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틀러: 대통령의 집사, 묵묵한 땀 그리고 신념의 피

 

"우리 동네에 어느 날 얼굴은 허연게 파란 눈에 코가 오똑 솟은 애들이 와서 여기가 신대륙이란다. 새로운 땅이라니. 우리 아빠의 아빠, 우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 부터 우리 가족은 쭉 여기서 살았는데, 기 막혀."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인디언)은 미국 역사의 시작을 이렇게 바라볼 것이다.  

 

지금까지 배워 온 세계사는 철저한 백인 시점의 역사다. 미대륙을 발견하고 신대륙이라 외치며 그 땅을 정복하고 개발하는 그들의 역사. 그들 입장에서는 정복하고, 번성한 역사라 할 수 있겠지만 그 땅에 살던 토착민들은 핍박과 굴욕의 아픈 역사다. 토착민들을 괴롭히는 것도 모자라 "우리가 보호해 줄게"라며 '인디안 보호구역'이라는 것도 만들어 그들을 동물 우리에 가두듯 가두고 '보호'라는 말로 포장하기도 했다. 그들은 그들의 언어을 쓰고 그들이 그 땅에 살던 나름의 생존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무시하고 보호구역이라는 곳에 살게 한 다음에는 영어를 가르친다. 토착민의 입장에서 최대한으로 생각할 수 있는 역사다.

 

영화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 (Lee Daniel's The Butler, 2013)는 또 다른 시점으로 미국을 바라본다.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 줄거리는 오래 고민하지 않아도 간략하게 정리된다. 어느 흑인 꼬마네 가족은 목화 밭에서 백인의 노예로 노동을 한다. 백인 농장주가 소년의 어머니를 치욕스럽게 한 일에 대해 농장주에게 항의하던 소년의 아빠는 한 순간에 죽게된다. 충격으로 소년의 엄마는 실어증까지 오게되고, 소년은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백인들이 말하는 '검둥이 하인' 역할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후에 이 소년이 34년 동안 8명의 대통령을 섬긴 실제 인물 '유진 앨런'이다. 영화에서 유진 앨런의 이름은 세실 게인즈(포레스트 휘태커 분)다. 여기에 그의 아내 글로리아 게인즈는 오프라 윈프리가 분했다.

 

 

영화를 보고 뜨악했다. 정말이지 잘 어울렸기 때문. 그녀의 출연은 여러가지로 생각하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골 미시시피에서 사생아로 태어나 이제는 세계 유일의 흑인 억만 장자가 된 그녀, 책 <오프라 윈프리 위대한 인생>에서는 그녀의 쇼와 인생을 대중문화의 측면으로 분석했는데 "오프라가 공적인 페르소나와 사적인 페르소나를 교묘하게 다루고, 게스트와 비슷하거나 동등한 위치에 자신을 놓음으로써 새로운 형식의 카리스마적 리더가 되었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녀가 게스트와 비슷하거나 동등한 위치에 자신을 놓을 수 있다는 방식 자체가 그녀의 인생이 몹시 험난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블로그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오프라 윈프리 위대한 인생>을 읽고 그녀의 인생, 그녀가 대중문화에 끼친 영향력과 파급효과에 대해 그리고 그녀의 페르소나에 대해 특집 분량으로 리뷰를 만들어보려고 하다가 그녀의 종교관이 나의 종교관과는 매우 상반된 가치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리뷰 쓰기를 그만 뒀었다. 존경하고 싶은 인물에서 빛나는 모습을 보고 무조건적으로 따라가면 안되는 인물이 되버린 그녀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영화는 실제보다 픽션이 더 진하다. 버틀러로 일하던 시절의 몇 가지 에피소드를 제외하고는 거의 픽션이라고 한다. 세실 게인즈의 아들은 인권운동가다. 이 부분도 픽션이라는 점. 영화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를 보고 난 뒤, 미국의 흑인탄압에 대한 자료들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둘러보게 되었는데 그 잔혹사는 끔찍하다 못해 더럽고 추했다. 아프리카에서 잘 살던 사람들을 데려와 짐승 취급하며 부려먹다가 조금이라도 거슬리면 교수형을 시키곤 했다. 그것도 무슨 구경거리라고 사람들 다 같이 모여 공개처형을 했다. 해당 링크는 영화 <버틀러>가 그린 시대보다 조금 앞 선 시기다.

 

링크: 미국 흑인 역사, 남부 흑인 폭력살인(린치) 잔혹사 (1870-1910)

 

 

영화는 인권에 대한 가치관이 담긴 영화다. 그렇기 때문에 묵묵히 땀 흘려 일하는 아버지와 투쟁해서 권리를 쟁취하려는 아들이 한 집에 사는 구성을 취했는지도 모른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 시대에 누군가는 묵묵히 살아냈고, 다른 누군가는 권리를 위해 외치다가 피흘렸다.

 

영화는 미국 인종사 입문으로는 적절하다고 한다. 흑인인권연대기를 잘 다루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각 대통령의 인종문제에 대한 견해는 제대로 담기지 않았다는 평이 있다. 어쨌든, 영화 마지막은 “자유와 인권을 위해 싸운 모든 분들에게 이 영화를 바칩니다”라는 갑작스런 메세지로 마무리 되는데 덕분에 나도 갑작스럽게 625를 겪은 우리 할아버지 세대, 묵묵히 일할 수 밖에 없었던 우리 아빠 엄마 세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우리 선생님들 세대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추신: 교조적인 느낌이 강하지만 인권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로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가 있다면, 미니의 똥파이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 유머와 위트로 인권문제에 직면한 <헬프 (The Help, 2011)>도 있으니 함께 보면 재미지겠지. 그래서 아래 영화 <헬프 (The Help, 2011)> 리뷰도 함께 링크한다. 옛날 글을 읽으면 손 발이 오글오글 로그아웃 되는 건 나만 그런건 아니겠지.

 

2011/11/21 - [소울푸드: 리뷰/오늘은 영화] - 헬프, 당신은 소중하다 (The Help, You is important )

 

 


버틀러 : 대통령의 집사 (2013)

Lee Daniels' The Butler 
9
감독
리 다니엘스
출연
포레스트 휘태커, 오프라 윈프리, 로빈 윌리엄스, 알란 릭맨, 존 쿠색
정보
드라마 | 미국 | 132 분 | 2013-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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