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Jobs, 2013), 그가 그리운 이들에게

 

누구나가 인정하는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서 '이 사람 밋밋하구나'라는 생각을 한 적은 별로 없다. 어쩌면 불꽃 같이 타오르는 그들의 삶을 우리가 열망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스티브 잡스"라는 사람은 삶을 드라마틱하게 연출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의 마지막 이후에도 사람들은 그를 찾고 그를 그리워한다. 스티브 잡스가 천재이긴 하지만 그가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의 괴이할 정도로 집중하는 집중력, 더불어 자신이 만든 창작물을 사랑하는 집착에 가까운 열정 때문이다.

 

현대그룹 고 정주영 명예회장을 그리워하는 사람은 없다. 아마 삼성 이건희 회장이 세상과 이별을 고해도 이렇게 그리워하지는 않겠지. 유독 스티브 잡스를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에 어떤 사람이 이토록 죽은 뒤에도 사랑 받는단 말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그가 만든 제품은 물론 그의 프리젠테이션도 매우 훌륭하다)

 

 

그의 삶은 영화로 다큐로 자서전으로 시시각각 조명되는데, 사실 그와 함께한 워즈니악과 같은 천재를 비롯 데니스 리치 (Dennis Macalistair Ritchie)와 같은 C언어 창시자의 삶은 업적에 비해 거의 조명받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워즈니악이 없었다면 애플은 없었고, 데니스리치가 없었다면 지금 처럼 편하게 컴퓨터를 할 수 없었겠지. 데니스 리치는 C언어를 만들었고 C언어는 현재까지도 C++등으로 발전해 현대 IT시스템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이런 그들이 아닌 스티브 잡스가 사랑은 독차지하다니.

 

그가 살아있을 때도 종종 생각해 왔지만 영화를 보니 더욱 그랬다. <잡스>에서 보이는 그의 모습은 공학도의 모습이 아니라 전략가의 모습이었다. 대단한 것을 더 대단한 것으로 보이도록 사람들을 꼬실 수 있는 그의 탁월함, 제품에 대한 확신으로 강하게 밀어 붙이는 배짱은 매력적으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영화에 대해서 필자는 별로 할 말이 없는데, 영화가 잡스에 대한 아름다운 묘사를 하다가 잡스가 애플로 돌아와 진짜 무언가를 하기 직전 급작스럽게 앤딩크레딧이 올라가는 바람에 느낀점이 "아... 끝났구나"로 마무리 지어졌기 때문. 영화를 함께 보던 남편은 "끝?" "끝?" "끝?" 자꾸 "끝?" 하면서 끝났냐고 묻는데, 담담하게 끝났어라고 하긴 했지만 뭔가 허전한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다.

 

 

스티브 잡스의 어록 중에 "도그마(Dogma), 말하자면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얽매이지 마라. 타인의 소리가 여러분 내면의 진정한 목소리를 방해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과 영감을 따르는 용기를 가지는 것이다. 마음과 영감은 당신이 진짜로 무엇을 원하는지 이미 알고 있다. 나머지는 부차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2005년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식 연설 중 남긴 말이다.  

 

그의 삶은 그가 남긴 연설 처럼 차단되어 있었다. 자신이 얻고자하는 엄청난 업적은 달성했지만 그는 타인을 차단했고, 자신만의 세계에만 갖혀있었다. 그가 만든 제품은 그의 마음처럼 견고해서 폐쇄적인 iOS였고, 개발자는 함부로 들여다 볼 수 없었다. 일체형 핸드폰 아이폰은 배터리와 핸드폰 몸체가 하나였고 사람들은 그런 불편 쯤은 당연히 감수하고 아이폰을 선택했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하지만 그를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가끔은 자기 내면의 이야기에만 충실해야만 나올 수 있는 결과물이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가 영화에서 그토록 집착하던 제품의 모양, 제품 안에 사용되는 폰트와 같은 디자인과 관련된 분야의 일은 더욱이 그렇다. 미를 추구하는데 있어서, 그리고 제품을 완성하는데 있어서 그가 보인 집요함이 세상을 바꿨으니 당연 대단하다 할만 하다.

 

이런 그를 멀리서 바라만 봤던 대중들은 그를 그리워하지만 글세, 그와 가장 가까웠던 그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가보다. 워즈니악은 "영화 잡스가 생전의 스티브 잡스에 대해 부정확하게 미화했다"고 표현하면서 영화는 추천할만하지 않다고 했고, 애쉬튼커처의 연기에 대해서는 "그가 연기한 잡스는 마치 사교계 거물인 것처럼 팬들이 좋아하는 것에 너무 매달렸다"고 했다. 워즈니악의 비판은 여기서 그친 것이 아니라 이 영화는 그가 초기부터 그런 기술과 우수함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며 불쾌해 했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 그의 죽음 이후 애플에 대해서 생각하며 이런 글을 썼었다. <스티브잡스, 외로운 안녕>. 혹시,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 이론에 대해서 알지 모르겠다. 하워드는 인간의 지능이 언어, 음악, 논리수학, 공간, 신체운동, 음악, 대인관계, 자기이해, 자연탐구 등 8개의 지능과 종교적 실존지능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는데 가드너 입장에서 보면 스티브 잡스는 대인관계 지능이 전혀 개발되지 않았다고 할 것이다.

 

영화 <잡스>에서 확실히 보여줬던 게 바로 이거 하나다. 그는 누군가의 분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제품을 만들면서도 절대 사람을 보지 않았다. 그냥 제품만 봤다. 영화를 보면서 불편했다. 기계가 사람인지 사람이 기계인지 헷갈리면서 마음이 착잡해졌다.

 

영화가 빼어나지는 않다. 하지만, 그가 그리운 이들은 한 번쯤 봐도 좋을 것 같다. 딱 그정도다.

 

 

 

 

스티브잡스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면: 2011/10/18 [세상을 보는 레시피]  스티브잡스, 외로운 안녕

 

 

 


잡스 (2013)

Jobs 
6.6
감독
조슈아 마이클 스턴
출연
애쉬튼 커쳐, 더모트 멀로니, 조시 게드, 매튜 모딘, 제임스 우즈
정보
드라마 | 미국 | 127 분 | 201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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