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여행 감천문화마을, 근현대사의 기록을 간직한 마을
- 소울푸드: 여행/부산
- 2014. 7. 12. 11:02
아트숍에 들르기 전에 입구에서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는 '작은 박물관'에 들렀다. 역시 작은 집에 옹기종기 아기자기하게 꾸민 곳이긴 하지만 위로 올라가 산 중턱에 위치한 집들에 비해 평지에 지은 이 곳은 제법 규모가 있는 편이었다. 주거 기능이 아닌 다른 용도(상업, 종교, 기타)를 가진 건물이었기 때문에 크기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공간이 '작은 박물관'이 되었을지도.
작은 박물관은 감천문화마을의 오래된 이야기(역사) 부터 마을이 만들어진 배경과 과정이 친절하게 담겨있다. 벽화마을 혹은 마을 단위로 예술 프로젝트를 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마을이 죽어가는 동네가 되는 과정 중에 있기 때문도 있다. 감천문화마을도 벽화마을로 활성화 되기 까지의 과정에는 마을의 인구가 3만명에서 1만명까지 줄면서 오는 마을의 쇠퇴가 문제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나의 도시, 마을의 인구감소는 지역의 슬럼화를 가져오고 결과는 지역이 우범지대가 되어 사람들이 모두 꺼리는 동네가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감천문화마을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하고 전문가들의 지원을 받아 감천동만이 가질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특히 감천동은 뒷 집을 가리지 않게 지어진 작은 집들이 모인 산동네다. 전쟁으로 생겨난 피난민들이 모여살기 시작해 생긴 이곳은 근현대사의 기록이기도 하며, 가난의 흔적이다. 가난의 흔적이라해서 모두 개발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보존과 재생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냥 그런 생각도 들었다. 학부생활 5년 동안 배운 설계는 사실 단순히 개발하는 방법에 불과하지 않았을지라는 생각. 건축을 배울 때, 보존과 재생 혹은 공생과 같은 키워드를 많이 사용하지만 실제로 그 계획이 실행에 옮겨졌을 때 보존과 재생이 아닌 경우가 많다.
그런면에서 감천문화마을의 경우 성공적인 마을보존의 사례라 볼 수 있다. 예술로 작은 변화를 주고 사람들이 찾아오고 싶은 동네로 만들어 슬럼화를 막았다. 그리고 마을의 문화산업을 통해 공동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제공했고,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마을은 생기를 되찾게 되었다. 작은 집들의 주인이 자신이 원하는 색으로 집들을 칠하고 예술가들에게 벽과 지붕을 제공해준 덕분이다.
위 작품은 <사람 그리고 새>다. 하늘과 벽면을 두리번거리면서 다니면 좋은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얼굴이 사람 얼굴이라 적잖이 놀랐다. 어떤 다른 의미(예를 들어 비판적인 시선 같은)를 가졌을 것이다라고 생각했는데, 날고 싶다는 재미있고 엉뚱한 상상에서 나온 작품이란다.
동네를 돌아다니는 동안 어떤 지점에서는 이 건물이 어떤 계획을 갖고 덧붙여지고 새롭게 완성되었는지 알 수 있는 스케치 구성지다. (사진은 하늘마루 디자인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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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이런 물건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도 있었다. 우스겟소리로 하고 다녔지만 벽에 붙은 물고기를 떼서 집으로 가져가야겠다는 이야기도 했으니 말이다. (작품은 김상호 작가의 <나무>)
글을 쓰면서 가이드맵을 다시 한 번 둘러보니, 감천문화마을을 둘러보는 동안 보지 못한 작품들이 꽤 있다. 그 만큼 곳곳에 볼만한 것들이 많기 때문이고 골목길을 보는 재미가 있는 곳이기 때문일게다. 언덕 아래에서 봤는데 참 예뻐보여서 올라가보자 했지만 마을을 돌다보니 힘이달려 마저 보지 못하고 돌아온 곳도 여러군데다. (주민 참여로 만들어 진 <영원>)
가이드맵에 있는 스탬프를 모으기 시작해 스탬프를 모으는 것을 재미삼아 다니기 시작해 '하늘마루'와 '감내 어울터'에 들르면 기념 엽서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된다. 물론 세트로 구입할 수도 있지만 나름의 고르는 만족을 누리기 위해 고르고 또 골랐다. 위 엽서는 '하늘마루'에서 받은 엽서다. (하늘마루에서는 엽서나 사진 중 택1, 감내어울터에서는 엽서 택1 가능)
감천문화마을은 어디쯤으로 오르기만 하면 눈 앞에 아기자기한 풍경들이 펼쳐지는 것이 재미다.
경사진 곳에 만들어진 주거형태이기 때문에 언덕이나 계단이 당연 생길 수 밖에 없는데, 긍정적인 마음으로 올라가는 수 밖에 없는, 운동이 부족한 현대인을 운동하게 만드는 좋은 마을이다.
무얼 사면 좋을지 이런 저런 고민을 한 끝에 기념품을 구입하고 가게를 나선다. 아트숍에서 나와 아주머니 말씀대로 물고기가 입을 벌린 방향으로 걸어가 본다. 언덕도 있고 굽이굽이 굽은 골목길도 있고 가던 길에는 위 사진처럼 너무 친숙한 것들을 통해 유쾌함을 주는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지도를 보면서 가다보니, 마을에 어느 아저씨가 말을 걸어주신다. 이쪽으로 가면 어떤 곳이 나오고, 저쪽에는 뭐가 있고, 무엇이 좋은지와 같은 이야기다. 외부인과 마을사람이 낯가림 없이 대화할 수 있는 이유가 공간과 벽화다. (사진은 경청하는 쏠시와 쏠시네 연구실 형)
그 때는 더운 날씨에 언덕을 오르내리느라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무척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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