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그대, 웹툰 설희와 표절시비에도 그저 집중하게 하는 로맨스

 

 

드라마가 좋다. 여전히 TV 앞에서 떨어질 줄 모르고 요즘 처럼 쉬는 텀이 생기면 이것저것 챙겨보는 프로그램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드라마의 경우 매 회가 이어지는 관계로 바빠지기 시작하면 제일 먼저 끊게 되는 것이 특징인데, 드라마 <상속자들>이 종영한 시점이 공부한다고 일 그만두고서 드라마 하나 쯤 챙겨볼까 싶을 때 였다. 그렇게 만나게 된 <별에서 온 그대>. 1회 방영 이후 인터넷에는 <별 그대>에 대한 이야기가 뜨뜻하게 오르내리기 시작, 그래도 뭐 얼마나 재밌겠어라는 본인의 생각과는 달리 잠깐 눈길을 줬더니 그만 그 다음부터는 본방사수를 하게 되었다는 사연.

 

초반에는 플롯의 설정이 비슷하고, 미확인 비행물체와 관련된 역사적 팩트 (광해일지)가 같아 표절의혹으로 곤욕을 치루기도 했었다. 표절시비가 붙었던 작품은 웹툰만화 <설희>로 작가 강경옥님의 만화다. 만화 대여점을 약 8년 동안 세네 곳을 돌며 각 대여점 마다 많게는 1000권, 적게는 500권 정도 빌려보며 살 수 없다면 모두 빌려본다는 큰 포부로 살아가던 내가 이상하게도 전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작가의 만화. 이유는 간단하다. 그림체가 내 스타일이 아니었기 때문. 하지만 주변 친구들이 종종 탐독했던 기억이 있는 걸로 봐서는 작가의 만화가 스토리가 탄탄하고 구성이 풍부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소년기와 청소년기, 대부흥했던 대여점 사업은 대여점이 만화가들을 힘들게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돈이 궁한 코흘리개들에게는 그것이 거의 유일한 유흥거리였다. 지금은 텔레비전도 진화하고, 컴퓨터도 진화하고, 게임기들도 진화하고, 놀거리들도 넘쳐나는 시대지만 당시에는 놀거리라는 것이 한정적이었다. 유일한 소일거리로 이 대여점 저 대여점에서 이책 저책 빌리던 내가 있었고, 그렇게 만화가를 고달프게 했던 대여점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대여점마저 요즘은 사라져 한 달을 즐겁게 기다리게 했던 만화 월간지도 사라지고, 종이로 된 만화책도 점점 사라지게 된 것, 어쩌다보니 지금은 웹툰으로 만화가들이 더 많이 활동하고 있는 추세다.

 

결론은 표절의혹이 있는 웹툰 <설희>를 못 보았기 때문에 그렇다 아니다라고 내 의견을 주장할 수 없는 것이 아쉽다. 하지만, 박지은 작가의 해명기사를 자세히 읽어보고 표절의혹이 있는 <설희>에 대해서 조사해보니 오히려 <설희>를 본 사람들의 의견이 충분히 공감이 되더라는 입장. <별 그대> 작가 박지은 작가는 만화 <설희>를 본적도 들은 적도 없으며 미확인 비행물체와 관련된 역사적 모티브는 과거에 일하던 역사관련 프로그램에서 얻었고, 외계인과 관련된 모티브는 <슈퍼맨>에서 얻었다 했다. 그런데, 아무리 <별 그대>를 옹호하는 입장에서 생각해보아도 역사적 모티브는 어떻게든 수긍이 가지만 <슈퍼맨>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클립톤 행성에서 온 외계인 슈퍼맨과 관련한 설정과 <별 그대> 도민준과 관련된 설정은 전혀 맞지 않는 부분이 많기 때문. 두 주인공의 성격도 성격이지만 '슈퍼맨'은 지구의 어려움에 개입하는 슈퍼히어로, 도민준은 고상하고 고고하게 지구별에서 살다가 외계로 돌아가기를 희망하는 하나의 생명체로 캐릭터가 설정되어 있다. <별 그대>의 도민준은 사랑에 대해 시니컬한 자세로 일관한다. 슈퍼맨의 주제는 '세계에 평화를, 사람에게 사랑을'이 아닌가 싶을 정도. (물론 미국의 미국주의적 사고가 많이 담긴 히어로물이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굳이 <슈퍼맨>을 가져다가 모티브를 삼았다고 하는 것 자체가 다른 별에서 온 누군가를 생각하던 중에 가장 친숙하게 느껴지는 <슈퍼맨> 너로 했다라고 이야기하는 꼴이다. "다른 별에서 왔다"는 모티브 그것 하나만 취했다고 이야기 하고 싶으니까. 하지만 <설희>를 쭉 봐 온 애독자들의 입장은 이야기의 큰 줄기, 악역에 대한 구성, 혈액(타액)과 관련된 특이한 설정 이외에도 상당부분 표절의혹이 있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우리나라가 지적 재산권에 대한 존중이 제대로 이뤄지는 진정한 문화선진국이 되려면 참신한 소재나 아이디어에 대한 저작권을 먼저 인정하는 것이 순서일 것 같은데라는 아쉬움이 있다.

 

표절의혹의 아쉬움이 있어, 본인은 조만간 e북 스토어 같은 유료화 서비스를 통해 만화를 빌려보거나 사 볼것 같기도 한데, 이런 표절에 대한 의문을 잊을 정도로 드라마는 재미지다. 필자는 '드라마'의 가장 큰 기능이 "재미"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사극을 멀리하고, 로맨스에 치중하기도 하며, 학원물에 집착하고, 의학드라마를 기피하는 편식중에 편식을 해 머리가 크지 않는 느낌이 간혹 들기도 한다. 하지만 단순한 재미를 재미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충분히 감성을 자극할 만한 요소들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다. 사랑에 대한 시니컬한 시선이 도민준의 대학강의 중 심리학 이론으로 설명하는 사랑의 정의와 일치한다면, 이와 대비되는 특정 대상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에 대해 말하는 동화 이야기는 심장을 짠하게 한다. 동화는 미국 작가 '케이트 디카밀로'의 <에드워드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으로 외계에서 온 남자의 감정을 적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런 느낌, 처음이 아닌데 문득 4년 전 한창 인기였던 <시크릿 가든>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든다. 대신 시간이 흐른 만큼 세련되고 성숙한 느낌이 든다고 표현하는 게 적절하겠다.

 

오랜만에 아낌없이 시간을 바치게 되는 드라마, <별 그대>. 최근 8회, 두 주인공의 키스신은 순간최고 시청률이 30%를 넘어설 정도 였다고하는데 인기는 여러말 하지 않아도 이미 증명되었다. 드라마를 본방사수하는 일이 거의 없는 나에게 3년 만에 처음으로 챙겨보게 된 의미있는 드라마이니 만큼 앞으로도 흥하길 기대해 본다. (물론 나의 응원이 없어도 흥하겠지만, 그렇다) 더불어 판권에 대한 부분도 제대로 정리 좀 했으면. 아니라면 아닐 수도 있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앞으로도 길게 이어질 작가인생, 그 마음 안에 스스로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싶다.

 

 

′별에서 온 그대′ 박지은 작가 "설희 본 적 없다" 표절의혹 해명 공식입장 기사 바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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