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바짝 메마른 당신에게
- 소울푸드: 리뷰/오늘은 영화
- 2011. 11. 12. 00:18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영어로 As good as it gets라고 쓴다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삶에 치여 바짝바짝 타들어가 이제는 너무나 메말라버린 당신에게 촉촉한 수분을 공급해 줄 영화다.
"You make me want to be a better man."
심금을 울리는 대사 한 마디.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적이 있는가? 본인 때문에 막 되먹은 누군가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 일은? 전 자도 후 자도 아니라면, 여기는 어디이며 나는 누구인지를 지금부터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잘 만들어 진 미국드라마 한 편을 본 듯한 포만감을 주는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제작과 각본을 겸하는 TV 프로듀서 출신의 감독 제임스 L. 브룩스의 작품이다. 브룩스씨에 대해 알아보니 1970년대를 주름잡던 [매리 타일러 무어쇼]를 제작했고, 이후 1980년대에도 계속해서 주름을 잡아 [트레이시 울먼쇼], [심슨 가족]과 같은 작품으로 활동했다. 다른 것들은 자세히는 모르고 이름만 들어 본 정도인데, 필자도 '심슨 가족' 정도는 심슨이랑 친하다고 착각할 정도로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를 더 좋게 하기 위한 요소 중 하나로 영화 음악이 일조했다. 영화의 흐름과 등장인물들의 인간관계 사이에서 적절한 선곡은 영화의 질감을 높여주는데, 한스 짐머라는 아저씨께서 이를 파워 업 해주셨다. '한스 짐머' Hans Zimmer, 이 분 또한 엄청나다. 1995년 [라이온 킹]으로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했다는 짐머씨는 2010년 세상을 '끄악'하게 했던 [인셉션]의 ost도 만드셨다고 한다. (필자 또한 '끄아아아악' 했었다)
이보다 더 피곤할 순 없다
괴팍스런 할아버지(잭 니콜슨 분)와 그냥 아줌마보다는 예쁜 아줌마(헬렌 헌트 분)를 통해 인생을 보여주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누구나 하나쯤은 갖고 있는 상처를 따뜻한 시선으로 품어준다. 별다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도 그렇다고 끝장을 보겠다는 것도 아니다. 위에 붙여놓은 사진 두장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나이 좀 있으신 할아버지 멜빈은 앵그리맨이다. 표정이 보통 사나운 게 아닌 이 분은 강박증 증세가 있다. 같은 식당에 찾아가 매일같이 식사를 하며, 자신만의 지정석에 앉아야만 한다. 길을 걸을 때는 보도블럭의 금은 절대로 밟지 않는다. 집으로 들어와 문단속을 할 때는 꼭 다섯번씩 열쇠를 돌려 확인하고 불을 켤 때도 마찬가지다. 물론 깨끗함에 대한 강박, 즉 결벽증도 있는데 외출할 때는 장갑을 끼고, 한 번 사용한 장갑은 당연히 그날로 쓰레기통 행이다. 더 이상 열거하는 것은 시간낭비일 정도로 피곤한 그의 증상들은 영화를 보는내내 쭈뼛거리게 한다.
강박증, 결벽증에 좋은 말은 한 마디도 할 줄 모르는 이 아저씨는 의외로 로맨스소설 작가다. 아니, 저 표정으로 로맨스라니.이 영화를 보면서 점점 '점 세개 물음표 하나'의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모르는 사이, 살금살금 시작된다
멜빈 유달에게 봄이 온다. 봄의 시작은 옆집 '개' 덕분이다. 옆집에 사는 이웃 사이먼을 게이라는 이유로 개무시하던 멜빈옹은 사이먼네 집에 강도가 들어 폭행을 당하게 되는 사건으로 처음에는 울며 겨자먹기로 개를 맡아주기로 한다. 개를 개 보듯이 하던 멜빈옹이 개를 포유류의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과정은 영화를 감상하는데 있어서 은근한 재미를 준다.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그리고 보살피는 것에 대한 따뜻함을 알게되는 멜빈의 변화의 시작은 여기서부터다.
사실은 관심받고 싶었다
개 이야기는 시작에 불과하다. 멜빈옹의 변화는 계속된다. 호감과 관심이라고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자꾸 궁금해지는 여자가 있으니 그 여자분이 바로 그냥 아줌마보다는 예쁜 아줌마 캐롤이다. 항상 찾아가는 식당에서 모든 사람들을 짜증 솟구치게 하는 멜빈옹을 그나마 상대해 주는 캐롤을 멜빈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었다. 이야기는 흐르고 흘러 멜빈과 캐롤이 친해지게되는 몇가지 일이 있은 후 멜빈과 이웃 사이먼, 캐롤은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다. 목적지는 바로 사이먼의 부모님이 있는 곳이다.
가는 동안 멜빈옹의 행동은 캐롤의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눈치가 가득한 행동들이다. 캐롤과 사이먼이 사이좋게 이야기를 나누면 은근슬쩍 심통을 부린다거나, 여행을 위해 준비해 온 상황에 맞춰 틀어 줄 노래들을 볼 때면 멜빈옹도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사람은 누구나 어린아이다.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고 싶은 어린아이 말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당신을 알아 본 단 한사람
당신은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한다는 멜빈옹의 고백. 그리고 심금을 울리는 고백 이후 엉뚱한 말 한마디로 캐롤과의 관계를 산산조각 내버린 그가 다시 용기를 내서 캐롤을 찾아가 건내는 말들은 누군가를 '알아보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내가 지구상의 오직 한 사람일 수 있어. 당신이 지구상에서 가장 훌륭한 여자라는 사실을 아는, 유일하게 당신께 감사하는 사람일지 몰라. 당신이 하는 모든 면이 얼마나 놀라운지 아는 사람. 당신의 모든 생각과 말들에는 깊은 뜻이 담겨 있어.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그런 점을 알아보지 못해. 당신이 음식을 나르거나 식탁을 치울 때면 언제나 흐뭇했어. 가장 훌륭한 여자를 만났다는 걸 사람들은 알지못해. 내가 당신을 안다는 그 자체가 기분 좋은 일이야.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귀찮겠지만, 포스팅의 제일 처음부분 '이보다 더 피곤할 순 없다'의 멜빈옹의 사진을 보고 쭉 내려와 지금 이 사진을 다시 한 번 보기를 권장한다. 어떤 상처 때문에 마음의 문을 꼭꼭 닫고, 자신만의 세계에 살던 멜빈이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 노력하기 시작했고, 그 생각하나가 멜빈의 얼굴도 바꿔놨다. 영화에서 멜빈은 캐롤을 통해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을 경험하고, 칭찬과 격려의 언어의 중요성에 대해 알게된다.
자신만의 강박에서 벗어나 상대방을 칭찬과 격려의 대상으로 바라보길 바라며, 너무나 엄격해서 바짝바짝 메말라가는 당신에게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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