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벽화마을, 감천문화마을의 소소한 이야기 그리고 낙서 (해외 처벌사례)

 

6월의 끝 언저리에서 바라본 감천문화마을은 좋은 추억이다. 골목길을 오르내리며 바라본 마을의 모습을 언제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다. 시시각각 다른 모습의 동네 모습을 볼 수 있는 포토존들이 마련되어 있다. 기억에 이 사진은 감내어울터 옥상에서 볼 수 있는 뷰였던 것 같다.

 

 

작품은 진영섭 작가의 <꿈틀거리는 마을>이다. 집이 빼곡히 모여있는 마을의 모습을 살아있는 생명체의 모습처럼 표현해 보았다고 한다. 아무래도 마을 전체를 갤러리로 활용할 수 있다보니 크기에 구애받지 않는 설치 예술품들이 제법 있다.

 

 

'감내 어울터'에 들어서면 예전 이 곳의 기능이 목욕탕이었음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위와 같은 모습이 준비되어 있다. 이전에는 아마 많은 사람들이 목욕을 하러 왔을 것이다. 아무래도 목욕탕이 목욕탕으로 계속 유지가 될 수 없었던 이유는 사람들이 더 이상 목욕을 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인구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일것 같다.

 

목욕탕이라는 곳은 우리나라 어머니들이 옛날부터 모이던 '빨래터'와 비슷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동네 소식도 듣고, 서로의 정을 나누는 곳. 영화 <말하는 건축가>에서도 무주 안성면의 마을 주민들이 원하던 시설이 '목욕탕'이었으니, 빨래터가 빨래라는 '일'만 하는 장소가 아닌 것처럼 목욕탕은 목욕 이상의 의미를 가진 곳이다.

 

 

이제 목욕탕이라는 이름대신 '감내 어울터'라 불리는 이 곳은 감천문화마을의 모습을 담은 사진 전시와 주민들을 위한 노래교실과 같은 프로그램이 담긴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이 날도 갤러리 아래층에서는 할머니들의 노래소리가 흥겹게 들려왔다.

 

 

옥상으로 가면 마을 모습도 볼 수 있고, '느린 우체통'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아무래도 지금은 보낼 수 없나보다. 감천문화마을에서 주는 엽서로 나에게 또는 기억하고 싶은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낸다면 더 좋을텐데 아쉽다.

 

 

어쨌든 어디서든 황홀한 광경이다. 산에 계단식으로 지어진 형태라 편리함에 익숙해진 나 같은 사람은 실제로 거주하게 되면 불편하다고 난리를 치겠지만 이렇게 보고, 저렇게 볼 때마다 색다르게 보이는 모습은 부지런히 사진기에 담아도 시간이 모자랄 정도다.

 

'감내 어울터'에서 내려와서 맞은 편 비탈로 오른다. 오르기 위해서는 148 계단을 올라야 한다. 힘든 것을 잊기 위해 사진을 찍으며 올라갔다. 이 계단은 "별 보러 가는 계단"이라고 불리기도 한단다. 무거운 짐을 들고 힘겨워하면서 오르다가 위라도 볼라치면 핑하고 별이 보인다해서 별 보러 가는 계단.  

 

 

올라왔더니 보람차게도 수국이 활짝 피어있다. 이 마을에 사는 주민이 키우는 꽃이다. 꽃을 키우는 마음씨 좋은 아줌마, 아저씨들이 사는 곳. 사진찍기는 무료다.

 

 

작가의 고민과 마을을 위한 마음이 보이는 여러 작품을 본다. 보다 보다 너무 거슬린다. 낙서가 너무 많다. 덩그라니 둥글게 뜬 달, 새하얗게 혼자 놓인 그릇 ( ...) 그림에 집중하기가 힘들다.

 

 

미디어 아트를 전시해 둔 곳도 있다. 역시 이 곳도 낙서를 하는 미치광이들의 흔적으로 가득하다. 다니다보면 수리를 하느라 닫은 몇몇 집들이 있는데, 스윽 보니 단지 페인트를 칠하기 위해 잠시 닫은 곳도 있었다. 모두가 공유해야 하는 장소이니 만큼 눈으로만 보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이걸 당연하다고 적고 있는 내가 우스워진다.

 

 

위 작품은 <현대인>이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집 안으로 들어가면 실 전체가 바쁜 손들로 분주하다. 제목과 집 안의 내용물을 보고 "어쩜..."이라는 생각을 했다. 현대인의 노동이란 가끔은 무의미한 손가락 노동이기도 하다.

 

 

위 작품은 <바람의 집>, 자꾸 돌아보고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 특징.

 

 

내부를 수리하느라 닫혀있는 집 앞이다. 낙서로 어지러운 감천문화마을의 모습은 우리나라 국민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요즘도 여전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낙서로 몸살을 앓는 세계 각국의 문화유산에 대한 기사가 많이 전해지고 있다. 유럽권 국가에는 낙서하지 말라는 안내가 심지어 한글로 적혀 있다니 얼마나 창피한 일인지. 규제가 상당히 엄격한 싱가폴 같은 경우 열차에 낙서를 한 남성에게 징역을 선고했다는 기사도 있다. 최근 중국 만리장성에서는 관광객 수가 늘어나면서 한글 낙서로 골머리를 앓기도 한단다. 만리장성에 낙서를 하다가 적발될 시 최고 6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는 법도 있단다. 꼭 문화재가 아니라 하더라도 여기가 "내 집이고 내 차다"라는 마음으로 깨끗하게 보고,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저 위 벽에 쓰인 이름들은 자신의 이름이 얼마나 수치스러운지를 꼭 알기를 바랄 뿐이다. 낙서는 본인의 노트나 다이어리에 하도록, 그래도 너무 벽에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너희 집 벽에 하길 바란다. 어떤 사람이 내 집 벽에 "누구 하트 누구"라고 쓰는지, 당신이 어제 새로 산 차에다 지나가던 내가 매직이나 못으로 "소울푸드 여기 왔다감" 쓰면 어떤 기분일지는 말 안해도 알겠지. 

 

 

골목길을 가다보면 막다른 골목들이 나오기도 하고 집과 집 사이의 경사차를 길로 메꾸거나 계단을 놓거나, 건물을 보기 좋게 세우지 못하거나 그렇게 하지 않은 부분에는 이렇게 *옹벽이 등장하기도 한다. 옹벽에도 아기자기하게 그림을 그려 즐거운 마음으로 감상하면서 오른다.

 

* 옹벽 토사가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하는 구조물로, 재료적으로 보면 무근 콘크리트, 철근 콘크리트, 돌, 벽돌 등으로 나뉜다. 구조상으로는 중력식 옹벽 · 반중력식 옹벽, L형 옹벽, 반T형 옹벽, 버트레스식 옹벽이 있다. 반T형 옹벽은 높이 6m 정도까지 쓰인다. [네이버 지식백과] 옹벽 [retaining wall, 擁壁] (건축용어사전, 2011.1.5, 성안당) 참고

 

 

지나가다 보니 어느 집 앞에는 추억의 오락기가 있다. 저 매달이 뭐라고 어렸을 때는 하나라도 더 받으려고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

 

 

마을의 풍경은 이렇게보나 저렇게보나 언제쯤 한 번은 다시 보고 싶은 풍경이다.

 

 

마을사람들이 함께 참여했다는 <영원>이라는 작품은 마을에 있던 물건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나무판 위에 정성스럽게 물건들을 옮겨 붙였는데, 물건이 많이 떨어지기도 했고, 누군가가 가져가 버리기도 한 것도 같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위에서도 말한 지긋지긋한 낙서가 자리잡고 있다.

 

 

감천문화마을에서의 하루가 부지런히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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