 그 위에 앉아 파도에 떠밀려 약간은 위태로운 두 연인의 옅은 미소를 그린 일러스트다.
책을 알게되고, 읽고 싶어서 서점에 달려가 달랑 한권 남은 푸른알약을 사들고는 약간의 충격에 휩싸였다. 그 충격의 8할이 책 표지였다. 푸른알약이라는 단어와 대비되는 극명한 색감으로 오는 충격.
책의 처음은 그가 사는 도시로 시작한다. 아무리 오래 산다고 해도 여전히 낯선이들을 발견하게되는 도시라는 곳. 어느 예술가가 생각하는 도시의 정의가 새롭게 다가왔다.
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AIDS)는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 human immunodeficiency virus)에 감염된 상태를 말한다. 그가 사랑하는 그녀는 AIDS환자다. 영원히 완치되지 않는 에이즈와 함께 사는 두 남녀의 일상은 너무 슬프지도 그렇다고해서 애써 기쁜척을 하지도 않는다. 에이즈라는 것도 삶의 일부로 담담하게 받아들인 두 사람의 모습은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한다.
그가 사랑하는 그녀의 아들도 이 병을 앓고 있다. 푸른알약은 에이즈에 대한 잘못된 시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독자들의 뇌를 환기시키는 한편, 다른 누군가와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의미도 새삼 되짚어보게 한다. 그와 그녀, 그리고 그녀의 아들을 통해서 말이다.
아무리 그 둘이 담담하다고 해도 죽음에 대한 어두운 그림자를 숨길수는 없다. 담담하긴 하지만, 두려움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page.88
이따금 난 궁금해 지곤한다. 아이의 인생이 어떤 모습일지, 사춘기는 어떨지, 대인관계에서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걸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아이의 사랑과 성생활은 어떨지, 삶의 기쁨과 원대한 꿈은 갖게 될지... 그리고 또... '그리고 또...' 라고 말을 줄이던 그의 결론은 현재를, 나 자신을 그리고 두 사람을 생각하자.
에이즈에 대한 두려움에 함께 맞서는 강한 지원군이 있다. 그는 의사다. 다른 의사와 다른 모습을 많이 가진 의사를 통해 과학으로 증명하고 입증할 수 없는 신뢰란 무엇인지 알게된다.
시공을 초월하는 작가의 상상력은 우리 속에 내재된 어린아이와 어른의 경계를 허문다. 우리는 모두 어른이면서 어린이다. 작가는 과학으로 규정해 놓은 과거 생물과의 만남을 에피소드로 과학적사실과 상상의 경계, 사회적으로 규정지어 놓은 인식들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그와 그녀는 길어질지도 모르는 그들의 치료에 앞서 여행을 떠난다. 삶은 여행이다. 그리고, 그 여행속에서 우리는 때로는 새로운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우리는 모르기 때문에 두렵다. 그래서 어느 평범하지만 비범한 유럽의 한 만화가는 푸른알약을 썼다. 푸른알약은 작가가 사랑하는 여자 카티가 살기위해 먹는 약이다. 책을 읽으며, 살아가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가 죽어가고 있다. 하지만 죽어가는 동시에 살아가고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살아가는 존재에 대한 사랑을 책을 통해 느꼈고, 에이즈라는 두려움 앞에서 두려움을 용감함으로 포장하여 숨기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이라는 감정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작가의 솔직한 모습이 좋았다. 카티의 존재 그 자체를 사랑하며 살아가는 작가의 모습에서 사랑의 의미에 대해 천천히 차근차근 생각하게 되는 '푸른알약'이다.
프레데릭 페테르스(Frederik Peeters)
1974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태어났다. 제네바의 ESSA(응용미술전문학교)에서 시각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으며 졸업 후 출판사와 신문사에서 포스터, 삽화 등을 담당했다. 그러던 중 제네바의 만화 서점에 드나들다가 알게 된 친구들과 함께 전혀 분업화 되지 않은 시스템의 독립적인 만화 출판사 아트라빌 Atrabile을 설립했고 1997년 [치즈잼 Fromage confiture]을 출간했다.
[푸른알약]은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2001년, 출간이후 전 유럽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독자와 평단에 큰 호응을 얻었다.
+ 책날개에 적혀 있는 작가소개 일부를 옮겨 적는다. 작가사진의 출처는 NAVER[푸른알약]은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2001년, 출간이후 전 유럽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독자와 평단에 큰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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